군중의 침묵이 부른 처참한 진실 ‘더 스토닝’

우리에게도 짱돌을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 독재정권, 공권력을 향한 행동이었다. 누군가는 그 돌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민주’와 ‘자유’라는 이름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지구촌 어느 곳에선 이 돌이 한 여성에게 향했다. 마을 아이들은 부지런히 돌을 날랐다. 돌 부딪는 소리가 온 마을을 집어삼켰다. 영화 ‘더 스토닝’이 여성인권의 진실을 짓이겨 놓는다.

스토닝(stoning)은 투석형(投石刑)으로 죄수를 돌로 던져 죽이는 형벌이다.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 억울하게 간통죄를 뒤집어 쓴 한 여인의 처형식이 진행됐다. 여성의 죄는 여성 스스로 무죄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슬람 법 제도에 따라 여성은 스스로를 구원 해야만 한다. 이 영화의 무게감은 가정폭력을 넘어 공적인 폭력이 펼쳐지는 사실적 압박감에 있다. 다정다감한 여주인공 ‘소라야’를 중심으로 마구 조여드는 무언의 압박들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아랍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남자들의 세상임을 잊지 말아라”며 기득권을 위해 아이들부터 철저히 교육시키는 모습,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나가는 과정,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경제논리와 남전무죄, 여전유죄의 차별적 논리, 여기에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군중의 폭력까지 펼쳐 보인다.
 
마지막 20분의 강렬함은 전율 그 자체다. 돌팔매질이 갖는 폭력의 처참함 때문에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야만 볼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소라야의 친아버지와 두 아들이 그녀에게 투석하는 장면은 가슴을 짓누른다. 마을 사람들 전체에 의해 행해지는 처형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으로 야만적이면서 원시적인 형벌을 부각시킨다.
 
아랍 여성의 차별적 삶이 장면 곳곳에 묻어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차도르와 히잡이 그것이다. 눈만 빼고 전부 가리는 차도르와 두부를 가리는 히잡을 다루는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부, 특히 외간 남자에게 보이지 않아야 하는 질서와 전통이 여성들의 생활에 그대로 배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소라야 처형사건은 그녀의 이모가 마을을 지나던 프랑스 외신기자에게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기자 프리든 사헤브잠은 이후 이 사건을 심층 취재해 소설로 엮어냈고, 이를 읽은 헐리우드 감독 사이러스 노라스테가 각본을 썼으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제작한 영화사 ‘엠파워’가 영화화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예수가 말하자 군중은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지만, 천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은 여전히 돌을 던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하는 어린 여학생을 보고도 말리는 이 하나 없는 군중의 침묵, 집단 따돌림인 ‘왕따’, 인터넷 상의 악성댓글 등 사회적 폭력은 문명인 지금에도 여전하다. 우리는 손에 또 다른 돌을 쥐고 있는 건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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