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정규직쟁취, 교육감 직접고용 촉구...6.27~7.15쟁의행의찬반투표

▲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60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해 호봉제 쟁취,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 쟁취, 전 직종 무기계약 쟁취 등을 요구했다. ⓒ윤성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했던 노예와 같은 삶을 단호히 거부하고 인간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 세 노조는 공동교헙을 결의하고 지난 4월부터 16개 시·도 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촉구해 왔으며, 오는 6월27일부터 7월 15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전국여성노조가 구성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3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국 지역에서 달려와 이날 집회에 모인 6000여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회에 이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호봉제 쟁취,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 쟁취, 전 직종 무기계약 쟁취 등을 외쳤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장, 황영미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공동대회사를 통해 “이제 우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이상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니며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책임지는 교육현장의 당당한 주체임을 선포한다”고 말하고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역사상 최초로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섭에 돌입했으며, 올해 내 전국 모든 교육청에서 교육감 직접고용을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가 교섭을 하라고 해도 교섭에 응하지 않는 교육감들이 많고 교과부는 여전히 나몰라라라 하는데 이제 우리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이들은 “1년을 일하다 10년을 일하나 기본급이 똑같은 현실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며 호봉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밝혔다.

세 노조 대표자들은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조정신청에 들어갔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말하고 “더 이상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분노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며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교과부를 향해 학교현장에서 파업까지 벌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교과부가 당장 교과부가 호봉제 실시계획을 세우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당장 전면 실시하지 못하면 언제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19대 국회에 대해서도 말로만 민생국회 운운하지 말고 공공기관 그것도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장, 황영미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이 공동대회사를 맡았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윤성희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가장 평등하고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가 허울과 불합리의 온상으로 바뀌었고, 비정규직이 만든 급식을 먹고 비정규직이 관리하는 학교를 다니며 비정규직교수로부터 배운 후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스위스 제네바 ILO총회에 가서 백성들은 가난보다 불평등에 대해 분노한다는 중국고사를 이야기한 것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한 격이지만,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현장에서 1년짜리 단기계약을 밥 먹듯 고용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 불평등에 대해 강력히 분노하며 상시업무를 즉각 정규직화하고 호봉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6.28경고파업과 8.28총파업을 통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전면재개정투쟁을 벌인다”고 말하고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반드시 성사시켜 민주노총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투쟁으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세 노조 조합원들이 각각 이날 대회를 위해 마련한 공연 등 다채로운 순서를 선보였다. 먼저 전국여성노조 조합원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월 대구지역에서 학교급식실 최초로 파업투쟁을 승리로 이끈 당사자다. 여성노조 대구 급식조리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학교장과 대구교육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학교장과 교육청은 대화와 교섭을 통해 최소한의 노동조건이라도 보장받으려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짓밟았다.

결국 이들은 파업에 나선지 5일 만에 쟁점이 됐던 위험수당 5만원 지급을 비롯한 내용을 쟁취했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여성노조 배현주 대구경북지부장은 “우리는 억압을 끊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파업할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면서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단결하면 못할 것이 없고, 모두 한 마음으로 투쟁할 때 우리 요구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도서관 사서, 급식조리종사원, 영양사, 교육보조사 등 학교는 다종다양한 비정규직으로 돌아간다. ⓒ윤성희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와 학교비정규직노조도 “400여 명 사서 해고계획 즉각 철회하라!”, “전산기술 고급인력 학교전체 관리한다 90월급 웬말이냐?”, “비정규직 철폐! 동일노동 동일임금 학교부터 실시하라!”, “업무는 플러스 월급은 제자리”, “영양사 방학 중 자율연수 보장하라!”, “입사 1달이나 10년이나 똑같은 월급 말도 안돼! 호봉제 당장 실시!”, “도서관에 사서가 필요없으면 교육청에 교육감도 필요없다”, “계약서=노비문서”라고 적힌 각종 다양한 피켓 등을 들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애환과 분노가 담긴 노래와 율동공연을 선보였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기본급이 똑같아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별이다."이라며 호봉제 시행을 촉구했다. ⓒ윤성희

대회 직후 행진이 시작됐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역광장을 출발해 남대문, 한국은행, 명동 입구 롯데백화점 앞까지 행진을 벌이며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학비노동자 총단결로 임단협투쟁 승리하자!"
“연봉제를 폐기하고 호봉제를 실시하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학교부터 시행하라!"
“정부가 앞장서서 정규직화대책 수립하라!”
“전직종 무기계약 즉각 실시하라!”
“파업도 불사한다 임단협투쟁 승리하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랜 굴종과 억압의 세월을 뒤로 한 채 당당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우리 사회 교육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서울역광장에서 명동 롯데백화점 앞까지 행진했다. ⓒ윤성희

□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결의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인간이다! 오늘 우리는 주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살아야 하는 노예와 같은 삶을 단호히 거부하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인간임을 당당히 선언한다.

우리는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고 차별을 철폐하자는 당연하고도 절박한 요구를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들이 우리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15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맞잡은 손은 승리의 약속이며 우리들의 당당한 행진은 승리를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할 것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투쟁선언이다.

오늘 우리는 15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뜨거운 마음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우리는 호봉제 쟁취!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 쟁취! 전직종 무기계약 전환! 쟁취하기 위해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 우리는 6월 27일부터 실시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켜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 우리는 당당한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교직원, 학부모, 학생과 함께 차별받지 않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2012 임·단협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것을 결의한다!

20102년 6월 23일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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