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이어 19대 국회 입성, 환노위 선택한 통합진보당 심상정의원 인터뷰

 

▲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의정활동에 나선다. ⓒ윤성희

심상정 의원이 지난 4.11 총선에 민주노총 후보로 입후보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갑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7대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에 입성했다. 심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의정활동에 나선다. <노동과세계>가 지난 10일 심상정 의원을 만났다. <편집자주>

△19대 국회에 노동자 국회의원으로 나서는 소감에 대해=지난해 김진숙 지도위원께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할 때 대한문 앞에서 30일 간 단식농성을 했다. 저는 김 지도가 크레인에 오를 때부터 운명적으로 내가 뭐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대한문 앞에서 단식하는 것 이상은 하기 어려웠지만 국회 청문회를 만드는 역할은 한 것 같다.

언제까지 노동이 불온시되는 시대가 지속될 것인가 굉장히 우려했다. 노동현장은 피폐해지고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의 삶이 백척간두로 내몰리는 것을 보며 제 마음이 굉장히 초조했다.

이번에 국회에 들어오며 가장 큰 각오는 19대 국회가 노동이 존중되는 대한민국 사회를 만드는 대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의 희망을 만드는데 제 모든 힘을 쏟겠다는 생각으로 환경노동위원회를 선택했고 환노위 소속으로 확정된 후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

△그동안 삶을 살아오며 늘 견지하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인가?=우리는 오랜 세월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뤄왔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려면 민주주의가 노동과 만나야 한다. 제가 정치권에 와서 민주통합당까지 포함해 다른 정당들은 노동이라고 하면 한국노총, 민주노총과의 관계 등으로 협소하게 이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한다. 자신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행복할 수 있다. 단지 노동조합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그것을 평등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심에 두는 가치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분단과 냉전, 독재로부터 고통받았으며 그 가장 큰 피해자가 노동자였다고 저는 생각한다. 오랜 세월 노동은 유배됐다. 87년 이후 민주화가 이뤄졌으나 그것은 노동의 해방이 아니었고 잔인한 시작점으로 던져졌다. 민주화는 됐으나 노동은 그 민주화의 그늘에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투표권도 없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물론 노동권 자체가 아직 정상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노동과 만날 때만이 비로소 경제사회적 민주회가 가능하다. 그럴 때 진짜 더불어 사는 한국사회가 될 것이다.

요즘 모두가 시대교체전환기라고 말하는데 저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고 한국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려면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19대 국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복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여, 야가 경쟁하듯 노동의제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저와 통합진보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윤성희

△환노위를 선택한 이유, 향후 환노위 방향에 대해=환경노동위원회가 8:7로 야당의원이 많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가 발칵 뒤집혔고 새누리당에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역시 재계와 새누리당이 노동통제의 절친이었음을 이번 상황으로도 알 수 있다.

저는 4년 만에 국회에 들어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4년 전에는 국회에서 복지를 말하려면 병 자를 붙였다. ‘복지병’이라고 했다. 이제 저마다, 박근혜까지도 복지를 말한다. 복지라고 하면 성장을 가로막는 분배, 비용으로만 취급하던 이들이 이제는 투자, 성장, 민주주의, 또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할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복지를 말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느낌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제1호 법안으로 비정규직 법안을 내며 경쟁하고 있다. 저는 이것이 좋고 바람직한 변화라고 보지만 19대 국회가 노동권을 확립하는데 그들이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스개로 정치권 최대의 바람은 재벌파라고 한다. 이것은 새누리당만이 아니고 민주통합당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노동의제 집중하는 분위기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저와 통합진보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도 저는 갖고 있다.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과 가장 크게 대립한 것이 사용사유제한 문제다. 지금 민주통합당 법안은 큰 틀에서 우리 진보정당 요구를 수용하고 있지만 사용사유제한은 받아들이면서도 대통령령을 추가해서 구멍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이 법안을 실제 힘있게 관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올해 대선이 있고 야권연대 힘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이 과감한 혁신으로 연대를 복원하며 동시에 노동법 개정의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저는 국회에서 첫 번째로 노동과 노동자란 이름을 복원하려고 한다. 헌법이나 근로기준법에서도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고 근로자라는 전근대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란 단어, 노동자라는 이름이 소중하게 생각될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저는 그런 차원에서 전 사회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정치활동 비중을 크게 할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임에도 OECD 30여 개 국가 중 꼴찌에서 1등하는 것이 노동지표다. 최장시간노동에, 중대재해 1위, 비정규직 비율도 1위다. 입만 열면 말하는 글로벌스탠다드, 노동기준도 최소한 노사정이 합의한 ILO 협약은 지키는 수준이어야 한다. 저는 ILO협약 비준운동을 민주노총과 함께 적극 해 나갈 생각이다.

세 번째는 이미 법안을 냈는데, 가장 시급한 노동자들 문제를 담은 핵심법안, 즉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기간제법, 최저임금법, 고용보험법, 노조법, 산재법, 근로자의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 등을 발의했다.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시민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을 우리 국회가 단순한 주장을 넘어 실현하게 활동할 것이다.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 공동대표로서 각오는?=제가 국회의원이 돼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쌍용차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초당적 차원의 해결이 필요해 의원모임을 만들자고 은수미의원에게 제안했다.

은수미의원과 제가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까지 39명이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의원들 중에도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 환노위가 구성된 만큼 환노위 차원에서 밀도 있는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첫 사업은 청문회를 하는 것이다. 사태의 전말을 밝혀 책임을 분명히 하는 청문회를 개최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쌍용차가 정상화됐으므로 정리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일을 정치권이 적극 도울 것이다. 그리고 저에게도 한처럼 쌓인 것은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무자비한 진압이다.

당시 테러진압용 테이저건을 발사하는 등 우리 조합원들을 적으로 취급한 비인간적 진압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와 위로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위해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법도 고민 중이다.

▲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산별노조 운동과 그 정치적 파트너인 진보정당운동, 이 두 가지를 성공시키려는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다." ⓒ윤성희

△민주노총 8월 말 총파업 투쟁에 대해=비정규직 등 문제가 너무나 절박하다. 이명박정권이 임기 막바지에 마구 팔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경제민주화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올해 정세를 노동자들이 올바로 인식하고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동원해 노동자들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뻥파업이 아닌 실제 총파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광범위하게 동참할 수 있는 방식의 투쟁방법을 잘 고려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투쟁이 가능한 조직력을 그렇게 하되, 그렇지 못한 조합원들도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노동자들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참여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에게는 강도 높은 투쟁보다 얼마나 광범위한 대중이 동참하는지가 중요하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통합진보당 책임이 큰데 투쟁이 제도개선 싸움이니 꼭지를 따려면 노동자가 정치적 힘을 어떻게 결집할 것인지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가 보기에 투쟁을 조직하려고만 하지 어디까지를 정치적 목표로 해서 성과를 만들어낼지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못한 것 같다.

민주노총 내부에만 갇히지 말고 우리 시민과 국민 모두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고 조합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조합 밖으로도 시민노동자들 지지를 크고 넓게 얻을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노동존중사회, 복지국가로 가려면?=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제정책, 노동정책을 펴면서 그것을 보완하는 의미의 복지정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에 대한 전략 없이 재벌주도 수출정책 등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제정책을 하면서 그것을 보완하는 복지로는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이 이뤄질 때만이 노동자의 삶이 존중되는 방향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는 없고 있어도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 조건 하에서 주는 시혜적 복지는 진정한 의미의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노동이 없는 복지는 오히려 시장만능주의, 성장주의를 가리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다.

제가 금속노조 사무처장으로 스웨덴에 갔을 때 그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이룩해놓은 훌륭한 제도들을 봤다. 이 나라 자본가들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웨덴노총(LO) 간부가 이 세상 어떤 나라에도 착한 자본가는 없다고 했다. 그만큼 그 사회가 가진 노동권이란 것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더 광범위한 단결과 확고한 투쟁이 요구되는 사회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추진해온 산별노조 운동과 그 정치적 파트너인 진보정당운동, 그 두 가지 방향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는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다. 산별로의 조직형태 변화는 많이 이뤄졌으나 아직 기업별 교섭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정책적 요구를 중심으로 한 조합활동은 산별노조 취지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또 한 측면에서 보면 진보정당이 산별노조의 제도정책적 요구를 대변하고 관철시키지 못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더구나 통합진보당이 진통을 겪으면서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노동존중사회를 만드는 길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역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치적 역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전히 노동자를 대변할 정치세력을 만드는 과제를 더욱 절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민주노총에게=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만든 진보정당 국회의원으로서 최근 통합진보당 일련의 사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당이 도덕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했다.

모두가 우리 당에 대한 노동자 서민의 지지와 신뢰가 굳건하지 못해 생긴 문제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정치 1번지라고 하는 창원과 울산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이 정말 뼈아프다. 당은 광범위한 노동대중의 신뢰로부터 다시 세워져야 한다.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진보정당 당원의 40%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고 조합원들 오히려 노동대중의 보편적 이익을 실현하고 관철하는데 주체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광범위한 노동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 신뢰로 다시 세우는데 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원내국회의원들 간 관계설정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 무조건 지지하고 몸대는 것이 아니고 원내 의정활동을 전략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만든 노동자 국회의원을 통해 민주노총이 국정전반을 공유해야 하고, 노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에서 의정담당자를 파견하면 특별보좌관 직책을 부여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각 산별에서도 원내에 담당자를 보내면 정부를 상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배려할 것이다. 당과 민주노총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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