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장

“술이 웬수네. 술이 웬수여.” 파출소에서 만취자의 난동장면을 TV를 통해 보던 분이 내뱉은 말이다. 요사이 주폭(酒暴)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주류산업의 영업매출대비 이익률이 국내최고여서 우리 주변에 술을 넘쳐나게 하고 있는 것과 음주문제에 관대한 문화적 특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300만명의 음주피해자가 있으며 50여 만명이 중독의 수렁에서 신음하고 있고 매년 음주의 직간접영향으로 5000여명이 사망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한해 음주로 인한 피해액이 2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피해다.

그럼에도 심각한 음주피해해결을 종합적으로 모색하는 기관은 국내 통틀어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재단)가 유일하다.

재단은 담배에 부과하는 건강증진기금을 술에 부과하려는 입법을 피하고자 국세청 주도하에 주류제조회사가 알코올문제전문 공익기관으로 2000년도 설립하였고 매년 50억원을 출연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은 예방, 치료, 재활, 연구사업을 하여 각 부문 연계사업으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개발, 사회에 전파하는 모델기관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매년 수만명이 재단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재단노동조합이 재단정상화를 부르짖으며 국세청 앞에서 집회 및  450여일째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국민약속인 재단사업과 출연금을 보장하란 것이다. 국세청은 재단설립이래로 퇴직관료낙하산을 임원들로 보내고 있으며 이들이 하는 일은 정상적인 사업을 방해하고 재단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세청퇴직관료 낙하산인 주류산업협회장이자 재단이사장은 임기 내내 재단건물매각, 병원사업 포기, 재활사업의 별도법인화를 추진하였으며, 재단 직원들의 반발을 사자 출연금을 빌미로 재단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세청이 재단을 파괴하는 이유는 주류제조업체의 면허권자라는 막강한 힘으로 재단임원을 독차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비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단은 2010년부터 출연이 중단되었고, 단체협약은 이유 없이 해지되었으며 국세청퇴직관료인 주류산업협회장이 현재 궐위상태인 재단이사장으로 들어오려 계속 시도하고 있다.
주류산업협회장, 전무, 재단이사장, 사무총장이 국세청퇴직관료낙하산이고 더욱이 주류산업협회장이 재단이사장을 지금껏 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재단노동조합이 집회를 통해 낙하산 근절을 외치면 국세청은 재단과 관계가 없다고 지금껏 오리발을 내밀었으니 재단임원들을 거둬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평소 재단사무총장은 자기는 국세청이 명령을 해야 그만 둘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재단사태의 주배후자인 국세청이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수 있는지 두고 볼일이다.

“재단 근처 고시원이 비싼데도 많은 알코올피해자들이 이용하는 것은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 얼른 재단에 뛰어가 상담을 하거나 재단건물이라도 보면 충동을 억제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단은 알코올중독자에게 그런 곳입니다.”

재단을 통해 7년째 단주에 성공하고 있는 알코올피해자의 말이다. 재단을 바라보는 수많은 알코올피해자들의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대조직인 국세청에 맞서 50여명 조합원의 투쟁으로 재단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낀다. 재단의 공익성을 지키는 것은 이제 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며 더 큰 연대의 힘이 절실하다.

재단노동조합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알코올피해자들을 위해서, 생활의 터전인 직장을 국세청의 마수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연대의 손길이 있는 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정철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