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노동자들 “비정규직·정리해고·국가폭력 없는 세상 만들자!”

▲ 차별철폐대행진단은 충북도청 앞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도심 행진을 벌였다. ⓒ윤성희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지역 12개 노동,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24일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운동본부가 첫 발걸음으로 충북지역 전역을 순회하며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단은 24일 청주에서 일정을 시작해, 충주(음성), 제천(단양), 영동지역을 나흘 간 누비며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외친다. <노동과세계>가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일정을 동행했다.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 일정이 7월24일 오전 10시30분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시작됐다. 2012 충북지역 차별철폐대행진 실천단 출범 기자회견. 짙은 파랑색 티셔츠를 맞춰입은 실천단이 도청 앞에 도열했다.

김성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 “온갖 차별이 난무해 민중의 분노를 만들고 있다. 오늘 민주노총 충북은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와 함께 차별철폐대행진을 하며 충북도가 비정규직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시종 도지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충북도는 얼마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는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자와 민중이 고통을 겪는다. 민주노총은 8월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을 위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서자!”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이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에 함께 했다. “충북지역 차별철폐대행진에 함께 해 기쁘다. 대행진은 서울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에서 하고 있다. 오늘 청주에서 이 차별철폐대행진을 하는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 서울시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다산콜센터 여성노동자들 노동실태를 조사하며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인 충북도청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 전체 비정규직을 없애는데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충북지역 차별철폐대행진에 함께 하겠다.”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충북, 도민 모두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 위한 대행진

이정순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충북평등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2012 충북지역 차별철폐대행진 실천단’ 출범을 알리고 “비정규직이 없는 충북, 정리해고가 없는 충북, 도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행진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도민이 의지를 모으려 청주(24일)→충주·음성(25일)→제천·단양(26일)→영동(27일) 충북도내를 순회하며 도민을 직접 만나고 내용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대책 수립을 위한 도민들 의견을 하나하나 모아낸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북도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이시종 충북도지사 면담을 재차 요구했다. 이시종 지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을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고, 정부는 올해 1월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공약과 정부시책 이행정도를 점검하고 종합적 대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 6월 운동본부가 지사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가 도민 전체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인만큼 빠른 시일 내 면담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 더위가 시작됐고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날인 24일 청주는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랐다. 일찌감치 떠오른 해가 하늘 한가운데로 다가갈 무렵 운동본부 성원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었다.

“간접고용 철폐! 직접고용 쟁취!”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불안 문제해결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진짜사장 이기용 교육감은 교섭에 나서라!”
“불법제조업 사내하청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
“노동법의 사각지대 청년아르바이트 최저임금·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일해도 가난한 비정규직 840만명, 비정규악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고용불안, 저임금? 진짜사장이 책임져라!”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정규직 비정규직 함께 가면 다 살고, 함께 못가면 다 죽는다"

행진 대오 중간쯤에서 머리가 희끗한 여성이 먼저 살갑게 말을 걸어준다. 조순형 청주도시산업선교회 대표. “옛날에 비해 달라진 건 물론 있지요. (비판하는) 말을 할 수 있고, 또 이렇게 행진도 할 수 있으니까... 노동조합도 하려면 할 수 있구요. 그런데 노동현장의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심각해요. 함께 가면 다 살고, 함께 못가면 다 죽는 거에요.”

그는 77년부터 청주에서 도시산업선교회 활동을 해왔다. “노동운동이 곧 인간화운동이고 사회운동이죠. 가장 취약한 계층, 가장 어려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이 대접받아야 합니다. 노동문제를 잘 푸는 것이 평등세상으로 가는 거에요. 그 속에서 종교의 역할,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을 찾아 해 왔어요.”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지역의 많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평등지부 청주대지회·서원대지회·충북환경분회·충북희망원지부,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충북지부·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택시지부 공민교통분회,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공무원노조 충북교육청지부,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등 지역 노동자들이 대행진에 앞장섰다. 충북참여연대 사회인권위원회, 충북청년유니온, 청주도시산업선교회, 사노위 충북지역위원회, 생태교육연구소 터,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진보신당 충북도당도 대열에 섰다.

▲ 매년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은 총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은 한 번도 이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윤성희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운동본부가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청주대학교. 매년 여름이 오면 청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여름 휴가 기대감이 아닌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숨을 쉰다. 매해 새로운 용역업체 사장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대학청소노동자들 현실이다. 청주대학교 측은 올해 어째서인지, 계약만료일인 6월30일이 훌쩍 지나도록 청소용역업체 선정 관련 공고조차 내지 않았다. 기존 업체 계약을 두달 더 연장했다는 이야기만 흘러나왔다. 청주대학교에서는 현재 고용불안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은 수년 간 일을 해도 매년 고용불안을 겪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청주대 총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투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15일 노조가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은 쌈 싸 먹어버리고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보장받자는 의미로 ‘최저임금 쌈싸먹기’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총장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러지 못했다.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은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고용불안 쌈 싸먹기’를 준비하며 또다시 청주대 총장을 초대했다. “청주대 총장님, 이번에는 꼭!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청주대 총장님, 이번에는 꼭! 밥 한 끼 먹읍시다!"

대학노조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이 대학 본관 건물 앞에 모였다. 이정순 충북평등지부 청주대지회장. “6월 말 계약만료인데 대학 측이 기존 업체에 8월말까지 연장을 요구했다. 조합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 두 달 만 더 연장된 상황이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최저임찰로 들어온 용역업체는 사람을 줄이려고만 한다. 취업규칙을 핑계로 정년을 강요한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청주대학교, 고용불안 없는 직장을 원한다. 8월 말 업체 계약만료를 앞두고 8월 초 최저입찰 공고가 날 것이다. 우리는 2007년 학교에서 먹고자며 투쟁해서 고용확약서를 받았다. 당시 32명 전원 고용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보장한다’로 받앗업야 했다. 2007년의 일이니 2008년부터는 아니라고 한다. 고용보장을 위한 우리 투쟁에 힘을 실어주시라.”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참가자들이 청주대 본관 총장실을 향해 외친다. “총장님, 보고 싶습니다!”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은 2007년 여름 계약해지에 맞서 한 달 넘게 총장실을 점거한 채 싸웠다. 집에도 안가고 버티고 앉아 완강히 투쟁하며 고용보장을 외쳤다.

"떳떳하고 거룩한 땀, 노동하며 땀 흘리는 이들이 이 시대 주인이다" 

김태종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상임대표(2012 충북지역 차별철폐대행진 실천단장·목사). “‘불한당’이란 말이 있다.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란 뜻이다. 땀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이들은 사우나에 가서 땀을 흘린다. 부끄러운 땀흘리기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을 만들기 위해 흘린 땀은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땀이다.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밥 먹을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밥을 먹으니 사회가 이 모양이다. 떳떳한 땀, 거룩한 땀을 흘리는 이들이 시대의 주인임을 밝혀내야 한다. 노동을 하며 흘리는 땀은 소중하다. 땀 흘리는 것을 천시하는 이들이 자기 삶이 부끄럽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우리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과 삶을 불안하게 해놓고 총장이 안정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불한당이다.”

‘고용불안 쌈 싸먹기’. 점심식사지만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일소하기 위한 행사인 만큼 그늘 한 점 없는 대학 본관 앞에 앉아 먹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모두 흔쾌히 즐거운 얼굴로 밥을 먹는다.

점심 도시락을 먹는 행진단 모두에게 삶은 계란도 하나씩 차례가 간다. 이 계란은 뭐냐고 물었더니 희망식당에서 삶아 가져온 거라고 한다. 청주에 희망식당 3호가 있다. 희망식당은 지난 3월 서울에서 해고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시작했다. 착한 사람들이 모여 깨끗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마음을 나누며 밥을 먹고 그렇게 모인 돈을 쌍용차 등 해고노동자들의 투쟁기금으로 전달한다. 1호점은 쌍용차 해고자들, 2호점은 콜트콜텍 해고자들, 3호점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 운영한다. 희망식당에는 좋은 식재료들이 기증돼 온다.

그 희망식당 3호점이 청주에 있다. 희망식당 3호점 점장인 조장우 씨. “청주 희망식당은 격주로 해요. 엊그제 일요일에 계란이 11판이나 들어왔어요. 유성 농성장이랑 와락에 보내고 오늘 차별철폐대행진에도 가져왔죠. 엊그제 희망식당 1일 호스트 하신 두 분이 오늘 여기 함께 하면서 오늘 새벽 5시에 삶았어요. 희망식당은 재료를 굉장히 좋은 걸로만 씁니다. 좋은 의미에서 하는 사업이고 그런 가치가 우리 먹거리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니까요.”

▲ 참가자들은 폭염을 고스란히 맞아가며 청주대 본관 앞에서 점심도시락을 먹었다. 이름하여 '고용불안 쌈싸먹기'다. ⓒ윤성희

‘고용불안 쌈 싸먹기’에 이어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로 이동한다. 충북본부 방송차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탔다. 전회련 충북지부 박미숙 부지부장과 한미정 사무국장, 채려목 조직부장. 박미숙 부지부장은 급식실 조리사이고, 한미정 사무국장은 과학실험실무원이다.

전회련 충북지부를 언제 만들었느냐고 물었더니 말이 끝나자마자 답변이 날아온다. “2010년 10월 29일이요! 우리 통장 비밀번호라서 외워요. 지금은 바꿨지만요.” 한미정 사무국장이 깔깔깔 웃는다.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함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구성해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 6월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84.9%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가해 92.6%라는 압도적 다수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전회련 충북지부는 충북교육청 앞에 1주일 간 천막을 치고 현장투표를 진행했다. 채려목 전회련 충북지부 조직부장. “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여기가 바로 현장이니까 여기 직접 와서 투표하자고 했어요. 주변에서 한 번도 안 해 본건데 투표율이나 맞추겠느냐고, 더구나 파업 찬반투표인데 되겠느냐고 했어요. 우리는 될 거라고 믿었어요. 됐잖아요. 줄 서서 투표하는 걸 보고 교육청 관계자가 오늘은 백몇명이 투표했다고 위에 보고하고 그러더라구요. 투표하는 조합원 수를 다 셌나 봐요.”

"이기용 충북교육감 교섭에 안나오면 파업 불사한다"

한미정 전회련 충북지부 사무국장이 학교비정규직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조합원들이 와서 한번 엎자고, 우리라고 맨날 밥만 하란 법 있냐고, 강하게 뭉치자고들 했어요. 동력은 급식실이에요. 사무직은 거의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뭘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급식실은 집단이잖아요. 그래서 서로 의지도 되고 단결하는 정도도 강력해요.”

행진단이 세 팀으로 나뉘어 선전전을 오후 2시 선전전을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서 땡볕이 더 강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성안길입구, 사창사거리, 공단오거리에 차별철폐대행진단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선전물을 돌린다.

공단오거리에서는 전회련 충북지부와 학교비정규직노조 충북지부가, 사창사거리에서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사노위 충북지역위원회, 충북청년유니온, 진보신당 충북도당이, 성안길 입구에서는 청주노동인권센터, 충북참여연대 사회인권위원회,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각각 선전전을 펼쳤다.

충북 청주에는 전자, 식품 관련 공단이 있다. LG화학과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 LG 계열사들이 있고, 하이닉스 매그나칩과 그 2차, 3차 하청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리온, 해태, 동원F&B, 정식품, 네슬레 등 식품회사 공장들도 있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 고용안정대책 마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든 박미숙 전회련 충북지부 부지부장(45세)이 공단오거리 한쪽 횡단보도에 자리를 잡고 섰다. 박 부지부장은 한 손으로는 피켓을 들고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보려 다른 한 손에 양산까지 들었다. 트럭을 몰고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파라솔을 치고 하세요. 이렇게 더운데 고생하십니다”라며 격려를 해 준다.

▲ 오후에는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다. ⓒ윤성희

지나는 시민의 격려가 박미숙 부지부장을 활짝 웃게 했다. 그는 14년째 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2,3년차 된 사람들이 맨날 아프다고 해요. 손가락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그러죠. 그러면 전 거기 아프고 나면 어디 어디가 아플 거라고 말해주죠. 급식실에서 일하다보면 물리치료는 기본이에요. 임금이 너무 낮아서 살기 힘들어요. 호봉제가 돼야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죠.”

충북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기에 이기용 충북교육감은 보수 중에서도 보수다. “이기용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을 사람 취급 안 해요. 급식실은 그래도 여러 사람이 같이 있으니까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데 그런 취급을 하도 오래 받다보니까 사서 같이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쥐죽은 듯 있어요. 우리는 이기용 교육감이 나와서 교섭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할 겁니다.”

"학교현장에서 움츠려 있던 우리가 노조를 하면서 날개를 달았어요"

박 부지부장은 지난 6월23일 서울역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 참가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고 말한다. “그렇게 많은 수가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감동했어요. 학교 구석에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움츠려 살았잖아요. 우리도 당당한 노동자구나, 우리가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우리는 노조를 하면서 날개를 달았어요.”

차별철폐대행진단이 선전전을 마칠 무렵인 오후 4시 경 성안길 입구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정몽구 구속 촉구! 사내하도급법 폐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정리해고 분쇄!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내하도급법 폐지와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윤성희

현대차 아산사내사청지회는 청주시민들에게 비정규직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서명을 요청했다. “사내하청 정규직화 파견법을 폐지하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현대판 노예제도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답게 살고싶다”, “한해 순이익 8조 비정규직 갈취하는 정몽구를 구속하라!”, “불법파견 사죄하고 현대차는 각성하라! 정규직전환 실시하라!”

서명운동에 열심히 임하고 있는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김종섭 조합원. 2010년 7월22일 울산공장 최병승 조합원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직후 집단가입이 쇄도할 때 그도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2010년 11월 지도부 파업지침에 따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그는 징계해고됐다. “대법에서 이겪을 때 (정규직화) 될 줄 알았어요. 현대차가 법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느꼈고, 자본가를 쉽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죠.”

현대자동차지부와 울산·전주·아산공장 비정규직3지회가 지난 21일 울산공장 앞에 모여 원하청 연대한마당을 펼쳤다. 김종섭 조합원을 비롯한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기가 크게 올랐다. “현대자동차지부가 같이 싸우겠다고 하니까 현장 조합원들 사기가 많이 올랐어요. 서명운동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고 계세요. 서명하는 분들이 ‘우리 아들도 비정규직’이라면서 힘내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올해 반드시 정규직화를 쟁취할 겁니다.”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함께 싸워 올해 정규직화 쟁취한다"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단이 오후 5시30분 성안길 입구에 집결했다. 첫날 마지막 일정인 문화제. 김태종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상임대표가 문화제 여는 말을 맡았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 땀 흘리는 이들이 흘리는 그 땀이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다. 얼마나 더 땀과 눈물을 흘려야 우리 시대 노동의 문제가 해결될지 정말 깜깜하다. 지치면 아무도 우리 편이 돼 주지 않는다. 비정규직 없는 그날까지 모두 힘내자.”

송성훈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장이 현대차 세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과 투쟁을 설명했다. “2010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이후 100명 이상 해고됐고 1000명 이상이 정직 이상 징계를 받았다. 현대차 원하청연대한마당을 계기로 올 하반기 큰 투쟁을 벌여낼 것이다.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다.”

충북청년유니온 성원들이 행진단의 피로를 풀어주는 편안한 공연을 펼쳤다.

충북청년유니온은 지난 6월26일부터 2주 동안 청주권 편의점 100개를 직접 방문해 노동실태를 조사했다. 청주시내 20개 이상 도에서 GS25,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등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태조사 결과 95개 업체가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었다.

충북청년유니온 "청주권 편의점 100개 중 95개 최임법-근기법 위반"

아르바이트생 평균연령은 20세, 평균시급은 3,800원이었다. 주휴수당과 야간수당 등 근로기준법에 들어맞는 기준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전국적으로 약 65% 이상 편의점들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95% 위반이라는 청주 실태좋사 결과에서 드러나듯 수도권보다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김주응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장 직무대행. “우리는 지난 6월27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지금도 파업 중이다. 우리 요구는 소박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하며 일한 후 정당한 임금을 제대로 받자는 것이다. 3만명이 아마도 연말까지 파업을 할 것 같다. 건설노조가 8년째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외쳐 왔지만 아직도 건설현장에서는 한 해 680~700명의 건설노동자가 죽는다. 오늘도 어느 건설현장에선가 노동자들이 죽었을 것이다. 건설현장 사망률은 일반사업의 3배에 달한다. 체불도 한 해 2조원 이상 발생한다. 노동자의 삶이 순탄치 못하다. 건설노동자의 40%가 신용불량자이거나 신용불량자 경험이 있다. 건설사 사장이던 이모씨가 승진해서 대한민국 사장이 돼 최고권력을 쥐고 나니 건설노동자들 삶은 10년, 20년 전보다도 못하다.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민주노총 8월 총파업을 앞서 치고 나간 우리는 반드시 올해 안에 요구를 쟁취할 것이다.”

김미경 전회련 충북지부장. “공공기관에 수많은 비정규직이 있다. 저는 급식실 영양사다. 오늘 외부온도가 35도면 급식실은 50도가 넘을 것이다. 급식실에서 일하다 화장실에 가면 온몸이 땀에 젖어 속옷이 안내려갈 정도다. 15년 급식실에서 일한 조리종사원 임금이 100만이 안된다. 본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 철폐는 대선후보나 공공기관장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싸워야 한다. 충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기용 충북교육감이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10월 총파업을 벌인다. 학부모들께서는 야속하다 하지 마시고 도시락 싸서 보내 주시고 우리 투쟁을 지지해 주시라.”

"안돼! 정리해고, 안돼! 비정규직, 안돼! 국가폭력"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일정이 끝나갈 무렵 대행진단이 나뭇잎 모양의 색지에 각자 소원을 써서 ‘희망나무’에 붙였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절절한 문구들이 씌어진 노란색 초록색 색지들로 아름다운 희망나무가 완성됐다.

“비정규직 없는세상 해고는 살인행위”, “학교비정규직 호봉제, 정규직화 원년으로~ 이기용 안나오면 총파업이다”, “비정규직 철폐투쟁 우리 자식에겐 비정규직 물려주지 말자”, “정규직으로 살고싶다”, “불법파견주범 정몽구를 구속하라, 비정규직 철폐!”, “늙는 것도 서러운데 비정규직 웬말이냐?”, “청주대 총장님! 우리 밥 같이 먹어요. 기다릴게요”,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었으면 좋겠다”, “안돼! 정리해고, 안돼! 비정규직, 안돼! 국가폭력”, “차별을 넘어 평등세상 만들어요”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펼치는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은 오는 27일까지 나흘 간 계속된다. 2일차인 25일 행진단은 음성군청 앞, 충주장터, 호암예술관 앞 등에서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선전전과 캠페인을 벌인다. 또 3일차인 26일은 제천·단양에서, 4일차인 27일은 영동에서 선전전에 이어 투쟁사업장 결의대회(금속노조 엔텍지회 앞)와 문화제가 마련된다.

▲ 첫날 마지막 일정은 문화제였다. 짝궁과 엄지손가락 싸움 후 안마해주기, 청년유니온의 공연 등이 참가자들을 웃게 했다. ⓒ윤성희

금속노조 충북지역 투쟁사업장 현황

이명박정부 5년차 충북지역 역시 노조탄압의 쓰나미를 맞았다. 유성기업 영동지회가 대표적 사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회사와 어용노조를 중심으로 한 현장탄압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투쟁하고 있다. 2012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에 즈음해 충북지역 금속노조 투쟁사업장들 현황을 전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정리했다.

□ 유성영동지회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요구를 내걸고 2011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심야노동철폐! 주간연속2대제 쟁취를 위한 유성지회 투쟁. 유성기업 노동자들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 노경팀 지배개입과 유성기업 사측 배후에서 어용노조가 생겼다. 현장에 복귀하기 위해 2011년 임금교섭을 복수노조 시행일 이전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교섭창구단일화를 실시했다.
당시 금속노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유성기업은 개별교섭을 통해 어용노조를 안착시켰다. 동시에 회사는 뒤에서 조합원 탈퇴를 협박하고 회유했다. 유성기업 영동공장은 직장폐쇄 철회 이후에도 11월2일까지 용역깡패가 정문을 통제하며 해고자와 징계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고 강제 교육을 했다.
복귀 이후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원직이 아닌 잔업과 특근이 없는 부서로 강제배치됐다. 사측은 어용노조 조합원과 차별을 일삼고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하는가 하면 각종 부당노동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과반을 점할 때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사측과 어용노조는 개별교섭에 합의해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는 것을 저지했다. 사측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생산직 조합원들에 대해 징계처분, 손배청구, 배치전환, 시간외근로 배제 등 위협과 회유를 통해 금속노조 탈퇴와 신설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 생산직 조합원만으로 신설노조가 과반을 점하기 어려워지자 올해 1월 초 50여 명 사무관리직 사원들을 신설노조에 집단가입시켰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289명, 신설노조인 유성기업(주)노조 조합원은 사무관리직 50명을 포함해 327명이 돼 유성기업(주)노조가 과반수 노조가 됐다.
복귀 이후 노동강도가 40%이상 올라갔고 공장에 재고물량이 쌓이자 회사는 유휴인력 운운하며 구조조정 소문을 퍼뜨렸다. 이어 일방적으로 노조와 합의 없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순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용노조는 최근 직권조인을 통해 인사 및 징계에 대한 단체협약을 개악했고, 성과급 및 무파업타결금으로 지회조합원을 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성영동지회는 2011년 임금교섭을 지금도 진행 중이며, 직장폐쇄 이후 벌인 파업찬반투표에서 90% 넘는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지회는 5월18일, 7월13일, 7월24일 세 차례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회사가 지회 파업을 불법으로 몰며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징계 및 손배 협박과 더불어 무쟁의타결금 100만원을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유성영동지회 조합원들은 굴하지 않고 힘차게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지난 7월 초부터 서울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농성투쟁을 통해 현대차의 부품사 노사관계에 대한 지배개입을 사회화해 정몽구와 유시영을 국정감사에 불러들이는 것과 더불어 심야노동철폐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 엔텍지회
충북 영동 소재 엔텍은 70여 명 노동자가 싱크대 후드를 제작하는 중소 사업장. 복수노조 시행 첫날인 2011년 7월 1일 엔텍에 복수노조가 생겼다. 엔텍 복수노조는 사장 조카가 핵심이 돼 사무관리직으로 만들어졌다.
금속노조 엔텍지회는 2011년 3월부터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복수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적으로 하게 됐다. 지회는 법원에 교섭응낙가처분을 신청해 1년 만에 교섭권을 인정받았고 2012년에 돼서야 2011년 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사업장 내 2개 노조에 대한 개별교섭을 인정하지 않고, 올해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행했다. 최근 어용노조 핵심인 사장 조카가 조합을 탈퇴한 상황에서 지회는 확대간부 파업 및 매주 화요일 조합원 총회와 집중집회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보쉬전장지회
보쉬전장지회가 지난해 연말 성과급 관련 투쟁을 진행하던 중 회사가 복수노조를 만들었다. 회사는 창구단일화 절차 기간을 어겨 어용노조를 안착시켰고, 금속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지회장을 해고했다. 직장들을 중심으로 어용노조에 집단가입을 하는 한편 금속노조에 남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될 거라면서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회사는 또 기존 단협상의 노조활동을 부정하고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어용노조가 과반이 안되자 회사는 개별교섭을 진행했으며 최근 어용노조 임단협을 타결했다. 금속노조 임단협 교섭에는 형식적으로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회는 회사의 노조를 탄압하고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심지어 정문 공사를 통해 I․C 카드를 설치하려고 한다. 보쉬전장지회는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콘티넨탈지회
콘티넨탈은 지난해 말 라인배치 시 조합원 동의를 얻고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단협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라인변경 및 재배치를 시도했다. 이에 콘티넨탈지회는 조합원 간담회와 부서자체 투쟁을 통해 라인재배치를 중단시켰다.
지난 5월 주말야간 특근 중이던 조합원이 일찍 퇴근한 후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는 근태기강을 확립한다면서 기존 라인재배치 투쟁을 벌인 조합원을 징계한데 이어 60여 명 조합원들 징계를 협박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7월2일 조정신청을 하고 7월12일 본조정 회의를 했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노동조합의 교섭요청에 따른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회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행정지도를 내렸다.
사측은 금속노조 7월13일 총파업투쟁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하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징계 및 손배를 협박하고 있다. 콘티넨탈지회는 7월20일 2차 파업을 벌이고 잔업 및 특근 거부 투쟁을 진행 중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