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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것 없는, 그보다 겁 없는 택시기사다. "우리 같은 큰 회사랑 싸울 수 있겠느냐"는 비웃음이 무색하게 삼성 백혈병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그도 삼성에 굽힌 적이 있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을 얻은 딸이 살아 있을 무렵이었다. 삼성 측은 산재 신청을 취소하고 침묵하면 치료비 5천만 원을 준다 했다. 그마저도 말 바꿔 5백만 원을 내밀었다. 속에 천불이 나더라던, 그 돈 다 내던지고 싶었다던 아버지는 입술 깨물고 돈을 받았다. 자존심보다 죽어가는 딸의 치료비가 절실했다. 딸은 끝내 아버지 택시 뒷좌석에서 눈을 감았다. 민머리 수척한 얼굴로 사진 속에만 남았다. 그래도 아버지에겐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고운 "우리 유미"다. 웃는 듯 우는 듯 부르는 "우리 유미"와 지금도 쓰러져가는 수많은 "우리 유미"들의 사연을 담아 아버지 황상기 씨의 눈이 묻는다. 더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6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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