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정 앞, 그가 술 한 잔 올렸다. 바닥까지 온 몸 낮춰 깊은 절 두 번 올렸다. 스물 두 명 그림자에 눈 스물 두 번 맞췄다. 들리지 않는 말들 오래도록 건넸다. 대한문 분향소에 오기 전 출근투쟁을 하러 간 공장 앞에서 퍽 눈물이 나더라 했다. 도망치듯 고개 숙이는 이들이 안쓰러워서, 그보다 더 인사해오는 이들이 따뜻하여서. 이날은 8월 6일, 쌍용차 옥쇄파업을 끝낸 날로부터 딱 3년이 지난 날이다. 그의 말처럼 노동자답게 사는 길이 험준하여 누구는 죽고 누구는 길 위에 살고 그는 갇혀 지냈다. 이들이 3년만에 함께 마주한 세상은 또 다른 감옥이 될까, 아니면 햇살 비추는 광장이 될까. 그는 내내 말이 적었다. 돌아서다 다시 영정을 돌아보는 등에 오래도록 그늘이 졌다. 그러나 이날 아침, 이 문제는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걸 다시금 절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답을 현장에서, 조합원 마음에서 찾겠다 했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 한상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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