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거울에 감춰진 사랑의 형벌 ‘히든페이스’

인간이 가장 궁금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의 확인이 아닐까싶다. ‘사랑해’라는 말 자체로도 사랑은 신뢰를 얻는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없을 때를 상상하곤 한다. 그때 그 사람이 얼마나 슬퍼할 것인지, 언제까지 기억해줄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그렇다. 사랑을 확인하고픈 여성의 심리를 잘 파헤친 영화 ‘히든페이스’가 새로운 시도와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관객들을 가둬놓는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드리안과 여친 벨렌은 연인 사이다.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부하 단원이 나타나면서 벨렌은 둘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벨렌은 셀카 동영상 한편을 남기고 사라진다. 실의에 빠진 아드리안은 백방 수소문해보지만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던 중 아드리안은 자주 가던 바의 직원 파비아나를 만난다. 아드리안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된 파비아나는 집에서 정체모를 존재에 대해 의심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스릴과 묘미는 거울과 배관에 있다. 자신을 비쳐보는 거울은 동시에 타인이 나를 훔쳐보는 스크린이기도 하다. 거울은 정체성의 시작점이고 직관적 확인경로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잣대로도 작용한다. 자신의 욕망에 대한 성찰은 거울을 통해 철저히 검증받는다. 탈출할 수 없는 밀실 배관은 자신의 존재를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이기도 하다. 배관의 진동을 통한 물결파문은 절망의 에너지를 압축적 이미지로 응집한다.

이 영화의 독특함은 사랑을 다루는 관점에 있다. 사랑은 그저 원만하고 행복한 ‘러브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확인하려는 욕망과 심리는 스릴러의 원천이 된다. 특히 이 영화는 여성의 관점에서 사랑의 형태를 바라본다. 우연히 밀실에 갇히게 된 시도의 결말이 결국 다른 여성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남자로 인한 사랑의 형벌은 고스란히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몰카와 관음 문화의 욕망적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구조적 상상력과 형벌을 부여한다. 나치 전범의 도피처로 만든 밀실구조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욕망을 확인하는 장소로 변해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곧 형벌이다. 욕망할수록 형벌은 피할 수 없는 대가로 주어진다. 심지어 두 여인 벨렌과 파비아나에게 내려진 사랑의 형벌은 나치의 범죄적 유형으로 은유되고 대치된다.

사랑을 시험한 대가는 혹독하다. 눈에 사라지는 순간 사랑은 식는다. 의심과 확인은 배반이율적이다. 여성들의 냉정함이 서로의 욕망을 거세한다. 남자에 대한 평가는 내려놓는다. ‘감춰진 얼굴’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와 피아노의 선율에 따라 타고 넘을 뿐이다. 사랑과 쟁취, 그리고 욕망이 벽거울과 밀실 배관구조를 타고 삼각관계를 가둬버린 최고의 반전 영화임에 틀림없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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