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도 못가고 3년간 임금동결...28일 오전 대학본관 로비 점거

▲ 8월 29일 오전 덕성여대 청소,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덕성여대 본관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윤성희

덕성여대에서 청소, 경비, 시설, 버스운전 등 일을 담당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45명은 오늘(28일) 오전 8시부터 학교 측에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애초 노조는 오늘은 조금 느슨하게 부분파업과 태업형식으로 투쟁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학교와 용역업체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현장판단에 따라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며 폭염 속에 여름휴가도 못갔고, 3년 간 임금이 동결되는 상황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파업을 시작했다.

28일 오전 10시 경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은 학교 정문 대학본관 건물 내 행정실 총무처 앞 로비를 점거한 채 집회를 갖고 있다. 평균연령 50대 중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쌓이고 쌓인 분노를 표출하며 대학 측을 향해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청소와 경비, 시설을 관리하고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나섰지만 대학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용역업체는 아예 현장에 얼굴도 비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덕성여대분회, 동덕여대분회가 2012년 임금 및 보충협약 공동교섭을 벌였다. 동덕여대는 일찌감치 잠정합의를 했고 조합원들도 이에 찬성했으며 어제 밤 늦게 원청인 학교 측 이사회가 이 합의를 최종승인했다.

그러나 덕성여대는 미화직 임금은 인상해도 다른 비정규직 임금은 순순히 인상할 수 없다며 버텼다. 같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경비, 시설, 버스 노동자를 더 차별하겠다는 것. 물가폭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교는 버스운전, 시설관리 노동자들에게 3년 간이나 임금동결을 강요했다.

덕성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 월드와이드서비스코리아는 “경비직은 감시단속이라 휴가가 없다, 휴가를 간다면 사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올해 여름 35도 폭염 속에 여름휴가조차 못 가게 했다.

동덕여대, 이화여대, 연세대, 경희대는 물론 비정규직 탄압으로 유명한 홍익대조차 단협에 따라 보장하고 있는 휴가를 덕성여대 용역업체가 금지하고 나선 것. 월드와이드서비스코리아 교섭 대표는 무성의한 태도로 교섭을 해태하며 경비 노동자가 휴가가는 것이 법 위반인양 위협하기까지 했다.

학생들 통합을 책임져야 하는 버스 노동자는 하루 10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지만 그나마 받던 수당은 오히려 줄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주 6일 동안 야간에만 근무한다. 휴일, 공휴일도 없이 일했고 휴가 한 번 가지 못했다.

▲ 8월 29일 오전 덕성여대 청소,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덕성여대 본관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윤성희


이에 덕성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악질 용역업체와의 교섭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학교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덕성여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총 70여 명이며 이 중 45명이 덕성여대분회 조합원이다.

덕성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초 오늘 파업 출정식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큰 비가 올 것으로 예상돼 집회를 내일로 미뤘다.

덕성여대분회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서비스지부 등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와 상황을 공유하며 학생들 선전물을 통해 파업투쟁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문을 게시했다.

김윤수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서비스지부 조직차장은 “대학 측의 방관과 용역업체의 비인간적 착취 속에 고통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투쟁에 나섰다”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