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밀매 둘러싼 최초 범죄스릴러 ‘공모자들’

생명의 연장은 축복인가? 단순히 보면 축복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누려야 할 삶이 확대됐지만, 삶의 질이 함께 좋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래 살면서 고통스러운 측면도 있다. 최근 희대의 살인마 오원춘 살인사건이 떠들썩했다. 인육매매, 장기밀매에 대한 의혹 자체가 충격이었다. 영화 ‘공모자들’이 그 실체를 해부한다.

중국 웨이하이행 여객선에 오른 상호(최다니엘)와 채희(정지윤). 둘만의 첫 여행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그날 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여객선 안에서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여행 중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도, 아내의 물건도 모두 사라진 것. 게다가 탑승객 명단에조차 아내의 이름이 없다.

몇 년 전 한 신혼부부가 중국 여행 중 아내가 납치당했는데, 두 달 후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가깝고 왕래가 많은 중국을 사이에 둔 일이다. 실제로 20대 여성의 몸에 있는 장기를 모두 팔면 10억 이상이 나온다고 한다. 장기이식이 절실한 환자, 합법적인 장기 공급의 절대적 부족. 이로 인해 법망을 피해 형성된 끔찍한 장기밀매 시장. 영화 ‘공모자들’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잔인하고 섬뜩하다. 일반 슬래셔 무비와 다른 점은, 현실가능성의 무게다. 잔인한 도구가 따로 필요치 않다. 수술장비, 메스 정도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장기적출에 쓰이는 의학용 도구가, 위협 살인도구로 십분 발휘된다. 여객선 사우나실을 장기적출 장소로 설정한 대목도 특별하다. 휴식과 청결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 오히려 수술대로 둔갑했다. 날 선 비명을 지르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긴장감을 극도화한다.

긴장감 못지않게 액션도 볼거리다.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생동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다. 실제 난투극을 방불케 하는 생활형 액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불필요한 동선, 동작은 배제하고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다. 실제로 임창정은 촬영 도중 갈비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뼈가 채 붙기도 전에 차량 본네트에 매달려 질주하는 카액션을 안정장치 없이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청부살인을 주제로 한 영화 ‘황해’가 떠오른다. 범죄는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엔 희생해도 되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 ‘공모자들’은 구조화된 기업형 장기밀매의 실체를 다룬 최초의 한국영화가 아닐까싶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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