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공장 앞 굴다리 매달려 목에 밧줄 건 채 목숨 건 고공농성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40세)이 11월3일 현재 14일째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 매달려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지난 2일 충남 아산 둔포면 운용리 농성현장을 찾아가 홍 지회장을 만났다. 유성기업 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 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홍 지회장은 목에 밧줄을 건 채 유시영 유성기업 유시영 사장 구속, 어용노조 설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굴다리 옆 고가도로 차선 갓길에 서서 천막을 들추자, 지름 20cm 정도 남짓 되는 구멍으로 지회장 얼굴을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겨우 인터뷰 할 수 있었다.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절규하는 홍종인 지회장의 목소리다.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손바닥보다 조금 큰 구멍을 통해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있다. 먼저 건강상태가 어떤지 걱정된다 = 움직이는 공간이 좁아 소화가 안되고 허리와 무릎이 아픈게 좀 힘들다. 아직 눈이 크게 온 것도 아니고 조금 춥긴 하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저보다 저 밑에서 집에도 못가고 지키는 동지들이 더 힘들 것이다. 왜 집에 안가느냐고 했더니 지회장이 내려오기 전에는 집에 안 가겠다면서 상집과 친구들이 저를 지켜주고 있다. 간부와 조합원들이 집에 못가니 오히려 가족들이 여기로 찾아와 만난다.

제 집 사람도 자주 온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문자를 보내 건강이 어떠냐고 묻고 걱정한다. 집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다. 집사람이 여기 와도 똑바로 쳐다보질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아직 제가 여기 있는 걸 모른다. 제가 지회장이다보니 수련회 같은 걸 자주 가는데 그냥 출장간 걸로 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아이를 데려올지도 모르겠다.

여기 있으면서 출근할 때, 점심시간에, 저녁 퇴근시간에, 잔업 끝나고, 야간 출근투쟁 때 등 우리 조합원들을 하루에 다섯 번 만난다. 이제 낮이 짧아져서 6시쯤이면 어둑어둑해지는데 밑에 있는 조합원들 얼굴이 잘 안보이면 목소리와 형체로 확인하고 인사를 주고 받는다. 조합원들 한명 한명씩 다 불러주면 모두 제게 와서 첫 인사로 밥 먹었느냐고 묻는다. 차마 못 쳐다보고 그냥 이 주변을 맴돌다 가기도 한다.

동료와 선후배들이 며칠 간 집에 가질 않길래 왜 안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너 내려올 때까지 안 간다”고 했다. 한 후배는 술 마시고 찾아와 울면서 “진짜 현장에서 힘들었는데 형 때문에 다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열심히 싸울테니 믿어 달라”고 했다. 형들도 와서 “내가 한 게 없어 미안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찡 하다. 현장 조직력이 다시 살아난다고 전해 들으니 정말 고맙고 눈물이 솟는다.

야간 노동을 끝내고 아침에 나와서 낮까지 밑에 있다가 가는 조합원도 있다. 밤새 있다가 밥 먹고 쓰레기 다 분리수거해서 태우고 치우고, 점심 때가 돼서야 야간 들어가기 전에 잠자러 간다.

제가 복이 많은 건지, 우리 조합원들 마음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제가 여기 올라와서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가슴에 새기는 것도 많다. 점심 때 찾아오는 조합원들은 문자로 뭐 먹을거 필요하냐고도 한다. 그런 전화와 문자 연락을 하나하나 받을 때마다 과연 제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한다.

심지어 어용노조 조합원들에게서도 미안하다면서 전화가 온다. 그런 사람들을 들이밀어 막고 협박하는 유성자본과 어용노조에게 분노가 치솟는다. 노동자들을 그렇게 힘들게 하면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기에 그러는가? 노동자 피를 빨아 이윤을 남기는 것만 해도 그들 삶을 죽이는 건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악질자본의 끝이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유성기업 사태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 직장폐쇄를 할 때부터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것이 확실히 느꼈다. 그러니 회사는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사실이 드러나도 그 잘못을 시인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

어제 사측이 공고문을 붙여 자기들은 어용노조에 지배개입하지 않았고 민주노조가 오히려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로는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면서 중노위, 지노위, 천안지방법원이 부당징계, 불법해고라고 판정한 것을 이행하지 않고 대법까지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측이 법과 원칙을 주장하며 떠드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고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 다시 예전의 제대로 된 노사관계로 돌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국정감사 이후 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전혀 없어 보인다. 노동부는 창조컨설팅만 건드릴 뿐 사업주 처벌이나 후속대책은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국회도 이후에 하겠다는 말 뿐이다.

국정감사 이후 후속조치와 구체적 방안이 나왔어야 했다. 노동부는 꼬리자르기 식으로 사용주 처벌 일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칠 뿐이다. 용역경비에게 300억 넘게 주고, 창조컨설팅에 몇 십억을 준 사용자에 대해 과태료와 벌금 몇천만원만 부과했을 뿐이다. 그런 몇 푼 안 되는 처벌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용자 처벌이 문제가 아니고 잘못된 복수노조법을 악용해 어용노조에 지배개입하는 자체를 바꿔야 한다. 확실하게 조치해서 어용노조 설립을 취소해야 한다. 노동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노동법 재개정 투쟁을 하자고 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재개정투쟁을 하자고 했지만 산별의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노동부도 그에 대한 대처를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유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각지 모든 사업장에서 변호사와 노무사들이 관련돼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일삼고 있다. 사업장들이 모두 하나가 돼서 재개정을 요구하고 어용노조 설립을 취소시켜야 한다. 사용자 처벌은 당연하다. 노동부와 법원은 금지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조파괴가 진행되는 사업장이 있을 것이다.

▲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강한 바람이 불고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 ⓒ 변백선 기자
△어떤 마음으로 여기 고공농성을 시작했나? = 저는 이 악질자본과의 투쟁은 간부의 투쟁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현장 조합원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투쟁하는 것을 사측은 가장 우려하고 싫어할 것이다. 그것을 현장에서부터 다시 조직하려면 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했다.

이는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다. 창조컨설팅 문건을 통해 민주노조 자체를 깨기 위한 모든 계획이 수많은 사업장들에서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유성기업에서 가장 많은 문건이 나왔다. 노동부가 창조컨설팅 허가를 취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주 처벌과 재발방지에도 나서야 한다.

사측이 이를 부인하고 노동자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현실에서 더 이상 회사 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현장투쟁만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봤다. 여기 오르며 이것이 굴다리투쟁에 그치지 않고 현장투쟁으로 일어서서 굴다리로 이어지고 유성자본과 조직적으로 싸울 힘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유성투쟁 하나만이 아니고 민주노조를 박살내려는 악질자본에 맞서 조직을 일으키고 그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이 땅에서 어용노조와 사측의 지배개입 자체를 없애야 한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여기 올라왔다.

▲ 목숨 건 고공농성을 벌이는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의 작은 공간. ⓒ 변백선 기자
△지회장 고공농성으로 인해 현장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는데 = 제가 여기 올라오지 않았다면 사측은 이 국면을 모면했을 것이며 이후 우리 문제는 묻히고 여론의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성기업 노동자들, 우리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힘들게 탄압받으며 정년까지 자본이 원하는 꼭두각시 기계로 살 수밖에 없다.

밤샘 노동 철폐를 외치다 현장에 들어간 조합원들에게 사측은 잠잔다고 사진을 찍고 경고장을 날린다. 핸드폰만 만져도 경고장을 날린다. 업무지시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것에 징계를 압박한다. 예전에 없던 사업장 내 관리력을 회복하겠다고 사측은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 조합원을 핍박하고 있다. 징계권을 들이대며 조합원을 협박하고 위축시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휴게시간이 따로 없다. 라인을 타는 것이 아니라 자기기계를 만지기 때문에 물량을 다 하고나서 쉴 수 있게 돼 있다. 지금은 담배도 못피게 한다. 관리자들이 시키는 대로 생산물량에만 치중해야 하는 현장이 돼 버렸다.

어용노조가 단체협약 상 징계권을 남용해 대폭 수정했다. 사측이 자율적으로 해고를 남발할 수 있게 해고권한을 사측에 줬다. 징계위원회는 노사동수로 하고 2/3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항목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노조가 해고를 아무리 반대해도 사측이 징계권과 인사권을 쥐고 구조조정이 아닌 다른 논리로도 해고할 수 있게 됐다.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배와 동료들이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게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정치인과 다를게 없다. 노동자가 힘들게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만들어내면 그때서야 개입해서 투쟁을 이끌려고만 한다. 모든 사업장들이 사전에 용역이 언제 치고 들어올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무조건 중앙집중만 해서 현안을 크게만 가져가려고 할 뿐 조합원의 요구와 물음에 답변을 주지도 확신을 심어주지도 못했다. 중앙으로 끌어모으고 중앙사업으로 가져가도 각 지역 현장 사업장들이 결집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총연맹 중앙이 결국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와 투쟁들에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갖고 중앙으로 끌어모아 함께 해야 한다.

금속노조 7기 지도부 2년차다. 아직 해야 할 사업이 많다. 투쟁사업장은 위원장만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부위원장을 담당으로 정해서 말뚝을 박아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전술을 논의하고 이후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지침을 내려 중앙으로 모이라고만 해선 안된다.

올해 민주노총 총파업이 총파업이 아니었듯이 이후에도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 여부는 현 집행부가 어떻게 현장에 적극 다가서고 현안을 안고 고민하는지 그 모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유성투쟁도 마찬가지다. 결국 유성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 각지에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실제 자행되고 있다.

이명박정권이 자본을 비호하며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는 전말이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업장 하나하나를 두루 찾아가 살피고 노동자들 힘을 모아 전국적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저는 그렇다. 노조파괴 시나리오 이후 금속노조 조합원이 15만이던 것이 지금은 13만으로 줄었다. 내버려두면 반토막이 되고 반의반토막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이것을 수수방관하면 도대체 조직을 어떻게 믿고 미래를 바라보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사내하청, 현대차 비정규직, 공무원노조, 정리해고 사업장 등 노동자들의 투쟁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요구를 각각 다르지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노조를 깨려는 악질자본의 만행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모든 흩어진 사업장의 요구를 단일하게 모으고 중앙사업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각계전투하는 사업장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역에서 일개 사업장에서 외롭게 투쟁하게 내버려두는 우리 상급단체들, 총연맹과 금속노조를 믿어야 하는가.

유성현장을 보면 알 것이다. 금속노조 중앙이 내려와 상주하지 않는다. 울산 철탑에는 상주하겠는가? 쌍용차에는 있을까? 산업은행 앞 공무원노조에는 있을까?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함께 싸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왜 투쟁하는지, 어떻게 싸우는지, 요구는 뭔지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중앙에서 전화로 확인하고 보고받고 그걸로 어떻게 사업을 하는가? 지역현장을 커버하려는게 아니라면 임원과 간부는 뭐하러 뽑는가?

현장이 아닌 활동가 중심, 활동가 위주의 투쟁이라면 활동가들을 날리고 제압하면 현장은 언제든 깰 수 있다는 것이 자본의 논리다. 이제 바꿔야 한다. 집행부는 더 이상 깡통노조, 자판기노조 소리를 듣지 않도록 현장을 일으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제가 집행부에 들어가며 다짐한 것이 있다. 절대로 선배들이나 집행부에 의한 집행부가 아니고 조합원에 의한 집행부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제가 보기에 대부분은 조합원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자신들과 그에 동조하는 이들만을 위한 집행부였다. 현장은 조합에 와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고, 조합은 사측과 붙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속빈 깡통조직, 알맹이 없는 강정 같은 조직이 됐다.

저는 외부의 누구던, 활동가들의 제기는 안건으로만 듣고 조합원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주관적 생각을 갖고 독단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의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들 입장에서 사업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제 소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활동가들만 데리고 조직을 유지하고 총파업을 할 것인가? 파업을 해도 조합원들은 안나오고 그들만 나온다.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 모두 현장 활동가가 돼서 같이 해야 한다.

저는 이번에 자본이 허점을 보고 밀고 들어온 것에 맞서 현장을 재조직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각오로 여기 올라왔다.

여기 올라오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지회장은 현장순회와 외부 일이 많으니 안된다고, 못한다고 했다.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상집과 대의원 모두가 다 지회장이다. 그들이 현장에서 조직해서 투쟁을 만들어 집행해야 한다.

단지 집행부가 지시하며 움직이라고 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것은 민주노조도 아니고 투쟁도 아니다. 조직도를 보면 가장 위에 조합원이 있고 그 밑에 대의원-상집-임원이 있다. 조합원은 항상 임원보다 그 누구보다 위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마치 무슨 정치권 놀음하듯이 권력이라도 가진 양 조합원에게 지시하고 조합원을 움직이려고 하면 안 된다. 생각을 바꾸고 판을 바꿔야 한다. 지회장이라는, 임원이라는 사람들은 현장투쟁을 책임지고 사측과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 집행하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닌데 권력이라도 쥔 양 그래선 안 된다.

노동조합이 그러는 한 사측의 기획되고 의도된 탄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분열되지 않게 바로잡아야 한다. 욕을 먹을지 모르나 되도록이면 지회장은 다른 간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함께 문제를 처리하게 해야 한다. 혼자 다 하면 그들은 허수아비가 된다.

현장투쟁이 뭔지조차 잊혀져가고 있다. 유성투쟁도 현장이 싸우지 않고 뭐든지 집행부가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집행부가 하는 것을 조합원은 바라보고 평가만 하고 그래선 안된다. 현장이 투쟁하면 집행부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현장과 함께 싸우지 않고, 다 아는 듯이 회의에서 떠들고 말로 머리로만 조합원을 움직이려고 해선 안 된다. 실천투쟁은 진짜 실천으로 하는 투쟁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놓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때도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공유가 되지 않았다.

현장투쟁이 사라지면 자본은 그걸 기회로 삼아 치고 들어온다. 현장이 무너진다고 확신하고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제라도 확실한 현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목에 밧줄을 건 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 ⓒ 변백선 기자
△어용노조와의 갈등이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 저의 신조 중 하나는 적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내게 나쁘게 한다고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으로 안을 수 없다.

유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고 어용노조로 간 이들을 머리로는 받아도 가슴으로는 못 받는다고 조합원들은 말한다. 가슴으로 받으려면 그들을 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 해고자들도 그렇고 투쟁과정에서 경찰이면 무조건 나쁘다고, 우리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다 나쁘고 적이라고 말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경찰이야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니 경찰 윗 사람들을 욕해야지 우리와 대립하는 경찰에게 그래선 안 된다.

지금도 어용노조 조합원 중 누가 다시 우리에게 오면 절대로 못 받는다고, 차라리 자신이 나간다고도 한다. 그렇게 다 적으로 생각하니 우리 마음도 병들어간다.

유성자본을 확실하게 이기려면 그래선 안된다. 조합원들은 자의적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다. 사측이 의도적으로 가르고 노노갈등을 획책했다. 한가족이 돼야 유성투쟁을 완벽하게 승리하는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끼리 싸워서 뭐하는가? 우리 적은 사측뿐이다. 모든 것을 기획하고 용역을 불러 두들겨패고 다 누가 했는가?

다시 한가족이 돼서 내년 3~4월에 회사 체육대회나 야유회를 할 때 모두가 다시 한자리에 모여 오늘을 말하며 웃으면 좋겠다.

▲ 홍종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장이 3일 오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쪽 6m상공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판자 위 천막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유성지회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조합원들에게 정말 고맙다. 집에도 못 가고 저 밑에서 밥 먹고, 천막생활을 하며 고생하는 간부들에게도 고마울 뿐이다.

저를 올려놓고 걱정하면서 회의하고 고민하며 열심히 투쟁할 것을 다짐하는 동지들을 저는 믿는다. 유성자본을 박살내고 우리 투쟁이 승리할 것을 저는 확신한다. 우리 투쟁은 조합원들이 희망을 갖고 다시 제대로 일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 투쟁의 깃발은 올랐고, 승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박차를 가해 투쟁하자!

▲ 6m 상공위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 중인 홍종인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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