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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현대차 울산공장 불법파견 철탑농성 31일차비정규직지회 “투쟁하는자 쟁취한다!” “현대차 미묘한 입장변화 보여”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국장이 현대차 울산공장 중문 주차장 철탑에 오른 지 11월16일 현재 31일차가 됐다. <노동과세계>가 울산공장 포위의 날 하루 전인 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장을 찾아 고공농성 중인 두 조합원을 전화로 인터뷰하고 농성투쟁을 지키고 보살피는 비지회 조합원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이 거센 바람에 펄럭인다. 31일째 농성 중인 최병승, 천의봉 동지가 얼굴이라도 내밀어줄까 싶어 철탑을 올려다 본다. ⓒ 변백선 기자
11월16일 오후 1시경,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중문 앞 주차장. 가까이 다가가자 높이 30m 가량 되는 송전탑 주변에 오색 깃발과 현수막들이 부쩍 눈에 띈다. 파란색 천막들을 넘어 철탑 농성장에 도착했다.

먼저 철탑 농성장을 올려다본다. 지상에서 20m 쯤 높이 송전탑 중간에 철판이 놓여있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농성장이 보인다. 받쳐주는 힘이 괜찮을까 싶게 위태로워 보이는 농성천막에 붙은 붉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 저 위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두 동지가 31일째 지내고 있다.

그 밑 지난 10월17일 밤 한 시간여에 걸쳐 최병승, 천의봉동지가 처음 올라 자리를 잡았던 15m 20m 높이에 두 개의 나무 판자가 아직 남아있다. 혹시 얼굴이라도 내밀어줄까 싶어 밑에서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이곳 현대차 중문 주차장은 거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많이 부네요.”
조합원들이 말한다. “여기는 24시간 이래 바람이 불어요. 저기 저쪽이 바다에요. 울산 앞바다 아잉교? 지금은 그래도 (바람이) 덜한 편이에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투쟁조끼를 입거나 사복을 입은 조합원들이 드럼통에 피워놓은 난로 주변에 모여 있다. 인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비정규직회 상황실과 주방천막이 있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 깃발이 꽂힌 10여 동의 천막들이 농성장을 에워싸고 있다.

농성장 주변에는 수십개 현수막이 나붙었다. “불법파견 자행하는 정몽구를 감옥으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쟁취하자!”, “자본의 기만과 폭력을 부수고 원하청 공동파업으로 달려가자!”, “비정규직 철폐! 정몽구 구속!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최병승 천의봉 동지 힘내라!”

위에 있는 동지가 냅다 소리 질러 누군가를 부른다. “OO야~!”
밑에 있는 OO씨가 위쪽을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왜?~”
위에서 내려오는 장난스러운 대답. “그냥 불러봤어!”
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웃는다.

▲ 철탑 바로 옆 철로를 지나는 기차가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을 향해 힘내라는 의미로 경적을 울리고 있다. 한 조합원이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여기 철탑 농성장 지나면서 힘내라고, 연대의 의미로 저래 빵빵 해주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 변백선 기자
바로 그때 바로 옆 철로를 지나는 기차가 길게 경적을 울린다. 그러자 철탑 위 두 동지가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든다. 밑에 있는 사람들도 기차를 향해 손을 마구 흔든다.

“저기요... 왜 손 흔드시는 거에요?”
“연대에요.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여기 철탑 농성장 지나면서 힘내라꼬, 연대의 의미로 저래 빵빵 해주는 거에요.”

맞다. 여기 농성장에 와서부터 바로 옆 철로를 기차가 지날 때마다 경적을 울린다. 20분 정도 간격으로 계속해서 기차가 지날 때마다 농성장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흔든다. 활짝 웃는 얼굴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연대의 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후 2시30분 쯤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노동과세계>입니다. 뭐 하고 계셨어요?”
“네, 트위터 하고 있었어요.”

“두 분 오늘로 31일째 고공농성 중이세요. 건강상태는 어떠세요?”
“특별한 이상은 없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이하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 인터뷰 전문은 별도 기사로 게재)

드럼통 난로를 여기저기 손보느라 여념이 없는 한 조합원에게 말을 걸었다. 전홍주 조합원(34세)는 지난해 2월25일 해고됐다. 2010년 25일 파업 건으로 인한 징계해고다. 2006년 7월에도 표적해고를 당했고 당시 3공장 휴게실에서 생활하며 투쟁을 벌여 결국 두 달 여 만에 복직됐다. 그가 두 번째로 해고된 지 벌써 2년이 가까워온다.

“현장이 많이 어려웠어요. 오랫동안 투쟁을 벌였지만 얻어지는 것은 없고 징계해고 등으로 어렵고 힘들어 조합원들이 많이 위축됐어요. 이 농성이 현장을 바꾸는데 큰 몫을 했죠. 저는 철탑이 마지막 승부수가 아닌가 생각해요.”

▲ 농성장 한쪽에 조합원들의 메시지가 담긴 나무 작대기들이 쌓여 있다. ⓒ 변백선 기자
전 조합원은 2004년 활동하면서부터 최병승 조합원을 개인적으로 알게 됐다. 그만큼 안쓰러운 마음이 더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정말 분통이 터져요. 이렇게 하는데도 꼼짝 안하는 현대차가 정말 밉다. 그리고 두 동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동안 새 집행부가 들어선 후에도 조합원 결집이 잘 안됐다. 지부 사업부 대표 대의원선거 때문에 2개월 넘게 교섭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홍주 조합원은 농성을 통해 거점이 생기고 조합원을 모아내는 큰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최병승 조합원에게 정말 미안하고 내려올 때까지 안전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에요. 전 사실 올라가고 나서 미안해서 전화도 못했어요. 저는 한 번도 희망을 버린 적이 없어요.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해고생활 2년을 버틸 수 있었구요. 이제 회사가 당황하는 게 보여요. 철탑농성으로 끝을 봐야 합니다.”

문기선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법규부장은 한시도 농성장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 씩 돌아가면서 올라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밑에서 농성장을 지키는 사수조 조합원들의 마음이 다 이럴 것이다.

차 한 대가 주방천막 앞에 도착하더니 채소 등 온갖 식재료들을 쏟아놓는다. 17일 울산공장 포위의 날 주점을 열 계획인데 거기서 사용할 것들이다. 주방천막에서 주방장을 맡은 박두원 조합원(34세)이 대파를 써느라 분주하다. 그 역시 지난해 2월25일 징계해고된 해고자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뭡니까?”
“수제비요. 다음주부터는 (고공농성하는 두 동지) 다이어트를 시켜야 돼서 닭가슴살을 올릴 거에요. 닭가슴살에 양파, 당근, 브로콜리, 오이, 호박을 넣고 기름을 조금만 둘러 볶아 올려줄 거에요. 저 위에서 살이 찌면 안되거든요. 브로콜리는 비타민도 많아서 좋아요. 소금이랑 후추 조금만 넣구요.”

주방장은 2차 포위의 날 때부터 천막을 설치하고 고공농성 하는 조합원들과 사수조, 임상집 등 30여 명 내외 동지들의 하루 세 끼 밥을 한다. 밥과 국찌게는 매끼 만들고 반찬을 조합원들이 가져온 것을 먹는다.

“된장찌게 끓여봤구요. 호박전도 만들어 봤어요. 위에는 반찬 두 세가지가 올려져 있고, 끼니 때마다 밥이랑 국물을 올려요. 맛있게 먹어주면 그걸로 기쁘고 보람되죠. 제 입맛이 좀 짜게 먹는데 다른 동지들 입맛에 맞게 하려고 신경을 써요. 전 혼자 살면서 제 밥도 안 해 먹던 사람인데 또 이렇게도 하게 되네요.”

사복을 입고 모자를 쓴 한 천OO 조합원(42세)은 오른손을 붕대로 매고 있다. “어쩌다 다치셨어요?”
“두 동지들 올라갈 때 올려 보내주려고 작업 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날아갔어요. 그는 손가락 끝에서 핀을 박는 수술을 받고 지금은 병가 중이다.

“최병승을 2003년도부터 알았어요. 같은 회사 소속으로 일하다 노조에 같이 가입했죠. 제가 노조를 알게 된 건 최병승 때문이에요. 협상이 어째 되던 상관없이 무사히 안전하게 내려오게 만들어야 해요. 그런 마음이 있어서 병원에 다니면서도 늘 여길 와요.”

▲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농성장 한켠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17일 울산공장 포위의 날 주점에서 파전을 만들 때 쓸 쪽파를 다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천 조합원도 농성을 기점으로 현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한다. “최병승 판결이 있고 우리는 불법파견이 맞아요. 협상 상대가 있고, 회사가 말을 안 들으니 전투를 치러야 해요.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이기지 못하면 전체 비정규직 싸움도 끝장이라고 봐요. 우리는 현장을 조직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올인해서 이 중요한 싸움을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지난 9월 이후 현대차 자본은 용역과 관리자를 동원해 울산공장 전역을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도장부, 의장부를 비롯해 모든 공장 입구를 그들이 지키고 있어요. 우리가 점거할까봐 겁나는 거에요. 도장부 입구는 아예 대형 철판으로 막아놨어요. 현장에 가보면 놀랄 거에요. 이럴 때 우리가 더 밀어붙이면 이기지 않겠어요? 전 그래 봅니다.”

강성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회사는 이 문제가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요. 98년 이후 현대차지부가 투쟁하지 않았고 노조를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자기네들이 어려워진다고도 하구요.”

강 수석부지회장은 회사가 10차 교섭에서 실무교섭을 제안했다고 말한다. “3지회가 논의해서 월요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답변을 주기로 했어요. 이틀 전에 한겨레가 8년만에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잖아요. 그걸 실무에서 풀어보려는게 아닌가 싶어요. 기사 내용을 인정 못하면 반박보도를 요구하라고 해도 그건 안한대요.”

기자 인터뷰에 응하고 이것저것 농성장 상황을 챙기느라 현장을 분주하게 오가는 박현제 지회장(40세)을 만났다. 그는 제1공장에서 최병승 조합원과 함께 일하며 인연을 쌓았고 2005~6년에는 지회장과 사무장으로 일하기도 해 최병승과는 형동생 같은 사이다.

“운동적으로 병승이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어요. 노조 차원에서 2005년, 2006년, 2010년, 2012년 네 차례 투쟁을 했고, 2006년에는 단협도 만들었고, 나머지는 불법파견 투쟁이에요. 2012년 8월 투쟁은 오랜 시간 쌓여온 피로도가 있었고, 임단협이 분리되면서 조합원들이 받기 힘들어했어요. 저는 분리하는데 맞다고 봤지만요.”

박 지회장이 전하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상황은 이렇다. “현장이 어렵다고 들었다구요? 2010년 CTS 파업투쟁 이후 움직이던 동지들이 다 해고 됐어요. 4월에 집행부가 들어선 다음에 8월에 라인을 끊고 지부와 교섭을 분리해 특별교섭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졌죠. 철탑 농성 후에 교섭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생산에 타격을 주는 것도 못했지만 현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어요. 동지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투쟁할 수 있다며 준비하고 있어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우리 요구를 교섭의제로 받을 수 없다고 회사는 말합니다. 노동부가 9234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했고, 대법에서도 두 번이나 확인했잖아요. 이건 사실 이행해야 하는 문제지, 지킬지 말지를 노사가 협의할 문제가 아닌 거에요.”

그렇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8년 째 투쟁을 이어왔다. 동시에 노사교섭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한다. 현대차는 이 문제가 교섭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측이 지금 당장 법을 지키면 해결될 문제를 회피하고, 그걸 이행하라며 노동자는 철탑에 올라 30일 넘게 목숨 건 농성을 벌인다.

“이런 모순이 우리 현실입니다. 법에서 판결한 걸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가 강제하지 않아요. 편파적으로 법을 만들고 자신들 입장에 유리하게 실행하죠. 현대차는 명백히 불법파견을 했어요.”

박 지회장에게 상급단체에 대해 바라는 것을 물었다. “금속노조가 19일 대대를 합니다. 정리해고와 불법파견을 철폐하는 것이 금속노조 핵심사업이라고 알고 있어요. 선언적 의미 말고 총파업을 통해 현대차에게 법을 이행할 것을 강제해야 한다고 봐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그는 따끔한 현장의 소리를 전한다. “민주노총이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힘을 발휘하는데 충실해 주면 좋겠어요. 민주노총이던 금속노조던 선거에만 매몰된 것 같아요. 노동정치도 중요하나 현장문제가 푸는 것이 오히려 노동정치도 푸는 길이라고 봅니다.

박현제 지회장은 고공농성 중인 두 동지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최병승, 천의봉 정말 좋은 동생들이에요. 빨리 내려오게 해야죠. 여기 천막에서 자는 것도 굉장히 추운데 저 위는 정말 춥거든요. 제가 체포영장 발부됐을 때 아주 좁은 곳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저렇게 하게 만들어 정말 미안해요. 그걸 보상이라고 하고 싶어서 주야간을 돌며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고 있어요.”

▲ 농성장 상황을 챙기느라 현장을 분주하게 오가는 박현제 지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 변백선 기자
매일 저녁 6시면 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데 16일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 때문에 촛불이 취소됐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15일 있었던 10차 교섭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후 6시 경 철탑 밑에서 교섭보고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철탑농성 32일차인 17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화 쟁취 및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철탑농성장까지 행진을 벌인다. 이어 농성 현장에서 3차 울산공장 포위의 날이 1박2일 일정으로 펼쳐진다.

▲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이 정규직 전환등을 요구하며 31일째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주차장의 송전철탑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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