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투표권보장공동행동,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투표시간 연장 촉구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도 투표 하고싶다!'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홍순관 건설기업노련 위원장, 박해욱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 이용대 건설노조 위원장) ⓒ 변백선 기자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건설노동자들이 선거일 유급휴일 보장과 투표시간 연장 등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건설노동자 중 70%인 140만명이 특수고용직과 임시일용직의 고용형태를 갖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다수 건설노동자들은 비나 눈으로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장시간 노동을 한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고 싶어도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새벽에 현장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헌법상에 보장된 선거권이 박탈돼 있다.

또 건설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도 선거일에 발주처가 공사 중단을 지시하지 않는 한 건설현장에 새벽 6시30분까지 출근하고 저녁 6시 이후에 퇴근하는 여건에서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통령선거일이 2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1시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철근노동자와 건설기업 사무직 노동자 등 건설노동자들이 참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투표시간을 9시까지 연장하라는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를 정치권에 전달했다. 이들은 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선거일에 오전만 작업하고 오후에 공사를 중지하거나 15시 경 조기퇴근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회견 취지발언을 통해 “지난 세월 건설노동자들은 한 번도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했고, 대선과 총선, 지자체선거 때마다 우리는 정치권에 호소하고 정부 노력을 촉구했지만 저들은 소귀에경읽기 식으로 일관했다”고 말하고 “이 땅 모든 것을 만든 건설노동자들이지만 ‘노가다’라는 천시 속에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새벽밥 먹고 나와서 깜깜한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건설노동자에게 지금의 투표제도는 그림의 떡”이라면서 “선거일을 유급으로 처리하고, 투표시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태호 투표권보장공동행동 집행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참정권 보장의 역사가 한 세기를 훌쩍 넘겼고, 보통선거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전세계가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바로 이 자리에 계신 건설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이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유급휴일 법제화와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입법처리와 병행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관급공사를 선거일에는 오후 3시에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고액알바를 찾아 건설현장에 많이 가고, 지난 여름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 청년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일도 있다”고 말하고 “장시간 고된 노동을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이렇게 요구한다면 유급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용대 건설노조 위원장은 “투표율이 높으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집권여당이 거부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장시간 노동을 하며 수십년 간 투표를 못한 우리가 이걸 고쳐달라고 했으나 아직도 마찬가지”라면서 “건설노동자들 분노를 모아 우리가 고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순관 건설기업노련 위원장은 “건설 사무직과 기술직은 아침 6시에 출근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시면 안전처리를 한 후 업무를 시작하고 오후 6시 쯤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시면 업무보고를 하고 다음날 할 일을 확인하고 변경설계 등을 한 후 9시나 10시가 돼야 퇴근한다”고 전했다.

홍 위원장은 “현장이 오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2/3가 현장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선거일에 모든 현장이 쉬지 않으면 투표를 못한다”면서 “관급공사부터 투표일에 현장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해욱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플랜트는 발주처가 대부분 대기업이고 서류상에는 8시간 노동으로 꾸미지만 포괄임금제를 빌미로 1~2시간씩 강제노동을 시킨다”고 말하고 “6시에 출근해 저녁 6~7시에 퇴근해서는 투표를 할 수 없다”면서 “전 건설현장이 선거일에 쉬고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도 투표 하고싶다!'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회견문 낭독을 통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에 건설노동자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1표를 던지기 위해서는 그날 하루를 공치고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1년 연소득이 2천만원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동빈곤층인 건설노동자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건설노동자들에게 투표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대선 유력한 여당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전 국민적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이 건설노동자들 투표권 보장을 무시하고 거부한다면 건설노동자들을 국민 취급하지 않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고 “즉각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투표시간을 연장하라는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심판에 건설노동자가 앞장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노동자들 참정권 보장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법개정 논의가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도 투표권보장 관련 자기 역할과 책임이 있다면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은 12월19일 서울시와 산하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오후 3시까지만 현장을 가동시키는 방침을 내리면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가 가능하다”면서 “건설노동자 등 비정규직 투표권보장 현실화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건설노동자들의 참정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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