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하라! 노조탄압 중단하라!” 철탑 위의 절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겨울 한 복판 혹한의 날씨에 공장 앞 철탑농성을 잇고 있다.

2012년 12월26일 현재 쌍용차는 37일째,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농성은 71일째,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 굴다리 농성은 67일째를 맞고 있다. 12월 26일 수도권 날씨는 -15℃를 기록했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지상 30m 높이 철탑은 아래보다 기온이 5도 이상 더 낮고 바람도 거세게 분다.

<노동과세계>가 24일과 26일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가 어떤지, 또 박근혜정권 취임을 앞두고 노동자들 죽음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어떤 심경으로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자료사진 (왼쪽부터 한상균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 변백선 기자
한상균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은 “우리가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곳까지 추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막장이 아닌가 보다, 젊은 후배동지들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희망이 없고 분했으면 그랬겠느냐?”면서 부산과 울산에서 억울함을 안고 노동자들이 세상을 등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이야기는 정말 절박하지만, 솔직히 우리 조건에서 되지 않는 총파업을 누가 하자고 할 것이며, 마지못해 하는 총파업을 누가 따라주겠느냐?”는 한 지부장. 그는 “그동안 해 온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민주노총 지도부와 상층의 생각이 아직도 그런지를 묻고 싶다”면서 “절망해서 자칫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고 해선 안 될 마지막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까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자가 노동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은 아직 안냈지만 이명박정권이 해 온 반노동 친기업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지금 이 시간 사선을 넘나드는 이들이 수만명”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 지부장은 “각자 삶은 다를지 모르나 전체 노동자의 힘이 약화돼 저항하지도 못하고 몸부림조차 못치는 자괴감과 절망감에서 초래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빨리 끊어내야 않으면 어떤 사태가 올지 두렵다”며 경각심을 강조했다.

한상균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희망 없고 분했으면 그랬겠는가?"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울산과 부산의 문제는 철탑 농성자만이 아니라 전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이라면서 “노동자가 정당한 파업을 하는데 자본이 그것을 못하게 하는 무기로, 노조활동을 포기하게 하는 압박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이용했다”고 말하고 “쌍용차도 300억 넘는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있으며, 돌아가신 스물 세분 동지 중에는 손배가압류 때문에 극단적 결정을 한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지회장은 “취업을 못하는 것도 물론 힘든 조건이지만 손배가압류로 인한 압박과 부담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면서 “현재 투쟁하는 동지들도 그렇고 전면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알바나 일용직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 역시 실질적으로 손배가압류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는 노동자에게 이 손배가압류를 아킬레스건처럼 잡고 늘어져 만약 조합활동을 하면 걸어놓은 손배가압류를 막바로 청구하겠다고 협박한다”면서 “그런 손배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기주 "노동자들 정당한 파업투쟁에 자본은 손배가압류 무기로 압박"

“이는 결국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고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라고 말한 문기주 지회장은 “파업을 하면 무조건 그로 인해 생긴 손실을 모두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정당한 파업을 해고 불법으로 낙인찍어 매도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두 동지의 죽음은 모든 노동자의 아픔”이라고 단언했다. 투쟁하지 않는 사업장들도 이런 죽음을 보고 우리도 저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언젠가 자신의 사업장도 그런 조건이 돼서 투쟁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하며 두려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지회장은 “사회적 타살로 인한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런 고민을 하는 동지들이 가능하면 마음을 다잡고 우리가 노래하듯 뚜벅뚜벅 한 걸음씩 가다보면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면서 함께 희망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추운 날씨를 걱정하자 그는 “오늘로 35일째 고공농성인데, 아직 본격적인 한파가 오지 않았고, 이제 우리가 견뎌내야 할 겨울의 시작인데 지금 춥다고 움츠리면 이후 겨울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기주 "바늘구멍마저 막혔으나 우리 힘으로 다시 뚫고 더 넓혀야"

문기주 지회장은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나 애초 바늘구멍만한 희망을 보고 활동해왔고, 그래서 이번 대선을 통해 그것을 일정부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하고 “그것이 무산돼 그 바늘구멍마저 막혀버렸지만 다시 우리 힘으로 바늘구멍을 뚫고 더 넓혀 밝은 곳으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추위에 입이 언 듯 했지만 결기는 여전했다. 복 수석부지회장은 “바람이 심하게 불면 철탑 위에서 많이 힘들지만 아직 견딜 만 하다”고 전하고 “한상균 지부장 동지가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잘해서 셋이 틈이 날 때마다 좁은 공간에서나마 운동을 한다”면서 “셋이 서로 보듬어주고 마사지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정치권이 나서야 할 문제이며, 박근혜, 문재인 누가 돼도 마찬가지”라면서 “노조탄압에 저항하며 싸우는 유성기업 홍종인 지회장동지, 울산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며 농성하는 최병승-천의봉 동지, 정리해고 철폐와 해고자 복직을 위해 싸우는 쌍용차 노동자들 모두 작은 불씨와도 같은 희망을 안고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복기성 "투쟁과정서 안면 있는 동지들인데 조문도 못가고 눈물만 삼킨다"

복기성 수석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이운남동지와 한진중공업 최강서동지도 우리처럼 힘들고 극한 투쟁을 벌였고 투쟁과정에서 서로 안면이 있는 동지들인데 조문 갈 상황이 안 돼 절박한 마음에 눈물만 삼킨다”고 말하고 “이 며칠 간 쌍용차 철탑 농성장은 침묵과 심각한 고요 속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돌아가신 동지들의 명복을 빌고 애도하며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실천투쟁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제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노동자들 요구를 모아 함께 푸는데 나서자”면서 “많은 이들이 대선 후 새누리당 정권이 들어설 것을 걱정하지만, 벼랑 끝까지 내몰린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복 수석부지회장은 “영하 15도, 20도가 기본이라 옷과 침낭을 껴안고 있어도 춥지만 세 명이 같이 있어 그래도 온기가 있다”고 전하고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을 하는 최병승 동지가 얼마 전 쇼크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괜찮다고는 하지만 60일 넘게 농성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 테고, 유성기업 홍종인 동지는 혼자 있으니 걱정”이라며 고공농성 중인 유성기업 홍종인 지회장, 울산 현대차 최병승-천의봉 조합원들을 걱정했다.

▲ 자료사진 (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 ⓒ 변백선 기자
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은 26일 현재 67일 째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 매달려 목에 밧줄을 맨 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 지회장은 “몸을 움직이지 못해 소화가 안되고 기운이 없는데 그거 말고는 아직 괜찮다”고 전하고 유성기업 사측의 최근 현장탄압 실태를 고발했다.

“압수수색 이후 수사보고서가 검찰에 들어갔는데 대검은 아직도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그 문제를 갖고 오늘도 기자회견을 한다”고 말한 지회장은 “사측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과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홍 지회장은 “올 연말 어용노조가 임금 관련 보충교섭을 해서 조합원에 대한 임금 차등적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성기업지회가 부분파업을 비롯해 간부와 조합원들 조퇴파업, 가족이나 본인이 몸이 아파 못 나오고 월차를 사용한 것 등을 빌미로 개인 점수 주듯 하는 것에 대해 우리 노동조합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종인 "어용노조가 연말 조합원 임금 차등적용 합의, 유성지회 투쟁열기 여전"

“창조 문건에도 나온대로 임금을 갖고 우리 조합원을 흔들고 어용노조 가입을 확대하려고 2012년 말 차등분을 적용하는 합의를 끝냈다”고 말한 지회장은 “회사가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경쟁시켜 노조를 깨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조직적으로 행동할 것을 결의해, 차등적용분을 모아 공동분배하고 일정부분 남은 것은 투쟁기금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행부만의 결정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가 함께 해서 가능한 일”이라면서 “우리 조합원들이 자랑스럽고 현장이 죽지 않고 조직을 깨려는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말려들지 않았음을 말해준다”면서 “간부들만으로는 회사를 이기지 못하는데 스스로 움직여 주는 조합원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홍종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투쟁하는 동지들 모아 총투쟁 만들어야"

홍종인 지회장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대응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예견되고 진행되는 일들에 의해 단호히 대처 못하고 이제 노동자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투쟁하는 노동자가 외롭지 않게 나약하게 되지 않게 조직이 지켜주고 함께 싸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리해고를 하던, 비정규직을 양산하던, 민주노조를 파괴하던 모두가 노조 자체를 말살하려는 음모이며 하나의 큰 가지인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큰 틀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하나로 모아 총투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장은 “정권교체를 못했다고 좌절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노조파괴,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유지되면 우리 노동자가 설 자리는 없다”면서 “단결해서 제대로 된 총파업을 조직해 노동자의 한 목소리를 외친다면 정권교체에 실패한 상황에서도 우리 목소리가 들릴 것이며 저들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자료사진 (오른쪽부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 천의봉 사무국장)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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