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26일 기어이 문을 연다. 우리가 살아온 당대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자부심도 갖고 성찰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은 경축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건립 과정에서 지적된 수많은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밀어붙이듯 서둘러 개관한 것이 우선 아쉽기 그지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통합과 비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국민 교육의 장이 돼야 할 곳이 되레 분열과 퇴행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역사박물관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시작할 때부터 논란과 잡음에 휩싸였다. 이 대통령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발전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이라고 언급한 건립 취지부터 산업화·민주화 논쟁을 촉발했다. 학계와 전문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개방성·객관성·중립성·독립성·전문성·민주성·지속성 등에 대한 우려와 보완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개관을 강행한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사전 공개된 전시관은 ‘정권 홍보관’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이 편향적일 뿐 아니라 그마저 오류와 왜곡, 날림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싸이의 말춤으로 끝나는 입체 영상물은 휴전회담 장면과 함께 철조망이 나타나면서 ‘38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전시물도 스토리·전달력·메시지 모두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다. 역사라는 엄중한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을 편향적이고 폐쇄적으로 급조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역사박물관이 다루고 있는 현대사는 대선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과거사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민통합 차원에서라도 역사박물관이 재구성돼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절반의 박물관’이자 ‘불화의 박물관’으로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르게 될 게 뻔하다.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독립적인 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조직으로 두어서는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때까지 상설 전시관을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위안부나 독도 등을 주제로 한 비상설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자료 확보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국민적 합의도 도출할 수 있다. 그것이 ‘100% 대한민국’의 역사박물관이다.

기사공동제휴/ 경향신문 12/26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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