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 만들기...“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철폐하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장을 찾아 81일째 농성중인 천의봉 울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과 최병승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응원하고 있는 가운데 최병승 조합원이 희망버스에 화답하며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장을 찾아 81일째 농성중인 천의봉 울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과 최병승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향해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장을 찾아 81일째 농성중인 천의봉 울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과 최병승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응원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철탑농성에 힘을 실어주고, 박근혜 당선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투쟁에 힘을 모으는 아름다운 연대가 펼쳐졌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5일 울산 현대자동차 철탑농성과 부산 한진중공업 최강서열사 투쟁에 ‘다시 희망 만들기’란 이름으로 연대투쟁을 전개했다.

서울에서 15대, 경기 수원을 비롯한 전국 지역에서 17대 등 총 32대 버스가 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달려갔다. 참가자들은 울산 현대차 명촌 중문 앞에서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했다.

서울 지역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대한문 앞에 집결해 10시 울산을 향해 출발했다. <노동과세계>는 ‘노동자버스’로 명명한 11호 차에 탑승했다. 이 차에는 총연맹 사무총국,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희망연대노조, 서울일반노조, 사무금융연맹, 사무연대노조 ING생명노조와 현대해상지부, 농협노조, 서비스연맹, 세종호텔노조, 엘카코리아노조 등 대표자와 간부, 조합원들이 함께 탔다.

‘다시 희망 만들기’ 참가자들은 울산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각자 자기소개와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결의를 밝히며,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손 편지를 작성했다.

‘다시, 희망 만들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오후 4시 경 울산 현대차 명촌 중문 앞 철탑농성장에서 열렸다.

▲ 5일 오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대한문 아파에 집결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15대, 경기 수원을 비롯한 전국 지역에서 17대 등 총 32대 버스가 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달려갔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에 참가한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울산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손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가진자들이 자기 이윤의 1%만 내놔도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할 수 있다”면서 “반드시 승리하는 노동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말하고 “여기 계신 모든 동지들이 함께 해 줄 것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오늘 돐을 맞은 박현제 비정규직지회장 딸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테니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인사를 전하고 “수많은 열사들이 목숨을 바치고 수배와 해고, 거리투쟁을 하며 지켜온 민주노총을 만들던 첫 마음 첫 결의로 달려나가자”고 역설했다.

박현제 금속노조 울산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어언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한 분의 동지가 열사가 됐고 두 분이 분신했으며 200명에 달하는 동지가 해고됐다”고 전하고 “160억 넘는 손배를 맞았고 지금 투쟁하는 간부들은 월급과 부동산을 가압류 상태지만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전주, 아산, 울산 공장 모든 비정규직에 대해 2004년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판정했다”면서 “지난 12월 100명 넘는 조합원들이 폭력에 의해 병원에 실려갔는데 이것이 대법에서 정규직이라고 판정받은 우리에 대한 대우냐?”고 되묻고 “우리는 이 투쟁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간다”고 성토했다.

조화순 목사, 조계종 종호 노동위원장,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와 수원버스 학생대표도 무대에 올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응원하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참세상을 위해 자신들도 열심히 연대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철탑 위 두 노동자도 발언을 통해 ‘다시, 희망 만들기’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끝장투쟁을 결의했다.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울산 철탑농성장에 도착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모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가 울산 철탑농성장에 도착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하여 철탑 고공농성 중인 천의봉 사무장과 최병승 조합원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천의봉 울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철탑농성 돌입 이후 그동안 써온 일기 일부분을 읽으며 자신이 농성 중 생각하는 것, 어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 철탑 위에서 바라본 해돋이, 10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설움을 토로하고 정규직이 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고 전했다.

최병승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지난해 말부터 아산, 동두천, 평택, 서울, 전주, 광명 등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했고, 지난 대선 직후 5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써 우리와 이별해 다섯 곳 하늘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이고 한진중공업에서는 열사투쟁 중”이라고 말하고 “날치기악법보다도 못한 신규채용을 받는다면 희망은 없다”면서 “현대차에 굴복하지 않고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온 우리가 비정규직 철폐운동 선봉대로 설 수 있게 해주시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철탑을 올려다보며 “천의봉, 최병승동지, 힘내십시오. 사랑합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소리치고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따뜻한 연대의 정을 표했다. 전농과 전여농, 철도노조, 조계종 노동위원회, ING생명노동조합 등에서 쌀과 부식, 투쟁 기금을 전달했다.

이어 참가자들이 버스를 타고 오며 차 안에서 작성한 희망의 편지 중 백기완 선생 것을 사회자가 낭독했다. “벌써 이겼으니 남은 건, 끝까지 싸우는 것만 남았소.”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희망편지 모은 것을 희망우체통에 넣었다.

“우리가 희망이다 불파투쟁 승리하자!”, “우리가 희망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열사정신 계승하여 정리해고 철폐하자!”, “열사정신 계승하여 비정규직 철폐하자!”,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조파괴 분쇄하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장을 찾아 81일째 농성중인 천의봉 울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과 최병승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응원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세상을 바꾸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박근혜가 벌써 말 바꾸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울산 현대차 명촌 중문 앞에서 집회를 마친 대오가 오후 5시 40분 경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참가자들은 2시간 넘는 이동 시간에 차 안에서 이기연동지, 이호열열사, 최경남열사, 이운남열사, 최강서열사 추모영상, 쌍용차 고공농성 투쟁 영상을 시청했다.

오후 8시20분 경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키라”고 외치는 추모제가 시작됐다.

최헌국 목사,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이도흠 민교협 공동의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윤희숙 청년연대 공동대표, 오도엽 작가가 종교계, 노동계, 법조계, 학계, 청년, 여성 등을 대표해 비상시국회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박근혜 노동자의 죽음과 희생 위에 사회통합이 어떻게 가능한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통과시키고,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후퇴하면서 어떻게 민생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지 답하라”고 촉구하고 “우리가 더 많이 연대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면 이제는 큰 희망을 품자. 이윤중심의 사회를 뒤엎고 세상을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최강서동지를 사람의 눈이 있으되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데눈이 박근혜가 죽였다”고 일갈하고 “재재작년에 한진중공업 때문에 희망버스운동이 벌어질 때 이 늙은이가 김진숙을 살리려고 여기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박근혜가 당선되자마자 경찰이 날 데리러 오고 소환장을 보낸다”고 분개했다.

백 소장은 “내가 볼 때 박근혜 데눈이는 진보의 역사를 모르고 재벌의 횡포를 모른다”고 말하고 “최강서는 조남호와 박근혜가 짜고 죽인 것”이라면서 “돈과 권력, 억압이 아니고 그로부터 몸부림치는 생산적인 노동자가 주인임을 자각하고 눈을 번쩍 뜰 때 노동자를 학살하는 계층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 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키라"고 외치는 추모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故 최강서 열사 부인인 이선화씨가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키라"고 외치는 추모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위원장은 “최강서동지가 좌절과 절망을 안고 갔을 그 길을, 치 떨었을 그 분노를 이 가슴으로 안고 간다”고 말하고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했는데 그 절망을 끊어내고 희망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오늘이 그 시작이며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백번이고 다시 여기 와서 민주노총이 우뚝 서서 희망을 만들고 주인 된 도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은 “저 담벼락 안에서 네 분의 열사가 죽임을 당했고 여러분은 이 암울함과 절망에 빠진 현장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일깨우며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하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갖고 승리를 만들기 위해 왔으며 이는 패배가 아닌 승리”라면서 “최강서는 2013년 패배가 아닌 승리로 가는 지름길을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최강서열사 부인 이선화 씨는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서 남편을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이었고, 정리해고 후 2년 간 힘들었는데 재취업 3시간 만에 무기한 강제휴업으로 남편을 절망에 빠뜨린 회사가 원망스럽다”고 말하고 “OO아빠, 난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간단 말이냐?”고 되물었다.

열사 부인은 “유서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민주노조로 돌아오란 말이 뭔지도 모르는데 동지들에게 지회로 돌아오라고 꼭 승리해 달라고 아이 아빠는 이야기했다”면서 “제발 돌아와서 제 남편의 소원을 꼭 풀어주고 우리 아이들 아빠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하고 “남편 장례를 하루빨리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 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5일 오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키라"고 외치는 추모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무대에 올랐다.

“강서야. 오늘은 내가 크레인에 오른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영하 13도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널 지키겠다고 했는데, 너는 가고 나는 남았다.

강서야. 네가 없어도 해는 뜨고 네가 없는 세상에서도 시간은 흘러 그렇게 16일이 지났다. 널 냉동실에 눕혀놓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 우린 이 겨울이 참 춥다.

강서야. 재작년 겨울, 내가 출근투쟁을 할 때, 주머니에 따뜻한 음료를 넣어주던 강서야. 그때 그 두유 한 병이 참 따뜻했다는 말을 아직 하지도 못했는데 그 말을 들어줄 너는 없다. 미처 고맙다는 말을 건넬 틈도 없이 너는 출근을 했고 정리해고라는 살생부가 떨어지기 전, 그 아침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 아침처럼 아빠 다녀오시라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아침을 다시 맞는 일이 이렇게 힘들구나.

해가 뜨기도 전, 이른 아침 담배연기처럼 입김을 내뿜으며 출근을 했던 조합원들은 해고됐고, 네가 출근을 했던 문은 봉쇄되고 그 봉쇄된 문 앞엔 너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력서에 붙였던 사진은 영정이 되고 그 영정 앞에 다시 상복을 입은 사람들. 그 광경이 기가 막힐 뿐이다.

2003년, 네 나이 스물여섯. 그때 네가 입었던 상복을 너의 동지들이 다시 입었다. 9년 전, 그때만 하더라도 김주익이라는 사람이 왜 목숨까지 던져야 했는지, 11살, 9살, 7살 아이를 두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다 이해하긴 힘들었을 거야.

김주익 지회장을 따라간 곽재규라는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리기도 어려웠을 거야. 그걸로 끝이어야 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 두 사람의 빈소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던 경영진의 사과는 진심이어야 했다. 복지관을 지어주며 화해의 손을 내밀던 그 웃음도 진심이어야 했다. 그러나 8년 만에 저들은 다시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둘렀고 400명이 잘렸다. 이제는 화합해야 할 때라고 말하던 그 입으로 저들은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고 웃으며 악수를 건네던 그 손으로 복지관 건물을 하나하나 폐쇄했다.

내 전화기에는 2년만에 복직하던 날,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던 너의 사진이 남아있다. 아마도 네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웃는 모습.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공장으로 들어갔니? 살아서는 넘을 수 없었던 공장의 벽을 그렇게 넘어갔니?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도, 시퍼런 나이의 너를 열사라고 부르는 것도 우린 아직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막막하다.

네가 떠나던 날 새벽, 목이 졸리는 꿈을 꾸었다는 동순이 형님. 동생들을 살리고 싶어 크레인 위에서 40일 단식을 했던 그 형님이 십분만 일찍 사무실로 갔으면 널 살렸을 거라고 가슴을 친다. 네가 잠든 모습을 보고 깨우지 않고 출근 선전전을 나갔던 동지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상처는 아프고 깊다. 눈도 벌겋고 가슴도 벌건 채 소리 내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 널 땅에 묻고 나면 그때는 소리내 울 수 있을까.

그동안 필리핀 수빅으로 수주를 다 빼돌리고 영도공장엔 4년이 넘도록 수주 한척을 못 받았던 무능한 경영진들은 이제 수주를 받을만하니 또다시 분규를 조장한다고 게거품을 문다. 끝까지 너의 죽음을 개인적인 생활고로 모욕하는 저들은 개인적인 죽음에 왜 여당대표까지 조문을 오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들의 횡포에 졌다고 너는 말했지만 그 말이 포기가 아님을 우린 안다. 넌 누구보다 강했으니까. 넌 누구보다 의연했으니까. 그리고 넌 누구보다 따뜻했으니까.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싸우고 싶었던 네 몫까지 우리가 싸울게. 강서야.

‘나는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로 살아간다. 내 아들 또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척박한 노동조건. 그러나 어제 하루는 광활한 우주속 노동자의 지구를 찾은 듯한….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듯한…. 연대해준 동지들은 하루겠지만 나에겐 미래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동지들. 투쟁!’

재작년 6월 12일 희망버스가 처음 다녀간 다음 날, 강서가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이 추운 날 먼 길을 다시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무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오신 걸 알면 강서도 많이 기뻐할 겁니다. 살아서 얼싸안고 만났다면 얼만 좋았겠습니까. 복직하는 날이라고 설레며 출근했던 그 아침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강서의 말대로 조합원들이 다시 민주노조로 돌아오고 우리조합원들이 다시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게 되는 날. 그날 강서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저항하는 사람들을 끌고 가 6개월을 고문하고 하루만에 사형을 집행한 유신 때도 싸웠고, 민주노조했다고 대공분실에 끌고 가 거꾸로 매달았던 군사독재 때도 싸웠습니다. 그게 역삽니다. 철탑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노동자들이 있고 그리고 이렇게 함께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목숨을 건 철탑농성을 기만하고 죽음마저 외면하는 저들과 끝까지 싸워 우리 힘으로 동지들을 내려오게 하고 강서를 편히 보내줍시다. 투쟁.”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 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故최강서 열사 분향소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 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故최강서 열사의 분향소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81째 철탑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에게 따뜻한 연대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해 최강서 열사 유훈을 잇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참가자가 故최강서 열사를 조문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다시, 희망 만들기’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 정문 쇠창살에 소원을 담은 오색 리본을 묶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검은색 페인트를 손에 묻혀 손도장을 찍으며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158억 손배가압류를 압박한 한진중공업에 대해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앞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구민장례식장을 찾아가 고 최강서열사 아버지와 부인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고 민주노총에 모든 것을 맡겨 줄 것을 당부했다.

백 위원장은 “늦게 와서 죄송하다”면서 “연말에 사고가 나서 입원 치료를 받느라고 이제야 왔다”고 전하고 “최 동지를 모실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고, 이 투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테니 굳건히 믿고 맡겨주시라”고 위로했다.

한진중공업에 아들보다 먼저 입사해 정년퇴임한 최강서열사의 아버지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면서 “우리 강서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강서열사 부인 이선화 씨는 “해결이 빨리 돼서 장례를 치를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 5일 오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키라"고 외치는 추모제에서 종교계, 노동계, 법조계, 학계, 청년, 여성 등의 대표들이 비상시국회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선언문>
우리가 희망이다! 함께 살기 위해 싸우자!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하늘같은 다섯 명의 목숨이 세상을 등졌다. 노조탄압이 극에 달하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이들이 버틸 힘이 없어 죽음의 길로 떠났다. 한진중공업 최강서 동지가, 현대중공업 비정규직이었던 이운남 동지가, 그리고 민권연대의 최경남 동지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이호열 지부장과 이기연 부지부장이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떠났다. 우리의 마음은 찢어지고 고통스럽다. 이제는 이 죽음의 길을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동지들을 잃지 않겠다.

자본에게 경고한다!
언제까지 우리의 생명과 권리를 일회용품 취급하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비정규직으로 만들 것인가. 언제까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과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입을 막을 것인가? 언제까지 안전장치 없는 위험한 일에 노동자들을 떠밀어 병과 사고와 죽음의 길로 내몰 것인가? 언제까지 이윤을 위해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개발논리로 사람들을 쫒아낼 것인가. 이제 자본과 폭력과 탐욕에 분노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경고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묻는다!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들이 철탑 위에 올라 이야기를 들으라고 외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답하라. 노동자의 죽음과 희생 위에 사회통합이 어떻게 가능한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말하라.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통과시키고,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후퇴하면서 어떻게 민생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지 답하라. 그 답을 우리의 투쟁으로 직접 들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죽지 말자!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고 하늘로 오르는 참으로 잔인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통과 불의에 대해 많은 이들이 침묵하고 언론이 무관심하면서, 앞서서 싸운 이들은 고립감에 고통스러웠다. 때로는 절망했다. 그 침묵과 외면의 크기만큼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권리를 빼앗아갔다. 하지만 이제는 홀로 싸우며 그 고통을 견디려 하지 말고 함께 싸워서 이기자.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 굴복하지 말고, 살아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자.

‘함께 살기 위해’ 연대하자!
내가 오늘 숨 쉬는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이들이 있다. 내가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고통을 당할 때 함께 분노하는 이들이 곁에 있다. 우리가 바로 ‘우리’다. 자본과 정부는 살아남으려면 남을 짓밟고 올라서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요구에 질시당하지 않고 ‘함께 살’ 것이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며, 싸우는 이들 모두와 함께, 모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자1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기업 총수들은 수백억의 주당배당 잔치를 벌이면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논하는 그런 경제위기, 컨설팅 업체들이 서슴없이 정리해고를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가는 그런 위기다. 이렇게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막연한 변화를 기다리며 고통을 전담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더 많이 연대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면 이제는 큰 희망을 품자. 이윤중심의 사회를 뒤엎고 세상을 바꾸자!

희망은 우리에게 있다!
희망은 스스로 삶의 길을 열어가는 ‘우리’에게 있다. 영하 20도의 철탑 위에서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우리’,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드는 ‘우리’, 개발논리에 파헤쳐지는 자연과 삶의 터전을 지켜가는 ‘우리’, 그리고 그들과 함께 더 따뜻하게 연대하고 숨죽이고 침묵하는 이들을 다독여 일으켜 세우는 우리, 이윤 논리의 세상을 뒤엎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가 바로 희망이다. 투쟁하고 연대하는 우리가 승리한다.

2013년 1월 5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故최강서 열사 조문을 마친 뒤 한진중공업 정문 쇠창살에 소원을 담은 오색 리본을 묶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검은색 페인트를 손에 묻혀 손도장을 찍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5일 오후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 참가자들이 故최강서 열사 조문을 마친 뒤 한진중공업 정문 쇠창살에 소원을 담은 오색 리본을 묶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검은색 페인트를 손에 묻혀 손도장을 찍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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