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정보훈 공무원노조 회복투 위원장 “공무원해직자들 삶 참담”

▲ 정보훈 공무원노조 회복투 위원장이 전하는 공무원 해직자들의 삶은 참담하다. 사진=변백선기자
공무원노조가 노조 합법화와 해직자 원직복직을 위해 위원장 단식, 임원 삭발, 인수위 앞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137명이 지금까지 해고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이들 해고기간은 길게는 12년이나 된다. 국제노동기구도 수 차례에 걸쳐 공무원노조 합법화와 해고자 복직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박근혜가 당선되자마자 정부는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해고했다. <노동과세계>가 정보훈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이하 ‘회복투’) 위원장(53세)을 22일 인수위 앞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공무원 해직자들의 삶에 대해 = 공무원 해직자들의 해직기간이 워낙 길어 지난 10년 간 앞서 5명이 위원장을 역임했고, 저는 그 뒤를 이어 현재 7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직공무원들의 삶은 참담하다.

복직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됐고, 이제 정년퇴임을 앞둔 조합원, 복직을 못한 채 이미 정년퇴직 나이가 지난 이들도 있다. 사망자도 있다. 노조 초대위원장인 차봉천 위원장이 투쟁과정에서 유명을 달리 했다.

해직으로 인해 이혼한 이들도 있으며, 지금도 가정불화가 계속되고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다 쫓겨나 10년 간 복직을 못하니 어떻겠는가. 자식들과 같이 놀아줘야 할 시기에 투쟁현장에 쫓아다녔으니 부모자식 간 관계도 소홀하다.

암으로 고생하는 동지들도 많다. 용산의 임영수 동지는 신장을 이식받아야 하고, 광주의 오명남 동지는 위암수술을 받은 게 전이돼서, 전남의 정통일 동지는 간질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평택의 한 동지는 폐쇄공포증을 앓는데 사실 해고자 70~80%가 우울증세를 보인다. 미래가 없으니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해직됐다고 말도 못하고 10년을 산 동지도 있다. 충격 받아 돌아가실까봐 말을 못하는 것이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해 대출도 안 되고, 학자금 대출도 안 된다. 해직 전에 대출받아 집을 마련한 경우에는 집을 잃기도 한다. 빚은 늘고...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들이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아이들이 아빠 직업난에 뭘 쓸지 몰라 고민할 때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심정이다.

저도 마찬가지다. 저는 충북 청주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4년 11월 해직됐다. 몇 년 지나면 복직될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10년이 됐다. 제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해직됐는데 이제 그 아이가 22살이 됐다.

△공무원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해고에 대해 = 우리가 죄를 지어서 해직된 것도 아니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올바른 공무원사회를 설립하려는 과정에서 해고된 것이다.

정부 높은 이들은 노동조합이 불편하니 법적으로 인정을 안하려고 한다. 높은 사람들은 공사 등을 할 때 뒷거래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니 미울 것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실무를 담당하는데 윗사람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그런 관행을 끊으려 하니 싫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비리 때문에 구속되고 자살도 하고 그러지 않는가. 지금도 노조가 없는 시군에서는 인사비리와 뇌물비리가 엄청나다. 노조가 있는 지역은 훨씬 적다. 공무원을 배부른 사람들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공무원으로 살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래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건데 가진 자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공직에서 배제된 지 10년이 넘었고 길게는 12년 된 사람도 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노조는 노조활동과 부정부패가 없는 공직사회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사회적 공감대도 얻었다. 2012년 10월8일부터 여의도에서 노숙농성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긴급현안으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와 해직자 복직을 내걸었다. 우리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것 때문에 더 큰 탄압을 받은 것도 있다. 이번에 큰 결심을 해서 긴급현안으로 해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민주노총 요구안이 관철되도록 공무원노조도 함께 싸울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 당선인의 의중은 모르겠다. 노동자와 같이 갈 건지 아니면 노동자들의 저항 속에서 노동자들과 싸우며 5년을 갈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 해직자들은 10년을 싸워 왔다.

박근혜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한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 것이다. 당선인이 우리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노조를 인정한다면 당연히 우리도 그에 맞춰 갈 것이다.

우리 해직자들의 복직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뤄져야 한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가 함께 하고 힘을 모아 싸우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공무원노조 현장 조합원들에게 =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해고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현장 조합원들은 꾸준히 우리를 지지해줬다. 신뢰를 갖고 10년 넘게 우리를 책임져준 조합원들에게 감사 드린다.

조합원들이 함께 해줘 우리 길고도 완강한 복직투쟁이 가능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조합원을 믿고 변함없이 한 치 흔들림도 없이 갈 것이다. 10년을 싸워온 우리다. 앞으로 10년을 더 싸워야 한다면 싸우겠다. 우리는 조합원들과 늘 함께 하면서 공직사회를 올바르게 만드는 길에 설 것이다.

공무원노동자들은 정권을 바꾸지 못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꿋꿋이 버텨준 조합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해직자들도 굴하지 않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건설하는데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우리가 선봉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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