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인상을 핑계로 국민연금 개악하나.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문제에 대해 노인빈곤층 문제가 심각해 반드시 도입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조세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말을 풀어보면, 기초노령연금 인상 약속을 지키겠다고 재강조한 것이고, 노인빈곤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라는 점도 밝힌 것이다.

그럼 이제 제대로 이행하는 일만 남은 것일까.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아직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게 있다. 국민연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다.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인상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기 이전에, 이미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제4조의2)에 명기되어 있는 사항이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급여를 기존 60%에서 2028년 50%로 낮추고, 이후 매년 0.5%씩 자동으로 인하해 40%까지 낮추는 개악이 이뤄졌다. 이때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는데, 10%까지 확대키로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 국민연금 삭감계획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초노령연금이 인상된다면 현재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45.1%의 노인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급격한 급여삭감으로 노후가 불안해진 노동자서민, 특히 이마저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저임금비정규노동자나 중소영세자영업자를 노후빈곤의 나락으로부터 지켜줄 조그마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고 마치 한국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노후에 대한 공적지출 비중은 GDP대비 1.7%로 멕시코에 이어 가장 낮고, OECD평균 공적지출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향후 노인인구 및 연금지출규모를 OECD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쨌든 부담비용의 총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개인의 능력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제도적으로 함께 부양할 것인지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이야기가 들린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급여인하로 더욱 불안해진 노후소득을 조금이나마 보완하는 의미가 상실된다. 특히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와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간 갈등뿐 아니라 국민연금 이탈과 불신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예컨대, 평균소득 186만원을 받는 경우 10년 동안 매월 보험료를 16만 7,400원(9% 기준) 내서 받게 되는 연금급여는 월 214,550원이다(2012년 신규가입 기준). 이 경우 기초노령연금은 못 받는다. 근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월 189,200원을 받는다면(2013년 기준), 누가 국민연금에 계속 가입하려 하겠는가.

또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재분배기능이 있다. 민간보험처럼 자신이 낸 것만 받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보다 낮을수록 더 받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소득이 높다고 덜 받는 건 아니다. 더 받는 몫은 후세대가 부담하는 세대 간 연대원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없앤다면 어떻게 될까. 평균소득보다 급여가 낮을수록 급여인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고 소득에 따른 연금급여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5년마다 시행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발표하는 해이다. 3월경 정부는 또 국민연금재정이 고갈난다며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자극적으로 선동할 것이다. 소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낼 때도, 연금급여의 1/3을 대폭 삭감할 때도 이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벌써부터 수급연령을 연기해야 한다거나(65세로 지급연령을 늦추는 일정을 더욱 당기거나, 지급개시연령 자체를 67세까지 상향하는 등), 보험료 인상, 심지어 급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후문제는 현재 노인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부양해야하는 현 세대의 부담문제이자, 누구나 겪게 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노후를 결정할 여러 가지 법 개악은 지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투쟁이 필요한 시기다.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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