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노동자...노동현안 해결에 쓸모 있는 도구 되고 싶어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신세계 이마트 내부문건을 입수해 사회에 폭로했다. 이마트는 무노조 경영을 위해 노동자를 사찰, 감시하고 노조를 건설하려는 노동자, 사물함에 전태일평전을 뒀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가 장하나 의원을 만나 최근의 이마트 사태와 박근혜정부 하에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연대하고 싸워야 할 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2012년 총선 직전까지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주시 읍면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했는데,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삶과 활동, 견지하고 했던 신념에 대해

=제 기억으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준비위원회 간사로 정당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출마했고 그 전까지는 그냥 평당원이었다. 저는 애초부터 진보정당 당원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친한 선배들은 민주노동당 당원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있기도 하고 탈당한 사람도 있고, 진보신당에도 있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흡수통합될 때 탈당했다가 2010년 출마하며 재입당했다. 저는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노무현 참여정부가 힘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바람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었다.

결국 사학개혁도 안됐고 과거사 청산도 안 됐다. 언론개혁을 비롯해 노무현 정권 개혁법안들이 모두 실패했다.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제주로 내려사 초중고를 다녔다. 유년시절을 제주에서 보냈으니 그곳이 고향인 셈이다. 제주를 너무 좋아한다. 워낙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해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졸업 후 내려갔는데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해 서울에 다시 왔다가 지방선거 때 남편과 아예 제주로 이주를 했다.

그랬는데 국회의원이 돼서 다시 서울에 왔다. 사실 될 줄 몰랐다. 우리 당은 이력서로 지원을 받아 청년국회의원 비례후보를 뽑았다. 저는 이력서를 내면서도 될 줄 몰랐다. 이력서를 낸 후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서 결정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저는 해군기지 문제를 지적하고 강조했다. 해군기지는 민주통합당이 원인을 제공하고 역할을 했기 때문에 될 줄 몰랐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한 번 이야기하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당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당 내 여러 계파가 있고, 자기 그룹 청년들을 출마시키려 할 것이고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가 된 걸 보면 상당히 깨끗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하하하~

제가 뱃지를 달지 않는 이유는 제가 국회의원을 볼 때 저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편히 연락할 수 있고(장하나 의원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명기돼 있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의원 뱃지를 오늘 처음 달았다. 이마트 앞 선전전을 하는데 사측 관계자들이 매장 안에서는 선전물을 나눠주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달았다. 평소에는 ‘강정마을’ 뱃지를 단다. 제가 뱃지도 안 달고 그러니까 평소에는 제가 의원인줄 모른다. 그냥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대한다.

저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의 평범한 소시민의 뜻과 그들의 정서, 생활은 어떻게 하며 어떤 불편을 겪는지를 알아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안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기본 중에서도 기본 아닌가. 모르면 못한다. 모르니까 뻘짓거리도 할 것이다.

뱃지가 눈에 안 보이는 큰 장벽을 만든다고 저는 생각한다. 의원 뱃지를 달고 다니면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사는지 알기 어렵다. 그가 능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의원이라고 해도 국민의 뜻을 잘 모르면 어떻게 일을 잘하겠는가.

국회의원 특권이라고 해서 공항에 가면 의전실을 사용할 수 있다. 본질은 특권을 누리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공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다녀야 공항의 불편사항이 뭔지 알 수 있다. 일반 시민과 비슷하게 특별난 거 안 먹고 그렇게 다니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의원이 되면 잘살게 되고 백화점만 간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직분으로 생각해서 안 가던 시장도 가고, 대형 할인마트에도 가고, 5일장도 가보고, 그렇게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한다.

시장에 다니던 놈도 의원이 되면 백화점에만 가니 이래서 되겠는가.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는 그래서 뱃지는 방해요소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금뱃지를 보면 다르게 대하니까 말이다.

저는 처음에는 국회의원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잘할 수 있을까, 4년이라는 제한된 임기에 후달려서 힘들었다. 같이 일하는 보좌관들에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제가 왕따도 당하고 미움도 받았다. 1분1초가 아깝고, 임기 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도 많이 시달렸다.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노동자들이 송전탑에 오르고 할 때 정말 맨붕 상태였다. 대선 후 한 달 반이 지났는데 그동안 노동자들이 돌아가시고... 정말 사는 게 힘들었다. 제가 이러면 올라간 분들은 어쩌라고 이러는지... 환노위 차원에서 어떻게 할이지 해법도 떠오르지 않고 그러니 정말 힘들었다.

묘안은 안 떠오르고 움직일 수 없는 느낌 속에서 노동현안들은 계속해서 늘기만 했다. 한진, 기아차... 사안은 늘고, 한진에서, 기아차에서, 도시철도에서 돌아가시고...

환노위에서 앞서 일한 보좌진들이나 의원들이 노동은 그렇다고, 정답도 없고, 시원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정신적 고통이 최근 정말 심했다.

어제는 드디어 폭음과 더불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내가 이러면 일이 더 안 된다고 마음 먹었다. 제가 원래 한량이고 무식하고 깡패다. 일이 잘 안 된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마음에 꽁하고 담아두고 않는다. 웃으며 싸우는 편이다. 다시 예전 스타일을 찾으려고 한다.

저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선 다음날부터 밀양 송전탑부터 쭉 돌자고 했다. 제가 만나지 못한 분들이 돌아가셨다. 마음이 참 아프고 괴롭다.

제 관심사가 다양해서 그런지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 국회 출장소가 여기다. 기본적으로 쌍용차, 강정, 용산, 탈핵 문제를 갖고 싸우는 사람들 중심이다.

환경과 노동문제, 철거나 주거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 수많은 문제들을 갖고 싸우는데 벽을 허물고 손 잡고 함께 한 연대의 케이스가 없다. 서로 집회에 참가해 주는 정도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워낙 조직이 크고 하니 많이 와주는데, 정말 뭔가 같이 일을 도모하고 그러면 좋겠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지난해 말 생명평화대행진을 했다. 그 전에는 금속노동자가 밀양 송전탑에서 걷고, 강원도 골프장에서 걸어오고 그런 일이 없었다. 전 이런 연대가 서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다. 있어선 안 될 일들, 4대강이 이미 벌어졌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상한 일들이 터진다.

같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 이슈가 상당히 진보적인 의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노동만 진보인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 여성문제, 성소수자문제... 진보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는 다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그 벽을 허무는 연대, 항시적 연대를 저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보적 노동운동을 하는 노동자가 성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생각하기에 진보적이지 않다. 저는 교육하고 계몽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고 연대함으로써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쌍용차가 강정을 만나고, 강정이 용산을 만나고 그러면 저절로 알게 된다. 몸으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되고 변화한다. 노동조합에서 성평등교육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노동문제가 해결돼도 여성들과 성소수자는 어려울 것이다. 바다를 지키겠다고 목숨 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설악산 정상에서 3년 넘게 싸우는 사람들, 철거운동, 노동운동, 장애인운동... 서로가 만나면 다 알게 된다.

연대가 시대정신이 되면 좋겠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가 서로 연대해야 한다. 그런 연대가 민주노총 노동문제도 해결하는 길이고 노동계가 암흑의 시대를 탈출하는 데도 힘이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싸우면 자기 밥그릇 챙기고 월급 더 받으려고 한다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

왜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는가. 왜 주는 대로만 받아야 하는가.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도 아직 있다. 그런 국민 정서, 대중 정서를 고려하고 사실상 불필요한 오명을 씻으며 가는 것이 승리하는 길 아닐까. 마이너에 계속 있거나, 우리는 정당한데 구질구질하게 해명을 해야 하는가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승리해야 하지 않는가. 중세 이상의 암흑기에서 나쁜 여왕이 집권을 앞둔 그런 느낌 아닌가. 암흑기는 당분간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대중과 호흡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너무 위축됐고 많이 약해져 있다.

저는 연대를 몇 번이고 강조해 이야기하고 싶다. 저는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면서 배운게 있다. 주변에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도 있었고, 존경할만한 선생님들도 많았다. 이름 없는 이들도 많았다. 적 또는 적으로 느껴지는, 우리와 뜻이 다른 이들, 폭력을 행사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집단, 돈을 벌려고 돈으로 가치 매길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자본, 재벌과 많이 싸웠다.

저는 분노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분노하지 말고 내적인 평화를 가져야, 행복한 감사함을 지녀야 싸울 수 있다. 분노하지 않아도 강력한 투쟁은 할 수 있다. 우리가 꼭 그들에게 화를 내고 이 세상에 적개심을 품어야 싸울 수 있는게 아니다. 절박한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은 속편한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닌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받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고 투쟁방법이다. 보수언론들이 우리 투쟁을 나쁘게 호도한다. 강원도 골프장이나 해군기지 투쟁을 이야기하면서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저는 분노하지 않고도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내적인 분노는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한다. 물론 장례식장에 가서 열사투쟁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이 죽음을 어떻게 막을 건지, 저는 그 죽지 말고 함께 싸우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이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

=환노위 활동을 하면서 노동조합의 생리를 잘 몰라서 그게 힘들었다. 정상적이라면 노사 협상 테이블을 잘 만들어서 동등한 입장에서 교섭을 하게 만드는 것이 국회 역할이라고 본다. 그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조남호를 환노위 위원장실에 앉혀놓고 1년 후 복직을 약속하게 했다. 저는 국회의 기능이 이렇게 한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것에 놀랐다.

노동사안이 정말 많다. 텔레마케터와 판매원 같은 서비스직종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객을 상대하면서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모멸감을 받아선 안 된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인데 노동조합에 불리하게 돼 있는 법과 제도를 막고 사회 이슈화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철도노동자나 텔레마케터가 받는 정신적 피해는 산재를 인정받은 적이 없다. 산재를 비롯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8개월 간 쌍용차와 한진을 보면서 그런 걸 느꼈다. 환노위에 야당의원 8명이 있고, 노동관계법개정안을 문재인캠프도 관심을 갖고 발의도 했는데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노조가 너무 파괴되고 노동조합이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재벌과 대기업, 고용노동부가 조직적으로 노조파괴를 공모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노위는 다종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사실 힘들고 정신이 없다. 야생동물 문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해군기지 문제, 미군기지 문제, 한중일호주 합동군사훈련도 제기한다. 해군기지도 그렇고 환노위 활동하기 정말 우울하다.

얼마 전에 한국 정부가 포경을 재개한다고 해서 우리 방에서 적극 대응을 했다. 이명박정권 말기에 정말 별걸 다 찾아서 나쁜 짓을 골라 하고 있다.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와 싸우고 해서 철회방침을 받아냈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돌고래가 어로 중에 섞여 잡혔다며 돌고래쇼장에 납품을 했다. 다른 종이 함께 잡히는 걸 혼획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우연히 혼획된 게 아니고 잡아서 싼 값에 판 것이었다. 공연을 금지하고 자연 방사하라며 싸우고 있는데 쉽지 않다. 수익이 높으니까 업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

대법원까지 갈 모양이다. 고래를 불법적으로 취득했으니 검찰이 몰수형을 판정했는데 이게 돈이나 금궤가 아니고 고래다 보니 어디 데려다가 놓을 데가 없어서 그냥 놔두고 있다. 그러는 동안 업체는 쇼를 해서 하루에도 수천만원씩 벌어들인다.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지난해 승리한 건 고래 (싸움) 하나뿐이다.

저도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 만큼은 아니지만 9개월 전만 해도 강정에서 해군기지 때문에 맞아도 보고 친구들이 맞으며 끌려가고 다 범죄자가 되는 상황을 겪었다. 경찰만 봐도 경찰 옷만 봐도 지금도 화가 나고 냉정을 찾기 힘들다.

당연히 폭력 앞에서는 분노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강정, 환경, 노동사안, 인권 문제 등을 만나면서 저는 그동안 제 문제에만 분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24시간 분노에 차 있어도 모자랄 만큼 부조리하고 부당한 일들이 많다.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분노가 너무 높은 상태에 이르면 자기 문제에만 매몰되기 쉽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제가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건, 해고 당사자건 모두가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다.

우리가 자나깨나 분노하고 하루종일 분노할 게 아니라면, 당장 내 동지들이 정리해고되고 죽어나가면 분노할 수밖에 없겠으나, 대한민국에 더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 인간적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접하면서 그런 분노를 떨어내면 좋겠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저 역시 해군기지 문제를 갖고 오랫동안 싸웠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쌍용차 동지들을 보면서 만나면서 더 분노가 커지기도 했으나 악에 받치고 그런 것들은 오히려 적어졌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너무 매몰됐고 그에 대한 분노가 너무 컸다. 강정에서 죽은 사람은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에게 손주들 같은 사람들이 마구 대하고 그걸 막아 드리지 못하면... 구럼비 바위는 다 폭파됐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신을 잃는다.

해군기지를 막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듯이 과연 내가 이렇게 분노하고 내 삶 전체를 매몰시킨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이 우리를 점점 더 고립시키고 종북좌파를 만든다.

(강정에 가면) 평화나 생명을 미친 듯이 지키려 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하는 괴짜들이 많다. 그들을 만나면 이념이나 그렇게 엄청난 게 아니고 괴짜인 순수한 젊은이들이다. 언론에 의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해군기지를 막으려 한다고 묘사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범법자가 되고 벌금폭탄을 맞는다. 고액아르바이트를 하는 전문 시위꾼이라고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분노와 투지를 일으키는 일들이다. 우리만 싸워 이길 게 아니라면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밀양 어르신들이 진짜 양반들이신데 쌍용차, 울산 현대차를 도셨다. 본인들이 싸워보니 그 마음을 알겠다고 하셨다. 처음 싸울 때는 우리가 옳은가, 국책사업을 방해한다고 이익집단이라고 언론이 묘사했다. 송전로가 지나가는 길 양쪽 3미터까지만 보상한다고 했다.

밀양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헛갈려하셨다. 시민들이 마을을 찾아주고 연대하고 그러니까 특히 시민사회운동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와서 본인들 싸움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옳은 일이라고 확신하셨다.

나라가 하는 일인데 이래도 되나... 반신반의하시다가 자신들이 옳다고 해주니까 너무들 좋아하셨다. 그리고는 우리도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한다. 울산 가고 평택 가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강정에서 강정에서 밀양에서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오셔서 ‘어서 내려와서 같이 밥먹자고, 어서 내려오라’고 하셨다. 얼마나 따뜻한가. 할매 할배가 무슨 영화를 보시겠다고 거길 가시겠는가.

그러고 나니까 어느 회의 단위에서인가 밀양에도 언제 한 번 가야되는데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강정도 요만한 작은 마을이다. 천명도 안 되게 7~800명이나 될까... 밀양도 작은 마을이고, 젊은 사람도 없이 모두 어르신들이다.

민주노총은 그 전에 많이 강력했다. 거대조직인 민주노총이 진보적 의제들에 연대를 많이 했다. 그야말로 연대해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노동계가 상실감이 클 것이다.

서로가 적극적으로 연대하면 좋겠다. 밀양 할매들 할배들도 그렇지만, 대중적 지지를 받는 노동운동이 되면 좋겠다. 지금은 그런 연대가 돌파구나 활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연대가 중요하다. 그럴 때 보수언론이던 정부여당이던 귀족노동자란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경제가 워낙 파탄이 나서 자영업자들도 월급쟁이를 부러워한다. 노조를 가진 사람들은 싸우기라도 한다. 살만 해서 조용한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모든 불평등과 부당함을 수용하고 사는 이들이 정말 많다.

한국사회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이 있다. 민주노총은 그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저는 연대를 제안 드린다. 두 배, 세 배로 돌아올 것이다.

연대하면서 저는 예전의 분노가 많이 줄었다. 나만 힘든 것 같았는데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살자 농성촌에서 얻은 것이 많다. 누군가는 우리가 쌍용차 분향소에 숟가락 하나 얹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숟가락이라도 얹은게 참 좋다.

선거 후 어디선가 누군가 돌아가실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함께살자 농성촌에서 함께 연대하면서 여기서는 돌아가시는 분이 없을 것 같았다. 같이 연대하면 마음의 병 같은 게 낫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생명평화대행진에 쌍용차 동지들이 정말 많이 결합해서 함께 걸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쉽지 않았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도 젊고, 쉽게 말하면 60년대 미국에서 반체제운동을 하던 히피같다. 개성이 다양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이 많다. 그리고 평화운동가들이다. 독특하고 괴짜들이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처음에 같이 걸을 때는 쭈삣쭈삣하다가 한 달 쯤 같이 걸으니까 나중에는 같이 춤추고 놀았다. 평화운동가들도 처음에는 노동자들이 너무 투쟁일변도이고 그러니까 비장하다고 불편하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막판이 되니까 투쟁으로 인사하겠다고 하고 투쟁!을 외쳤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누가 꽃을 꽂아줘도 안 빼고 그렇게 변했다.

저는 분노하지 않고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훨씬 마음이 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또 그래야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정에 있으면 2시간마다 중장비들이 들어와서 밀고 들어온다. 우리가 나가서 그걸 막으면 시간이 지체되고 몇 사람이 잡혀가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또 막고 그런 방식으로 투쟁을 했다. 그러면서도 자꾸 웃으니까 누군가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느냐고 하고 그랬다.

노동자들이 자꾸 돌아가시니까 웃을 힘도 안 나지만 분노가 우리 힘이라기보다, 그걸 이겨내고 더 강력한 새로운 싸움을 만드는 힘은 그걸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이마트 문건 입수 경위와 현재 상황에 대해

=이마트 문건을 내부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았다. 권영국 변호사가 그동안 이마트 등 범삼성가와 유통 계열사에 그런 게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증거가 없었다고 했다.

해고된 전수찬 위원장은 입사한지 10여 년 간 우수직원 표창을 30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노조를 결성했다는 한 가지로 이유로 해고한 것이다.

저도 처음에 자료를 보면서 덜덜 떨었다. 지금은 너무 자주 봐서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충격은 여전하다. 전수찬 위원장이 부당해고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1인시위를 한게 경향신문에 나고 2명이 해고되고, 동광주점으로 전보되고 그런 내용이 보도됐는데 대선 이후 전 위원장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론보도 등 대응이 비교적 성공적인 것 같다. 사실은 대상이 삼성이다 보니까 한겨레나 경향신문조차도 부담 없이 받을까 했다. 언론에서 많이 다뤘고 지금은 소강상태다. 검찰에 고발했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도 15일까지 연장한다고 한다.

노동조합 관련해서만 아니고 이마트의 부당한 기업운영 자료들이 무궁무진하다. 위생관리에서부터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 이마트 향후 태도를 보면서 계속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다.

저뿐만 아니고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과도 내용을 공유해 설 직후 상임위가 열리면 이마트 문제를 다룰 것이다. 쌍용차, 현대차 문제도 있지만 이마트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마트 싸움을 잘하는 것이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비롯해 위축되고 침체된 노동운동 자체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희망한다. 이 정도의 무기를 갖고 싸우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고용노동부에 있는 최대한 많은 직원들이 퇴사하게 하고 징계받게 해서 노동계 전반에 도움이 되고 노동운동 전체가 같이 누릴 수 있다면 우리 승리가 될 것이다. 그런 바람으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전 환노위에서 일하면서도 지금까지처럼 몇 개 특정 사업장의 문제,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성노동이나 청년노동에 관심이 더 많고 기여하고 싶었다. 성실하고 복 받은 사람들만 정규직 직장을 갖는 것이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더한 약자인 노인이나 청년,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싶다. 올해는 더 시간을 쪼개고 더 부지런을 떨어서 잘하고 싶다. 민주노총이 같이 하면 좋겠다.

저는 노동계급 내 노노갈등이라는 말이 제일 싫다. 원죄는 정몽구인데 왜 우리끼리 갈등을 하는가. 전 정몽구가 개새끼라는 말을 듣게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이 얼마나 힘들까 싶고 무력감과 아픔을 느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노동현안들은 당사자 중심성이 있다고 본다. 노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권과 국회의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노조를 만들면 탄압하고 용역을 데려다 죽여놓고 본인들과 가족들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 노동자들이 조합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저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쓸모 있는 도구가 되고 싶다. 민주노총에서도 장하나를 유용하게 써주시면 좋겠다. 저도 민주노총과 같이 할 게 참 많다. 저 역시 노동자다. 지금까지보다 민주노총을 더 잘 이해하며 잘해보고 싶다.

민주노총도 그렇겠지만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서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늘 구체적 사안에 대응하느라 벅찼다. 저는 은수미의원처럼 노동전문가도 아니지만 좋은 파트너가 돼서 협력관계를 만들면 좋겠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노동존중사회, 그리고 이마트와 같은 회사들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이 노동자다. 일해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노동자가 행복한 사회란 말은 대다수 국민이 행복한 사회란 말과 같다. 노동문제가 협소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은 노동운동가들이 프레임을 잘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을 해온 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 해당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좁은 틀에 갇혀 있었다. 노동운동 하면 노동조합이나 파업, 집회, 그런 것들을 연상했다.
노동문제는 전 국민적 문제임 국민적 이슈다. 교육문제는 그렇게 느껴지는데 노동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 노동운동은 기발한 발상이 필요하다. 하나 더 보탠다면,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라는 것이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다.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 스스로가 그런 지평을 만들고 넓혀야 한다. 그 정도 시야를 넓히며 함께 싸우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노동계가 잘 안다루던 더 소외된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투쟁현장에 득이 될 것이며, 국민이 노동문제에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조직률도 오르고 노동조합들도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마트 시식코너에서 진열업무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취미활동으로 그걸 하겠는가.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이마트가 노무관리를 하면서 전태일평전을 갖고 퇴사시키거나 전보조치를 했다. 그렇게 아주 즉각적으로 불이익을 줬다.

50대 여성 3명이 전보조치되거나 잘렸다. 협력사 직원들인데 거기까지 손을 뻗쳤다. 그분들이 적은 월급이나마 받아서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렸을 것이다. 정말 소중한 돈이었을 것이다.

소시민들이 갑자기 직장을 잃으면 당장 생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을 저렇게 가차없이 자르는 것이다. 그 목적은 이윤 극대화일 것이다. 왜 노조를 없애려고 하느냐 하면 돈을 더 벌려는 것이다. 그런 기업들이 사회환원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광고를 한다.

자본의 광기, 미친 광기를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 자본의 폭주를 막지 못하면 안 된다. 신세계 이마트 사태를 통해 저는 그걸 느낀다.

창조컨설팅을 동원해서 노조를 파괴하고 금속노조 소속 많은 사업장들에서 벌어진 일들, 그 물리적 폭력을 수반한 상황들도 끔찍하고 처절한데, 사물함을 뒤지고 감시하고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사람들 집안 사정을 다 기록하고 (전태일)평전이 나오니까 잘라버리는 이런 일들도 정말 끔찍하다. 노조가 있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니까 노조를 못 만들게 하려는 것이다.

자본이 미쳐 날뛰지 않으면 노노갈등이 왜 있겠는가. 삼성에 다니는 화이트컬러는 행복할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월급을 더 받으면 행복할까.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대신 일할 사람이 넘쳐난다는 식의 발상을 주입한다.

삼성에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노조를 못 만든다.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인가. 정당한 자기 주장을 하면 안 되는 그런 상황, 그런 사회를 만든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 어떤 노동자도 행복하지 못하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이마트 내부문건 폭로 후 신세계 이마트 측 움직임과 노조 대응방향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는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마트 관리가 부실해서 그런 자료가 유출됐다고 할 것이다. 이마트 조직 운영이 허술해서 자료가 샜다고 하는 정도의 인식일 것이다. 신세계 계열사가 다 그럴 것이다. 절대로 우리가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 할 것이다.

전면전이다. 제대로 수사하고 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지금 서비스연맹과 만나 교섭을 하고 있지만, 이마트가 교섭을 할 마음이 있어서 하겠는가.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노무관리나 경영방침을 바꾸겠는가.

이 건이 터지고 나서 신세계 이마트도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도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국민 앞에 사과 한 마디 없다. 고용노동부 현직 공무원들이 뇌물도 많이 받았다. 그 자료들을 (고용노동부에) 다 줬는데 사과 한 마디 없다.

공무원노조가 잘 돼야 공무원사회가 안 썩는다. 경찰노조가 있으면 저렇게 못할 것이다. 노조가 있어야 한다. 노조가 세상을 달리 할 수 있다. (경찰 노조가 있으면) 경찰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 편을 심어야 한다.

이마트가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엄청 로비를 하고 있다. 살살해 달라고 사정을 한다. 의원들은 물론이고 검찰에도 로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회사가 저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경총이나 전경련 같은 사용자단체들의 이해관계를 보기 때문이다. 너 하나 뚫리면 우리 다 같이 뚫린다고 할 것이다.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열리기 시작하면 비정규직을 전부 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니, 목숨 걸고 지키라고 할 것이다. 대표선수로서 저렇게 버티는 것이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범삼성, 롯데계열, 무노조를 말하는 곳들은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 자기들 동지들을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잘못했다고는 절대 생각 안하고 끝까지 버틸 것이다.

이마트 사태 관련해서 우리는 전수찬 위원장이 복직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측이 이마트노조와 교섭을 하겠다고 하니 노동조합이 생겼나 싶다. 이마트노조와 서비스연맹과 같이 만나서 교섭을 하고 있으니 노동조합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 폭로를 통해 이마트노조가 인정받았다. 당연한 걸 갖고 우리가 기뻐하고 있다. 서글프다.

△민주노총에 주어진 사회적 역사적 책무는 무엇이며, 민주노총이 그 책무를 잘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노조 있는 회사를 다녀보지 못했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으니 노조를 가져보지 못했다. 저는 지역방송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지방방송국에서 방송작가를 했는데 피디와 개별 계약을 했다.

방송국에는 정규직 직원들 외에 일하는 에이디들, 촬영보조,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이 많다. 노조의 정당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노조 조합원인 피디가 방송작가나 촬영보조 같은 비정규직에게 어떻게 대하고 어떤 처우를 하는지 아는가. 마구 자르기도 하고...

그런 것을 보고 접하면서 노조가 정당한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걸림돌을 스스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총이 여성문제, 청년문제 등에 함께 하는 것이 돌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현대차, 쌍용차 등 현안 해결에도 오히려 좋은 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제게 굳이 동지가 있다면 그분들이 동지인 셈이다. 문제는 우리가 서로 잘 만나지 못하고 곁에 있어도 동지로 인식하지 못하고 좋은 일자리도 아닌 보통 일자리를 갖고 경쟁하는 관계다.

노조라면 같은 지부나 지회 소속 조합원들일 텐데, 그런 제 동지와 같은 사람들이 일이 힘들고 취직은 안 되고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비정규직 문제가 제조업 사내하청 불법파견으로 사건화됐으나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이기도 하다. 3류 노동자로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정말 많다.

저는 목수다. 국비로 일을 가르쳐주는 직업학교에서 목수 일을 1년 배워 2년 동안 공장에도 다녔다. 원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옆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는데 그들 입장을 대변해주는 단체가 있거나, 스스로 조직하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워라도 보는데, 노조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흔한 근로계약서를 써보지도, 싸워보지도 못한다.

만 15세가 넘으면 부모 동의 하에 알바를 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은커녕 노예 취급을 받는다. 청소년노동도 정말 심각하다. 어리다는 이유로 착취가 더 심하다. 우리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이 게을러서 무능해서 정규직이 못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3류 노동자들은 죽어도 누가 규탄성명이나 보도자료도 내주지 않는다. 장례를 치러주는 노조도 없다. 정말 많은 청년들이 불쌍하고 가엽다.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다. 노인들, 여성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문제는 그 노동자들이 철저히 파편화돼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고 정상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청년들의 삶도 나아질 것이다. 벙어리처럼 사는 사람이 많다.

민주노총이 최고 상급단체로서 노동 약자들, 건설일용직, 대리운전 등 점점이 흩어져 일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 노동문제에 대한 전체 국민이 편견을 없애고 지지를 받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 청년들을 살려 달라. 기아차나 현대차에 고교생들이 실습생으로 가서 죽고 다치고, 그런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 일이 있어도 정규직노조가 싸워주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함께 싸워줘야 한다.

노동현안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환경사안들, 인권, 성평등문제 등 다양한 진보적 의제에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노조 투쟁을 더 잘하고 승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의무감에서 나오는 의례적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편견을 깨야 한다. 파업을 하면 불편하지만 옳은 일이니까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좋겠다. 전에 누군가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해줬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공항 업무가 마비되고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항의를 했더니 공항 관계자가 노동자들 파업은 천재지변도 같다고, 그러니까 불편해도 참으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역할이다. 민주노총이 도전해서 우리 사회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저도 개별 사안마다 열심히 대응해서 사회적 환기를 일으키고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청년이자 여성이고 노동약자로 엊그제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해보고 싶다. 민주노총과 함께하고 싶다.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은 그나마 제가 하기 쉬운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는 사람은 대중적 시선에서 바라볼 것이다. 민주노총은 대중성이 제로다. 어떤 운동인들 대중성이 있겠는가마는 노동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인 만큼 노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아까 이야기한 이탈리아처럼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 변백선 기자
※ 장하나 의원실에서...
<노동과세계>가 지난 2월5일 장하나 의원실을 찾아갔을 때 장 의원은 서비스연맹과 함께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1인시위와 선전전을 하고 돌아와 인터뷰에 응했다. ‘노조탄압 직원사찰 대한민국 1등, 이마트 앞에서는 물건팔고 뒤에선 직원들 사생활 파는 이마트_국회의원 장하나’라고 적힌 커다란 피켓을 가져와 방에 둔 그는 의원 뱃지를 오늘 선전전 때문에 처음 달았다며 평소 달고 다니는 ‘강정마을’ 뱃지로 바꿔달았다. 이마트 관계자들 눈초리 때문에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선전물을 안 받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의 방 테이블 유리 밑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노란색 천이 깔려 있고, ‘해군기지 백지화’ 몸자보와 쌍용차 범대위 몸자보가 의자에 씌워져 있다. 전태일열사의 일기 글도 걸려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장 의원이 “의원 임기 마치면 취직해야 할텐데...” 하길래 “민주노총에 오시는 건 어때요?” 했더니 그는 반가운 얼굴로 활짝 웃었다 “정말 너무 좋지요. 그럴 수 있으면요...” 의원 임기를 마치면 장하나의원이 민주노총 문을 두드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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