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비지회 141일, 쌍용차 107일, 유성 137일, 천일교통 62일, 재능 29일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울산과 평택, 전주, 아산, 서울에서 철탑, 굴다리, 종탑, 조명탑 등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며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3월6일 현재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문기주 정비지회장·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107일째 쌍용차 평택공장 앞 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은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정문 앞 철탑에서 141일째 농성 중이다.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은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서 137일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천일교통분회 김재주 분회장은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조명탑에 올라 62일째,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지부장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은 29일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2월28일부터 3월6일까지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농성상황과 건강상태 등을 물었다. 그들은 한데서 겨울바람에 노출된 채 길게는 140일 이상을 견뎌냈고, 건강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기만은 여전했다.

▲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한상균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의 끈 놓지말자”

한상균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52세)은 “벼랑 끝에 선 해고자들이 쌍용차 사태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고 “투쟁하는 우리마저 희망을 포기한다면 그들은 벼랑 끝에서 끈을 놓아버릴 것”이라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호소했다.

무급휴직자들 첫 출근일인 5일 한 지부장은 “무급동지들, 정직을 받아 복귀하지 못했던 동지들이 77일 투쟁 후 3년 7개월이 지난 오늘, 말로 표현 못할 복잡한 심정으로 공장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쌍용차 정리해고사태 진실규명, 마힌드라자본의 투자 문제와 정당성, 먹튀를 밝히는 것은 노사관계로 해결할 수 없고, 투자가 늦어지면 당장은 아니어도 노동자들 생명권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으니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주 “절대 그냥은 못 내려간다”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천일교통분회장(51세)은 “전주 천일교통과 완산교통이 전주시내 택시 노사관계 파탄내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김재주 분회장은 “지난해 1월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건설하자 노조를 깨기 위한 해고가 시작됐고 11월까지 5명을 해고했다”고 전한다. 그는 천일교통과 완산교통에서 노동운동을 했다는 사장들이 민주노조를 없애려고 해고를 일삼고 전주 시내 전체가 그걸 따라가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는 자신이 조명탑에 오른 것은 천일교통에서 노조를 인정받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것만이 아니고, 전주에서 벌어지는 민주노조 탄압을 해결하겠다는 주목적이라면서 “절대 그냥은 못 내려간다”고 결의를 다진다.

▲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오수영 “단체협약 체결하고 해고자 복직시켜라”

재능교육 본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오수영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직무대행(40세)은 “꼭 이겨서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 건강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오랜 투쟁으로 조합원들 모두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종탑농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재능교육지부는 얼마 전 기륭전자분회가 갖고 있던 비정규직투쟁 최장기록을 깼다. 재능지부는 12명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종탑에 오른 후 회사가 교섭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교섭을 위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 직무대행은 “사측은 복직 후 단협을 논의하자고 하지만 단협과 해고자 복직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단체협약 체결이 최우선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여민희 “재능 조합원 전체가 고공에 있다고 생각”

여민희 재능지부 조합원(41세)은 “우리 둘이 고공에 있지만 재능지부 조합원 전체가 고공에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바람이 심하고 활동 공간이 없지만 여기는 철탑보다 나으니 철탑 농성하는 동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우리 조합원들이 평생 겪지 않고 살았으면 했던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고, 정말 살고 싶어 시청으로 나갔다가, 단협을 체결하자는 의지로 구사대 폭력과 외롭고 힘든 기억이 많은 혜화동에 다시 왔다”고 말하는 여 조합원.

그는 “비정규직 최장기투쟁기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날짜에 연연하지 않으며 싸웠다”고 전하고 “더 힘들고 참아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처음 투쟁할 때처럼 외롭지 않게 끝까지 연대해주고 힘이 돼 달라”고 호소한다.

▲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홍종인 “머지않아 유성서 승리 소식 전하겠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41세)은 “사측의 손배청구와 경고장 남발로 인해 현장투쟁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전하며 “머지않아 유성투쟁 승리 소식을 전하며 굴다리에서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 매달려 목에 밧줄을 건 채 노조파괴 중단과 유시영 사장 구속을 촉구하며 지난 겨울을 보냈다. 유성기업에서는 최근 사측의 온갖 탄압에 맞서 강력한 현장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노조 조합원이 불합리한 작업지시에 저항하자 사측 관리자가 지시불이행과 욕설, 폭력 등 거짓을 만들어 경고장을 날렸다. 해당 과 조합원들이 조퇴투쟁에 나섰고, 전체 조합원들이 항의집회와 해당 관리자 집 앞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천의봉 “여기는 마지막 진격지, 현장투쟁이 관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전혀 진전이 없고, 주간연속2교대제도 비정규직은 통근버스만 탈 수 있을 뿐 임금등 어떤 관련 협의도 없어 비정규직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총 1100여 명을 신규로 채용했다”고 말하고 “옆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신규채용으로 많이 떠났지만, 불법파견 정규직화 전환 기조를 갖고 투쟁하는 조합원이 아직 많다”면서 “그들의 현장투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곧 선출될 민주노총 새 지도부를 향해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민주노조를 복원하는 유성사태, 현대차 등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빼앗긴 노동자 권리를 실제로 되찾고 민주노총을 하나로 이끌어 승리하는 지도부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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