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불법 철거 시도...“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는 살고 싶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이 중구청 철거팀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이 중구청 철거팀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이 중구청 철거팀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중구청이 8일 오전 몰려와 행정대집행에 나섰지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비롯한 노동자들과 쌍용차 범대위, 청년학생들과 출근 길 시민 등 연대대오가 몸을 보태고 마음을 보태 결국 1차 침탈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중구청의 2차 침탈 가능성이 예견돼 오늘(8일) 오전 일찍 모여 농성장을 사수한 사람들은 계속 대한문 농성장에 대기 중이다.

서울지역 민주노총 상근간부들과 조합원, 청년학생, 시민들은 행정대집행 시각으로 예정된 8일 오전 7시 이전부터 대한문 분향소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몸자보를 두른 채 흰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들고 분향소 천막을 에워싸고 앉았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중구청이 오늘 우리 분향소와 저 건너편 재능지부 농성장도 철거하겠다고 한다”고 전하고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분노가 치솟는다”며 중구청의 철거 시도를 규탄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중구청이 철거 근거로 장소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얼토당토한 것이며, 건물 같은 것은 가능하지만 광장을 철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지난번 (화재) 사고 후 새로 세운 천막에 대해서는 철거명령 조차 없었고 이에 대한 철거는 분명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은 그동안 수 차례 중구청으로부터 계고장을 받았으며 마지막으로 계고장을 받은 것은 지난 2월27일이다.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오늘(3월8일)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앞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이 분향소로 모여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분향소를 에워싸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앞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이 분향소로 모여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분향소를 에워싸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앞서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중구청의 철거 시도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지난 3일 대한문 분향소에 화재가 나 계고장을 받은 천막들은 모두 불에 탔다. 쌍용차지부 등은 다시 계고장을 보내 철거명령을 할 수는 있으나 그런 사전 절차 없이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태욱 변호사는 행정법원도 집시법 관련 판결을 통해 대한문 분향소 앞 집회가 도로교통 등에 장애가 없음이 명백함을 인정한 바 있다고 전했다.

오전 7시20분 경 시청광장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한문 분향소 앞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살고 싶은 안전특별구 서울의 중심 중구’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은 채 분향소를 둘러쌌다.

김태연 쌍용차범대위 상황실장은 “이곳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목숨을 잃은 스물 네 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영혼이 모셔져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그로 인해 스물 네 분이나 되는 분이 세상을 떠난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선 안 된다는 그 뜻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 상황실장은 분향소를 철거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향해 “중구청 직원들인지 용역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이들일 것이고, 부모형제 등 가족이 있을 것이며, 당신들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쫓겨나본 경험들이 다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지금 하려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분향소 천막 안에는 백기완 선생, 김경자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진선미 의원, 유은혜 의원,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등이 앉았고, 24인의 영정을 든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천막을 둘러쌌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앞서 철거팀 공무원이 분향소로 향하는 가운데 분향소의 한 관계자가 불법행위라며 막아 세우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전 중구청 철거팀과 국화꽃을 든 조합원, 청년학생 등이 대치 중에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기 앞서 중구청의 한 직원이 계고장을 낭독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태연 상황실장은 “2009년 쌍용차 사측이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으라고 할 때 쌍용차 노동자들은 함께 살자고 외쳤다”고 말하고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이들에게 “다함께 살기 위해 발길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중구청 관계자에게 철거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살기 위해, 몇 푼 벌기 위해 이곳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우리도 전국 각지를 돌며 몇 푼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다녔다”면서 “10년, 20년 같이 일하며 한 솥밥 먹던 동료들에게 쇠파이프를 들게 하고 새총을 쏘게 했고 그것을 경험한 상처를 우리는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인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하고 남편은 따라서 돌연사로 사망하는 그런 말로 다 못할 아픔을 가진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여기 살고 있으며, 여러분은 돈 몇 푼 벌기 위해 우리를 침탈한다면 우리는 막을 수밖에 없다”면서 “남의 몸에 손을 대고 남에게 해코지 해서 돈을 벌지는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7시50분 경 중구청 관계자가 경고문을 읽은 후 침탈을 지시했고, 파란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대오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분향소 천막을 둘러싼 채 앉아 스크럼을 짜고 앉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강력히 저항하며 버텼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여러분도 이 침탈이 불법임을 잘 알 것”이라면서 “2009년 쌍용차가 노노갈등을 유발한 것처럼 지금 중구청 관계자가 직위를 이용해 폭력을 조장하는 것에 따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파란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용역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아마도 중구청 공무원들인 듯 했다. 대부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전 8시 경 중구청 관계자가 메가폰을 들고 “기자들 때문에 집행이 어렵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기자들은 나가달라”고 말했지만 대오는 흔들리지 않았다. 파란조끼를 입은 사람들과 사수대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2명이 부상을 입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오전 8시40분 경 파란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중구청 관계자의 명령에 따라 또 한 차례 사수대를 공격했으나 이를 마지막으로 해서 물러갔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더 이상 죽이지마라 우리는 살고싶다!”,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폐하라!”, “국정조사 해고자복직 즉각 실시하라!”고 외치며 중구청의 불법적인 행정집행 시도를 규탄했다.

븐향소를 철거하기 위한 중구청의 침탈이 오늘 중 또다시 예고되고 있으며 노동자와 시민들은 계속해서 농성장에 남아 대기 중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해 4월5일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지난해 3월 말 스물 두번 째 죽음이 발생했고, 지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로 인한 죽음의 행렬이 더 계속돼선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문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그동안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이 곳을 찾아와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정리해고가 더 이상 일어나선 안된다고 다짐했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등 해고노동자 3인은 쌍용차 평택공장 앞 철탑에 올라 오늘로 109일 째 고공농성을 잇고 있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던 한 학생이 고개숙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중구청 철거팀과 몸싸움을 벌이다 전태일열사 동생 전태삼 씨와 한 동지가 부상 당해 후송됐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청년학생, 시민들과 중구청 철거팀이 대치 중에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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