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성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여성, 희망과 연대로 전진!”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대회에 참가한 여성 조합원들이 손 높이 올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대회에 참석한 여성 조합원들이 음악에 마춰 개나리를 흔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인 8일 한국사회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용기있게 저항한 105년 전 여성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여성들이 투쟁해서 99%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루저스 광장에서는 1만5천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 10시간 노동,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요구하며 군대와 경찰에 맞서 싸웠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당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성적 대상이 돼야 했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녀들은 싸웠다. 105년 전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은 10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여성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여성, 희망과 연대로 전진!’을 슬로건으로 내건 105주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105주년 3.8 여성대회 공동기획단이 주최하고 주관으로 열렸다.

김현미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105주년 3.8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이 축하받는 날이며, 105년 전과 다름없는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전하고 “여성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돼 자신의 공약을 부정하고 있으며, 재능교사 여성노동자들이 3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종탑에 오르기 전 어린아이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하고 편지를 써놓고 왔는데 나중에 아이가 문자로 ‘미워 미워 미워’ 열 번을 썼다고 한다”면서 “저임과 살림살이 걱정, 아이 걱정, 고용불안 등이 바로 우리 여성들의 현실”이라고 말하고 “박근혜가 당선되고 취임한 후 대부분이 여성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만명 넘게 해고됐다”고 규탄했다.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민주노총 김현미 비상대책위원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대회에 참석한 여성 조합원이 '있자나, 나 낙태했어'라는 문구가 피켓을 들고 여성의 결혼,출산 등의 결정은 여성의 권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 비대위원은 “국민 대다수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박근혜는 1%가 행복한 나라를 위해 길을 가고 있다”면서 “재능교사가 아이 곁으로, 현장으로 돌아가고, 모든 비정규직이 철폐되고, 철탑농성자들이 내려오고, 차별과 멸시가 없는 세상, 그늘진 곳이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으로 쟁취하자!”, “국공립 어린이집과 예산을 확충하라!”, “학습지교사는 노동자다 노동자성 인정하라!”, “여성의 투쟁이 세상을 바꾼다!”, “돌봄노동 감정노동 가치를 인정하라!”, “모두에게 평등한복지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외치며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보육교사, 서비스노동자, 여성의몸에대한권리를말하는임신출산네트워크 활동가,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다산콜센터 상담원 등 여성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서로의 처지와 노동환경을 설명하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을 짓밟고 있는지를 전하고 여성노동자들의 힘과 투쟁으로 여성이 행복한 세상, 99%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날 대회에는 공공운수노조.연맹 서경지부 청소노동자들 ‘한마음 여성합창단’과 여성민중가수들, 성신여대 몸짓패 ‘메이데이’가 각각 합창과 노래공연, 몸짓공연을 펼쳐 보이며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여성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을 격려했다.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를 마친 여성 조합원들이 시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를 마친 여성 조합원들이 여성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시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오후 5시 경 보신각을 출발해 서울 시청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시간제일자리 반대한다 고용안정 보장하라!”,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의 힘으로 여성노동권 쟁취하자!”,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하자!”, “내몸은 나의것 성폭력 근절하라!”, “성희롱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여성대통령의 시대는 왔으나 여성노동자의 시대는 오지 않았음을 부르짖었다.

40여 분 간 퍼레이드를 펼친 끝에 대오는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김현미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이 행진퍼레이드상을 시상했다. 노란 개나리꽃을 들고 행렬을 환히 밝혀준 민주노총 대전본부, ‘엥그리걸즈’ 안전모를 쓴 채 행진을 벌인 건설노조가 문화상품권을 받고 기뻐했다.

이어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이 달려왔다. 김 수석은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행진 대오를 기다렸다”고 말하고 “오늘 새벽부터 긴장 속에 침탈을 막아냈다”면서 “여성의 날인 오늘 중구청이 동원해 분향소를 철거하기 위해 나온 여성공무원 50명,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쌍용차처럼 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는 현실, 비정규직의 다수가 여성인 상황에서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함께 싸워 우리 사회 모순을 떨쳐내자”고 역설했다.

김현미 민주노총 비대위원은 오늘 3.8여성대회에서 모금한 모금함을 함께살자 농성촌에 전달했다. 대회를 마친 여성노동자들은 대한문 분향소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이후 쌍용차 스물 네분의 영혼이 모셔진 곳에 철거반이 들이닥칠 경우 다시 힘을 모아 막아낼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해 각계 사회운동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105주년 3.8여성대회 공동기획단’은 현재진행형인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오늘 집회를 기획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4~8일을 여성대회 주간으로 선포,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4일 ‘105주년 3.8여성대회’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3년 여성대회의 슬로건과 요구안을 밝혔고, 여성노동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이어 5일에는 키워드토크 ‘여성노동이 아프다’를 개최해 여성노동의 일상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세계여성의 날인 오늘 여성대회를 열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대회 마무리 집회 가운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여성 조합원들이 투쟁기금을 모아 대한문 함께살자농성촌에 기부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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