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복기성 2인 농성 이어가 “힘들지만 당당히 견뎌낼 것”

▲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철탑에서 내려와 김정우 지부장과 함께 의료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철탑농성 116일 만에 땅을 밟았다.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돼서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16일 간 농성을 이어온 철탑에서 몸을 떼는 순간부터 문기주 지회장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3인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 116일째인 15일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내려왔다. 먼저 의료진 2인이 철탑에 올라 건강검진을 했으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악화된 상태임을 감안해 문기주 지회장 입원을 설득했다.

문 지회장은 농성을 잇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1시간 가량 지연됐다. 결국 쌍용차 범대위와 쌍용차지부가 설득한 끝에 오후 3시 경 철탑을 내려왔다.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잇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와 김정우 지부장 등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주변 부축을 받으며 내려온 그는 “얼마나 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몸을 축내며 이렇게 싸워야 하느냐?”고 묻고 “죽던지 결단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나만 내려와서...”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땅을 밟은 문기주 지회장은 왼쪽 팔을 들지도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그는 혈압도 높아 절대적 안정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문 지회장은 구급차를 이용해 녹색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3인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16일째 되는 15일 오후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과 함께 내려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과 함께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며 한상균 전 지부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농성 55일째(1월 11일) 1차 진료에 이어, 농성 99일째 되는 2월26일 의료진이 2차 진료를 한 바 있다.(진료의사 : 정형준 [재활의학과], 김원식, 심희준 [한의사]) 진료결과 한상균, 복기성, 문기주 3인 모두 '극심한 불면증', '심폐기능 저하와 자율신경계의 이상 징후'를 보였다.

특히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좌측 어깨 충돌증후군과 극 상단 인대 부분 파열증'을 보여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임을 확인했다.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도 '좌측 허리 디스크(요추부 신경뿌리병증) 증세를 나타냈으며, 한상균 전지부장은 기립성저혈압(110/60)증세와, 수감생활에서 얻은 동상이 재발해 우측 발가락과 발바닥에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 상태였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전 지부장이 문기주 정비지회장을 내려보낸 후 마이크를 잡았다.

“위에 함께 올라올 때부터 함께 손잡고 내려가자고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쌍용차 공장에 들어가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노동자가 본연의 자기 자리인 일터에 즐겁게 함께 가려고 했다. 어떤 결정도 없는 상황에서 내려보내게 돼 마음이 무겁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려고 와 주신 연대동지들과 취재하러 와 준 기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대한문 앞에서 김정우 지부장이 곡기를 끊은 지 40일이 넘었을 때 우리 지부장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직감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투쟁을 사회에 호소하려고 철탑 농성을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문기주 지회장이 함께 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3인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16일째 되는 15일 오후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과 함께 내려왔다. 116일만에 동지들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문 정비지회장. ⓒ 변백선 기자
▲ 쌍용차 해고노동자 3인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16일째 되는 15일 오후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과 함께 내려왔다. 문 정비지회장은 악화된 몸을 이끌고 의료진 차량으로 향하며 눈물을 흘렸고 철탑 위의 동지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 변백선 기자
당시 집단 단식과정에서 커피 한 잔을 놓고 뭐라고 할 수 있는게 있다면 하자고, 살아서 투쟁하자고 결의하고 올라왔다. 그리고 나서 대선을 치렀다. 약속했던 국정조사도 파기됐고, 희망을 가지자고 했던 우리는 심리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겨울 추위와 심리적 조건들을 이겨내며 문기주 지회장은 굉장히 마음 아파 했다. 잠 못 이루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천막에 눈보라가 치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동지들 힘내자고 서로 손을 잡아줬다. 며칠 전까지 함께 내려가자고 결의했다.

하지만 통증은 날로 더 심해졌고 밤잠 못자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본인은 내 아픔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다. 가슴이 찢어졌다. 식은 땀으로 범벅이 돼서 신음소리를 냈다. 저와 복기성 동지는 이상이 없는지를 번갈아 확인하며 밤을 지새웠다.

긴급히 의료진을 불렀고 판단해서 입원을 하게 했다. 복기성 동지나 저도 건강이 평상시보다는 못하다. 반드시 이 문제를 매듭 짓고 절망 끝에서 몸부림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생명줄을 잡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당당히 견뎌낼 것이다.

쌍용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인면수심의 파렴치함을 계속할 것인지 답변을 요구받고 있다.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 이제 희망이 싹트는 봄이 왔다. 동지를 보낸 아픔과 고통으로 지난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냈다. 지치지 않고 건강을 챙기며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당당히 투쟁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는 살인임을, 노동자를 죽이고 노동을 탄압하는 도구임을, 정리해고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함을 우리는 주장한다. 우리는 그렇게 작동돼야 한다.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는 이 순간을 간직하며 견뎌낼 것이다. 투쟁!”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앞 철탑에 오른지 116일째,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내려왔다.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명줄을 한 땀 한 땀 이어가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3인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16일째 되는 15일 오후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의료진과 함께 내려왔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의료진 차량에 오르고 있다. 문 정비지회장은 자신의 몸보다 철탑 위 고공농성 중인 동지들과 떨어진 것에 더 가슴이 아플 것 같다. ⓒ 변백선 기자
▲ 철탑 위의 한상균 전 지부장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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