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

▲ 쌍용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복기성 동지가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26일째 되는 25일 오후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전의평화위원회가 철탑 앞에서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가 열렸다. ⓒ 변백선 기자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이사야 42:3)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쌍용차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과 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장동훈 신부가 25일 오전 송전탑에 올라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만났고, 이어 오후 2시에는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가 철탑 밑에서 진행됐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고공농성을 벌인지 25일 현재 126일째가 됐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농성 116일째인 지난 15일 건강 악화로 내려와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성효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주교가 주례를 맡은 이날 미사에 참석한 15개 교구 신부와 수녀들, 신자들은 정부가 쌍용차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노력임을 강조했다. 또 송전탑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빨리 건강하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이 모두의 소망임을 확인했다.

이성효 주교는 미사를 시작하며 “오늘 날씨가 바람도 불고 추운데, 이 아래가 이 정도로 춥다면 저 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추울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 이 미사는 저 위 노동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그들의 고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가 몸은 물리적으로 춥지만 영적으로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우리는 이 전국 집중 미사를 봉헌하며 하느님이 이 땅에 공정과 행복을 주시길 청한다”면서 “먼저 우리가 남의 고통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오늘 천주교 전국 집중 미사는 천주교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부활을 앞두고 성 주간 첫날에 이 땅에서 가장 낮은 곳,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진행했다. 천주교 공동선실현사제연대 수원교구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를 기해 이 곳 송전탑 밑에서 농성자들을 위로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 서울 대한문 앞에서도 매주 월요일 저녁 쌍용차, 용산, 강정, 탈핵 등 문제를 걸고 미사가 열린다.

▲ 이성효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주교가 주례를 맡고 "희망을 찾고 농성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변백선 기자
▲ 철탑 앞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에 1천여 명의 천주교 교우들이 참석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성효 주교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후 4년이 흐르는 동안 24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이 사망했고, 노동자들은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대한문 앞에서 355일, 이곳 송전탑에서 넉 달 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이사야서에서 말하듯 그들이 지치거나 기가 죽지 않는지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또 “지난해 11월20일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하던 중 문기주 씨가 15만4천볼트의 전기충격으로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입어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왔고, 3월3일에는 대한문 분향소 방화사건이 있었다”면서 “이 세상서 공정을 세우는 주님 뜻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희망을 찾고 농성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은 지난 2월18일 ‘노동자들 죽음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제하 성명을 발표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직면한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300일 이상 장기투쟁하는 사업장들이 20개 이상이나 된다”고 말하고 “부당한 정리해고와 차별적인 비정규직, 불법적인 노조탄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절망하고 있다”면서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 성명을 전하며 이성효 주교는 “정리해고된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 모두 우리와 함께 사는 가족과 이웃의 일임을 인식한다”면서 “함께 손잡고 고통을 나누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이고,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선의의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말하고 “이 땅에서 정의가 바로 서고 희망이 불타오를 수 있게 하자”고 역설했다.

쌍용차 투쟁 영상 상영에 이어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천주교 신자들 앞에 섰다. 그는 지난 기간 가혹하고 잔인한 탄압을 딛고 힘겹게 싸워온 경과와 심정을 토로하고 “울지 않고 죽지 않기 위해 다시 동료들과 손잡고 싸워 쌍용차 최고경영진인 이유일을 몰아낼 것이며, 박근혜정부에 대해 국정조사를 당당히 요구하고, 승리하는 그날까지 이기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 중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철탑 위를 바라보며 외쳤다. “한상균!”, “복기성!” 송전탑 위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복 수석은 “이용훈 주교님께서 철탑에 올라 해고자들을 위로하시고 건강을 걱정해주시고 격려와 사랑을 전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쌍용차 문제를 회사와 정부, 노동자들이 대화로 해결하자고 겨울이 오기 전 11월20일 이곳에 올랐다”면서 “4년을 싸우고 헤매다 여기 올라와 각계 각층이 관심을 갖고 걱정해주시고, 양심들이 지켜줬다”고 말하고 “일터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천주교 신자들 앞에 서서 승리하는 그 날 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 변백선 기자
복기성 수석은 “쌍용차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주고 간절히 함께 바람을 모아달라”고 말하고 “해고와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고 노동자가 억울하게 죽지 않고 공장으로 돌아가 삶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시라”고 호소했다.

장동훈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신부는 “오늘 같은 미사를 하면서 교회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다시 깨닫는다”고 말하고 “이용훈 주교님과 송전탑에 올라가 안부를 묻고 형제라고 불렀다”면서 “우리 모두 서로의 안부를 물어준다면 눈물과 참혹함이 아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북원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대표 신부는 ‘쌍용차 사태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합니다’ 제하 호소문을 낭독했다. 그는 “오늘은 국민대통합을 외치며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지만,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며 절망의 늪에 빠져 울부짖는 이들의 아우성과 절규가 전국 도처에서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126일을 맞는 이곳 평택 송전탑 농성과 성당 종탑 위, 길 위의 천막에서 노동자들은 생존 대책과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자본은 남은 사람들을 더욱 모질게 몰아친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함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임을 강조했다.

서 신부는 “우리는 지금이라도 두 명의 노동자들이 송전탑에서 내려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정부와 회사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담아 해고자 복직을 전제로 이를 논의할 노사정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무분별한 정리해고 제도의 규제와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정리해고 사태 원인과 과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 규명과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하하라고 호소했다.

천주교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부와 수녀, 신자들은 “한상균! 복기성! 힘내라! 함께 살자!”고 외치며 미사를 마쳤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복기성 동지가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26일째 되는 25일 오후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전의평화위원회가 철탑 앞에서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쌍용차 투쟁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미사에 참석한 한 신자가 쌍용차 투쟁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서북원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대표 신부가 '쌍용차 사태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합니다' 제하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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