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대형 참사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은 공포에 떨며 망치와 용접봉을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참사의 피해자 대부분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회 전반에 걸쳐 후진국형 안전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연일 안전사고들이 언론의 톱뉴스가 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무분별한 사내하도급 금지 및 안전보건 관리자 직고용 채용 강화, 발주처 및 원청사 처벌강화,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처 일원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왔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3월 14일 밤, 여수석유화학 산단에서 25m 사일로 대정비 공사를 하던 중 폭발사고로 17명의 플랜트 건설노동자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그 사고의 원흉 뒤에는 바로 불법 하도급이 있었다.

이런 형태의 구조는 조선소도 마찬가지다. 몇 단계의 다단계 하도급이 내려오면서 종국에는 인건비 따먹기식 공사가 되다보니 휴일도 없이 밤늦게 까지 공기단축을 위해 노동 강도는 강화 될 수밖에 없다. 안전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된다.

이로 인한 막대한 이윤은 발주처 및 대기업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위험에 대한 리스크는 고스란히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전 산업에 급속도로 파고든 하청, 파견, 도급, 아웃소싱 등 와주화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여수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비계공 김학노(59년 11월 9일생)조합원이 과로사로 사망하였고 연일 추락 사고들이 발생하여 2010년 4월 제철소 공장 신축 이후 지금까지 총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 지난 3월 22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파이넥스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노동조합은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실시, 중대재해진상조사 시 노조 참여 보장’을 주장하지만 정부 부처는 ‘국가기간산업 보호’라는 미명아래 사업주 편들기에 혈안이 되어 대공장 담벼락은 무법천지의 철옹성이 되었다. 잇따른 참사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건설노동자들은 “무서워 망치와 용접봉을 들겠냐?”며 가족들까지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 사회가 신봉하는 미국 공사현장 산재사고 사업주 처벌 사례를 보자. 1995년 9월 괌 국제공항 (Antonio B. Won Pat International Airport) 공사현장에 대해 1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자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시공사였던 국내 기업 삼성중공업 괌 지부 격이었던 Samsung Guam, Inc에 총 8,260,000 달러(9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참고로 미국 OSHA가 부과한 역대 최고의 벌금형은 2009년 BP에 부과한 81,340,000 달러였음)

우리나라는 사망사고 1명당 평균 벌금이 50만원이다. 이쯤 되면 ‘개죽음’ 운운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도 기업의 산재문제는 임단협의 협박용으로 전락된지 오래다. 아니 오히려 산재 사고 발생시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여 기업주를 감싸는 경우도 많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산재 발생시 산재은폐 공상합의를 쉽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비정상적인 ‘통상근로계수’ 제도 때문이다. 일당 10만원 건설노동자가 산재 처리 시 고작 일단의 50%정도 밖에는 임금 보존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측의 공상합의에 쉽게 응 할 수 밖에 없다. 하루속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시공과 안전의 분리 발주가 필요하다

노동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공과 안전의 분리발주’를 주장하고 싶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공기단축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안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따라서 분리발주를 통해 상호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원청사의 안전관리자들이 산재은폐의 기수가 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5대 국정 목표를 설정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더불어 사는 안전한 공동체’를 구현하고,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치유와 소통강화로 국민화합과 지속적 성장의 기반을 도시에 마련하는 일이다.”고 밝히면서 “복지와 안전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라고 천명한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정부의 안전에는 사회적 안전만 있지 산업현장의 노동안전은 빠져 있다. 달러 한 푼 없는 시절 건설노동자들은 자족과 생이별 하면서까지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 맞아가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게 ‘노가다·잡부(인부)’ 비아냥거리며 사회적 홀대는 차차하더라도 매년 700명씩 떨어져 죽고, 폭발사고로 떼죽음 당하고, 직업병으로 죽어가는 몸뚱이는 보호해 줘야 하지 않을까?

박정희 정권의 치적이라고 하는 경부고속도로 공사 중 무려 77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이 알기나 할까? 세금 받아가는 정부라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를 걱정하기 전에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생떼 같은 생명과 건강권만이라도 지켜 주었으면 한다.

박종국/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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