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촉탁직 노동자, 계약해지 석달 만에 자결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촉탁계약직으로 전환됐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4일 오후 6시30경 경 공 모씨(28세_84년생)는 자택에서 장롱 문에 줄을 묶어 목을 맸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부친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였고 지난 2010년 정년퇴임했다. 고인은 현대차 울산공장 변속기 3부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지난해 7월 현대차 측이 개정 파견법을 피하기 위해 촉탁직으로 전환시켰다. 올해 1월 사내하청 경력과 촉탁계약직 경력을 합쳐 2년이 경과하자 현대차는 그를 해고했다. <울산저널> 기자가 공 모씨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부친을 만나 보도한 기사를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 현대차 촉탁직 노동자가 계약해지 석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울산저널
현대자동차에서 촉탁직으로 일하다 지난 1월 계약해지된 지 석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 모씨(28)의 장례식장에서 공 씨의 아버지를 만났다.

공 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공 씨는 지난 2008년경부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서 근무했다. 10개월 일하고 2개월 쉬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에서 산재 등의 사유로 빈 자리에서 몇 개월 간 일한 적도 있었다. 공 씨의 일자리는 불안정했지만 공 씨는 꾹꾹 참고 일했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공 씨의 아버지는 현대차에서 34년 동안 일하다 2010년 말 퇴직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공장에서 불이 날 뻔한 걸 막아 회사에서 포상도 받았고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하는 TPM생산혁신 명장에도 선정됐다.

군대에 다녀온 공 씨를 업체에 취직시켜 준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현대차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도 될 수있다”며 “절대 노조에 가입하지 말고 일하라”고 당부했다.

공 씨는 2011년 1월경부터 엔진변속기 공장내에 있는 하청업체 S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했다. 16개월만인 2012년 7월 현대차는 공 씨를 직접 채용했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닌 촉탁직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공 씨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6개월만인 2013년 1월 현대차는 공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언제까지만 일하라는 예고도 아니고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였다. 공 씨는 아버지에게 “왜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했냐”며 따져 물었다.

공 씨는 아버지가 새로 산 그랜저 차도 꼴 보기 싫다고 말했다. 월급을 받으면 치킨을 사들고 와 부모님과 함께 먹던 정 많던 아들은 눈에 띠게 말수가 줄었고 웃지 않았고 짜증만 냈다.

공 씨의 아버지는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노조라도 하라고 말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노조가 나빠서 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34년 동안 회사를 다녔며 22년 동안은 반장으로 일했다. 사내하청업체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가 업체를 못 살게 구는 것을 많이 봐왔다.

“니가 하청 노조에 가입하면 너도 힘들고 업체도 힘들다”며 노조 가입을 말렸다. 아들이 대학을 다니다 그만둔다고 했을 때도 “니가 다니기 싫은데 억지로 다니면 회사도 등록금 대느라 피해가 간다”고 말했을 정도로 회사를 아꼈다.

공 씨의 아버지는 장례식장에 찾아온 비정규직지회 노조 간부들에게 “비정규직 쓰지 말고 정규직을 써야 하는데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려고 비정규직을 써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한탄했다. 회사를 사랑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던 늙은 노동자는 이제 “회사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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