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린 가운데 123주년 노동절 핵심 메시지를 보이며 노동자 권리선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노동절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과 골든브릿지 조합원들과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 김은석 지부장이 철탑에 올랐다. ⓒ 변백선 기자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현장에서 억압과 착취에 고통받던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권리를 선언하며 평등세상을 외쳤다. 5월1일 서울 시청광장에는 노동자 권리를 선언하는 거대한 함성이 물결쳤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가 1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15개 광역 시도 주요 거점에서 동시다발로 치러졌다.

양성윤 민주노총 임시비상대책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투쟁해온 나날들을 한 곳 한 곳 헤아리고 “123년 동안 전 세계 노동자들이 함께 외쳤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전국 곳곳에서 외치며 투쟁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총, 단결로 하나 되는 민주노총을 결의하며 민중의 바다로 총진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123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세계 각국 대표 노동자단체와 노동자들에게 국제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노총은 한국의 노동현실을 설명하고 “123주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선언한 5대 노동자 권리는 세계 노동자들은 물론 인류의 보편적 권리”라면서 “123주년 세계 노동절을 축하하며 국경을 넘어 위대한 노동절을 선포하자”고 말하고 “연대하고 서로의 권리를 지키며 지지하자”고 밝혔다.

세계 각국 노동조합들이 노동절을 맞아 연대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상진 민주노총 임시비대위 집행위원장이 국제연대 메시지를 낭독했다.

일본 두 내셔널센터인 전노협과 전노련에서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 전역에서도 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전노련 중앙집행위원회.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노동3권은 물론 노동조건과 사회보장 제도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여 줄어들 줄 모르고, 불안정 노동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임시직, 불안정고용, 외주화로 사용자들은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조세제도는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빈민들에게는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맞서 전노련과 민주노총은 공동의 과제와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양 노총과 각 가맹조직의 연대가 강화되기를 희망합니다.”

일본 전노협은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노동절 집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빈곤과 양극화, 환경파괴, 식량위기나 기아 등을 불러오는 악의 근원, 신자유주의에 반대합니다. 또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나 이주노동자의 저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나아가 동일본대지진의 복구와 탈원전사회의 실현, 자유무역협정 반대,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한국 노동절행사의 성공을 기원 드리며 한일노동자 연대 강화를 결의합니다.”

호주노총은 오늘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의 날로 기념하고 연대하고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노동절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공장 건물이 붕괴하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정부는 산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해야 하며 원청기업은 모든 하청 사슬망에서 벌어지는 산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이 비극은 일깨워 줍니다. 전 세계 도처에서 노동자들의 권리와 고용안정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탈규제와 시장근본주의로 실업이 만성화되고 있습니다. 사회공공성은 모든 나라에서 공격받고 있으며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고,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이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을 우리는 지지합니다.”

▲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양성윤 임시비상대책위원장이 대회사를 통해 "투쟁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총, 단결로 하나 되는 민주노총을 결의하며 민중의 바다로 총진군하자"고 외쳤다. ⓒ 변백선 기자
유럽정부의 긴축재정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하고 있는 포르투갈노총(CGTP-IN)에서도 민주노총의 노동절 메시지에 이렇게 화답했다.

“포르투갈노총 조합원을 대신하여  민주노총의 노동절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한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노동기본권, 경제‧사회적 권리가 확대되길 희망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거대 자본의 공격에 맞서 단결하여 투쟁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네팔노총(GEFONT)에서도 연대 메시지를 보내왔다.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에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노동자 권리는, 특히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조합 연대를 통해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민주노총이 펼치는 활동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2월 전국 8개 노동조합총연맹과 독립노조들이 단결하여 이틀 동안 감히 믿기지 않는 1억 5천만 명이 참가한 총파업을 이룩해낸 인도노총(CITU)과 인도 노동자들도 연대메시지를 보내왔다.

“올해 우리는 자본주의의 야만과 만행에 맞선 인도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노동절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인도는 전 세계 중 가장 많은 빈민이 살고 있어 ‘굶주림의 수도’로 불립니다. 최근 인도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연대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총파업은 인도 및 초국적 자본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 파업은 인도 독립 이래 가장 큰 투쟁이었고, 1억5천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은 줄고 사회보장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조합 권리조차 누리지 못합니다. 노동절을 맞아 세계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에 맞서 저항을 넘어 변혁으로 이끌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이날 대회에서는 노동자 권리선언에 앞서 노동절을 통해 각계각층의 권리와 투쟁을 나눔으로써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절 의미를 되새겼다.

청소년은 “청소년 노동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외쳤고, 성소수자는 “성소수자도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부르짖었다. 장애인은 동정과 시혜가 아닌 권리를 이야기하며 장애인은 등급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2009년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 이상림 열사의 아들이자 당시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 위원장이었던 이충연 씨는 용산참사를 되짚어보며 “도시빈민 및 영세자영업자는 “모든 시민은 가난으로 고통받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청소년노동자 광혁 “청소년노동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청소년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청소년노동을 온전한 노동으로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노동은 비정상적인 일탈행위' 라는 편견 아래, 우리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알바생, 현장실습생 등으로 불립니다.

우리는 노동자지만, 이 사회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주휴‧휴일‧야간 수당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용주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를 함부로 대합니다.

땀 흘려 일하지만 언어폭력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 받고 무시당합니다. 심지어 죽음을 맞이한 청소년노동자도 있습니다. 교육의 탈을 쓴 ‘파견형 현장실습’에 내몰려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청소년노동자들의 현실을 통탄합니다.

우리는 고용주가 '갑' 이 되고 청소년노동자는 '을‧병‧정'인 현실을 거부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자본가들과 업체들에 맞서 싸워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노동은 정당한 가치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청소년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우리는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노동자도, 새싹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모든 분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노동자입니다. 청소년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우리는 선언합니다!”

성소수자노동권모임 형태 “성소수자도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는 혐오와 편견 때문에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여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일터의 노동자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미 제정되어야할 기본법임에도 동성애혐오를 부추기는 세력들에 의해 우리는 여전히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또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이 차별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와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아예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습니다. 에이즈 환자도 마찬가지로 노동현장과 사회에서 고립됩니다. 일터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밀려난 많은 성소수자들이 벽장 속으로 들어가거나 죽음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의 모습으로 긍지를 지니고 노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비정상, 변태로 불리는 모욕을 당하지 않고 노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성애자 동료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우리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하길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은 모두의 평등을 위해 필요합니다. 우리는 혐오와 편견을 넘어, 평등한 권리를 위한 연대를 선언합니다.”

▲ 노동절대회 상징의식으로 노동자 권리선언 쟁취와 실현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 가운데 한 참가자가 꽃을 흔들며 철탑위의 노동자를 바라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대회 상징의식으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권리선언 쟁취와 실현을 상징하는 궁중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동정과 시혜가 아닌 권리를! 장애인은 등급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오늘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농성이 254일을 맞았습니다. 농성을 시작하고 벌써 4번째 계절이 지났지만, 새로운 권력과 정치는 여전히 냉혹하며 그 매서운 바람은 광화문 광장을 휘감습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이들이 외치는 것은 하나. 장애와 가난이 개인의 죄가 아닙니다.

죄가 아니기에 낙인을 찍어서도 안 되며, 그 책임을 오롯이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해서 안 됩니다. 이것은 권리지만, 외침은 아직 작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빈민과 영세자영업자 등 … 이곳에 모인 우리 모두가 함께 외칠 때, 서로의 권리는 우리의 권리가 될 것이며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쌍차와 재능 그리고 용산 그리고 강정 그리고 전국의 투쟁하는 모든 외침이 결국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더 강하게 연대하고 더 넓게 저항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연대하라! 저항하라! 가진 자들의 탄압이 거세질 때, 우리의 연대와 투쟁도 거세질 것입니다!

우리는 연대에 대한 믿음으로 무기한 광화문 농성을 결의합니다. 바로 지금이 싸워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이들의 투쟁에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 또한 차별받고 억압받는 곳과 연대할 것입니다. 123주년 노동절에 모여 함께 투쟁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입니다.”

도시빈민 및 영세자영업자를 대표한 이충연 씨(용산범대위). “모든 시민은 가난으로 고통 받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저는 2009년 용산참사에 희생되신 고 이상림 열사의 아들이자 당시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충연입니다. 평범하게 살아온 제가, 그리고 우리 이웃이 하루아침에 철거민이 되고 빈민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오늘 깨달았습니다.

살기 위해 오른 망루에서 열사들이 죽임을 당하고, 살인진압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죄를 뒤집어쓴 채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깨달았습니다. 이윤만 쫓는 건설재벌과 가진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존재하는 한, 또 다른 용산참사가, 또 다른 철거민이, 또 다른 빈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빈민입니다. 날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책임이자 최소한의 생존보장을 위해 만들었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민중들은 빈곤으로부터 보호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 만을 위한 도시개발로 철거민이 양산되고 노점상에게는 폭력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갈 데 없는 노숙인은 그나마 의지하던 공공장소에서 조차 쫓겨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싸울 권리가 있습니다. 뼈 빠지게 일해도 점점 가난해지는 우리 모두가 뭉쳐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4년 전,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함께 싸웠던 동지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그 동지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용산을 잊지 않고, 가난 속에 죽어가는 이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싸웁시다! 투쟁!”

민주노총은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자 권리선언’(아래 박스 참조)을 채택했다.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선언을 통해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 권리, 정의로운 분배를 보장받을 권리,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더불어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어 “123주년 노동절, 노동자 권리선언은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한 외침”이라면서 “이 신성한 인간의 권리를 위해 우리는 거대 자본과 권력에 맞서 투쟁할 것이며, 오늘 우리는 시급한 과제로부터 투쟁을 시작하고 내일, 민중과 함께 더불어 승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역 광장으로 집결한 노동자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역 광장으로 집결한 노동자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민주노조를 강화하며, 정리해고 철폐․해고자복직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현하고, 공공의료원 폐업을 막아내고 의료공공성․사회공공성을 강화하자고 결의했다. 또 산재사망 처벌법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쟁취, 남북대결 중단 및 대화복구와 평화협정 체결에 노동자가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노동자 권리선언’ 실현을 위한 10대 중점 요구로 민주노총은 2013년 민주노총의 우선 실현과제와 중점 투쟁과제이자 대정부 대자본 요구를 발표했다. ①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정리해고 철폐 ②불법파견 철폐․비정규직 정규직화 ③노동탄압 중단, 공공부문 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간접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법 재개정 ④산별교섭 보장과 산별교섭 법제화, 공공부문 대정부 교섭 실현 및 단협 효력 확장 ⑤최저임금 현실화, 생활임금 쟁취, 전체노동자 연대임금인상 요구 실현 ⑥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⑦기초연금 10% 보장 및 국민연금 급여 인사 중단(45% 유지) ⑧노동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정년연장 ⑨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 및 원청 산재책임 강화 ⑩전쟁 위기 중단, 평화협정 체결 등이 민주노총의 ‘노동자 권리선언’ 실현을 위한 중점 요구다.

노동절대회 상징의식으로 노동자 권리선언 쟁취와 실현을 표현하는 군중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대회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중앙 무대 왼쪽 위와 참가대오 중간 중간에 설치된 철탑에 노동자들이 올라가 있다. 무대 왼쪽 위에는 고동민 쌍용차지부 조합원,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 철탑에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여성 조합원 2명, 오른쪽 철탑에는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지부 김은석 지부장이 올랐다.

철탑 위에 올라선 고동민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골든브릿지 조합원들과 김은석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 지부장이 세 개의 철탑 위에 우뚝 선 채 피맺힌 절규를 쏟아낸다. 노동자들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 무대 위에는 스티로폴이 올라가 쌓인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도 각자 자신들의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생명이 그리워 꽃을 옆에 두었더니 시들어 버리고, 작은 나무 화분을 두었더니 그마저 말라 죽어버리는 이 곳, 생명이 살 수 없는 15만4천볼트 송전탑.

정규직,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특수고용직, 철저히 우리를 난도질 하고 끝도 없는 경쟁으로 내몰린 채 치솟는 노동강도, 숨통 막히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내 일터를,

이렇게는 살 수 없다. 민주노조 건설하자!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해고, 손배소, 용역깡패, 구속, 끝도 없는 길거리 천막 농성.

대법원조차 불법이라 말하는 저 자본가들은 방패와 몽둥이 뒤에서 여전히 우리를 비웃고
동지의 영정을 끌어안고 살인자를 처벌하리, 현장으로 돌아가자. 천일 이천일 거리를 뒹굴며 몸부림 쳐도, 하루 하루 생명을 태워가며 백일 이백일 삶보다 죽음이 가까운 이 높은 철탑에서 말라 비틀어진 절규를 토해내도

식은 몽뚱이 잠시 누일 천막 한 장도, 죽어간 노동자의 억울한 넋이라도 잠시 머물 땅 한 평 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채 철저히 유린하는 저 자본가들의 법.

힘들면 내려오세요. 동지들, 힘들어서 올라왔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 죽지 않으려 이 곳에 올라왔습니다.

정리해고 분쇄하자! 비정규직 철폐하자! 노조탄압 박살내자! 동지들 다시 현장을 조직하자!
이곳 철탑이 위태로워 보이십니까? 여기서 바라보면 동지들 딛고 서 있는 그 곳 현장이야말로 아찔하고 위태로운 철탑입니다.

절망, 위기, 민주노조는 언제나 위기였습니다.

끝도 없이 떨어질 거 같은 낭떠러지에 매달렸어도 누군가 던져주는 구원의 밧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직 우리 스스로의 몸이 밧줄이 되고 매듭이 되어 그렇게 서로를 엮으며 민주노조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가자 동지들이여! 단 하나의 철탑도, 단 한 평의 공간도, 단 한 개의 천막도 지켜내지 못하고선 우리 노동자의 미래는 없다!

우리를 짓누르는 건 저들의 탄압이 아니라 우리 몸과 머리에 덕지덕지 붙어 기생하는 지긋지긋한 절망과 패배주의

또다시 투쟁의 전선으로 가자 동지들이여!”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역 광장으로 집결한 노동자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역 광장으로 집결한 노동자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중앙 무대 위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올라간 곳 가까이까지 스티로폼으로 단을 쌓은 후 그 위에 노동자 작업복을 입은 문선대가 붉은 기를 들고 올라 있다. 땅을 힘차게 딛고 살고픈 노동자들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하늘로 오르는 우리의 현실. 노래 ‘철탑 위에 피는 꽃’이 더 애닮게 들린다.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먹이를 찾아 날아든 비둘기들아
하늘 가까운 철탑으로 가라
촛불에 취해 돌아선 패배자들아
꿈이 가까운 철탑으로 가라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온몸이 깃발 되어 나부끼고 있는
시대의 개척자들을 보라
어여쁘다 못해 가녀린 슬픔
철탑위 눈물꽃을 보아라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저 높은 철탑위에 사람이 산다

온 몸이 깃발되어
온 몸이 깃발되어
온 몸이 깃발되어
워 우 어

온몸이 깃발되어 나부끼고 있는
시대의 개척자들을 보라
어여쁘다 못해 가녀린 슬픔
철탑위 눈물꽃을 보아라

저 높은 철탑위에 우리가 있다
저 높은 철탑위에 우리가 있다”

무대 위 철탑 가까이에서 붉은 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인터내셔널가가 장중하게 울려퍼진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

▲ 123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향하려 하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가운데 경찰들과 노동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향하려 하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가운데 경찰들과 노동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향하려 하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가운데 경찰들은 노동자들을 향해 최루액과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노동자들이 최루액을 분사하고 폭력을 일삼는 경찰들을 향해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편 대회가 끝나기 전 오후 5시 경 일부 대오가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로 향하려 하자 경찰이 차단벽을 설치하고 중무장한 병력을 배치해 충돌이 벌어졌다. 걸어서 분향소로 가겠다며 길을 열라는 노동자들을 향해 경찰은 최루액을 분사하고 폭력을 일삼았다.

민주노총은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 앞서 서울역에 집결해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풍물패와 퀵서비스노조 조합원들 오토바이, 민주노총 깃발, 대표자들에 이어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가맹조직들이 줄지어 행진하며 서울시민들을 향해 민주노총의 10대 요구를 외쳤다.

한편 오늘 본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가맹조직 5곳이 서울 곳곳 투쟁거점에서 사전대회를 열어고 행진으로 시청광장 본대회에 결합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14시 서울광장 본대회 무대에서 공공운수노동자 사전대회를 개최했고, 공무원노조는 13시 정부청사 앞에서 공무원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민주일반연맹은 13시 성북구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고, 서비스연맹은 12시 혜화동 재능 본사 앞에 모여 재능투쟁 승리를 위한 서비스노동자 결의대회를, 보건의료노조는 12시 서울역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저지하고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언론노조는 14시 YTN 앞에서 YTN 배석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각각 개최했다.

오늘 노동절 기념대회는 민주노총 서울·경기지역 조합원들이 집중한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15개 광역 시도 주요 거점에서 개최됐다. 인천(13시_부평역), 강원(14시_원주역), 충북(15시_청주체육관), 대전(10시30분_대전시청), 충맘(14시_천안 동부역광장), 부산(14시_부산역광장), 울산(30일 19시_태화강역 광장), 전북(14시_전주 코아백화점), 광주(14시_광주역 광장), 전남)(14시-전남도청 앞), 대구(14시30분_대구 반월당 네거리), 경북(15시30분_포항노동지청 앞), 경남(15시30분_창원 용지문화공원), 제주(10시_제주시청) 지역에서도 민주노총 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축하하고 투쟁을 다짐했다.

▲ 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본대회에 앞서 서울역 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사전대회를 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23주년 세계노동절, 노동자 권리선언> 전문

선언하라 권리를, 외쳐라 평등세상을!

노동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12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그러나 세기를 건너뛴 지금도 노동의 권리는 위협받고 있다. 이 위협은 우리 시대에 빈곤과 불안, 절망과 죽음이라는 야만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 위협은 인간과 자연, 사람 사이의 공존과 연대를 파괴한다. 이 위협은 한국에서 날로 커가고 있다. 민주적 소통도 권리 주체로서의 노동도 부정하는 박근혜 정부가 등장했다. 고용은 권리를 틀어막는 자본의 무기가 되었고, 언론은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권리를 말하는 순간 거리로 내쫓길 각오를 해야 한다. 때론 폭력까지 견뎌야 한다. 가정도 현장도, 그 어디에도 노동자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함께 살자!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다시 노동의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
자본과 정치 관료는 유일한 권력으로 군림한다. 그들은 소수지만 모든 것을 장악했고,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 민중은 절대 다수지만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조차 부정당하고 있다. 노동조합 결성은 감시와 해고의 대상이 되었고, 경찰과 용역깡패의 폭력에 짓밟히고 있다.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단죄되고, 대량해고로 죽어간 동료들, 그 죽음과 슬픔을 거리에서 이야기할 권리조차 빼앗겼다. 우리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를 요구한다.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우리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
정리해고는 가장 냉혹한 경제적 폭력이다. 자본은 잘못된 경영을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에게 전가시켜 해고한다. 해고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절망의 문이다.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이 절망에 대해 어떤 책임도,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 정부는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멸시받는 고통과 불안을 무시한 채 국민행복을 말할 순 없다. 국민행복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평등세상에서 시작됨을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는 정의로운 분배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전기세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다 불에 타죽은 소녀가 있다. 돈이 없어 굶고, 집이 없어 얼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서 지워진 채 아무도 모르는 고독사를 맞이하는 노인들이 있다. 죽어라 일해도 빚만 쌓여가는 비참한 사람들이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는 이들에게 삶의 마지막 희망과 최소한의 복지를 빼앗는 짓이다. 676만 명이 넘는 국민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힘들면 쉬고 싶다는 말조차 못하고, 돈이 없으면 아프지도 말아야 하는 노동자가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라! 어느 누구의 빈곤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이것은 정부와 자본의 의무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분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인류는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 11년간 한국에서 27,37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총성이 없을 뿐 산업현장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매년 수천 명이 돈벌이의 총알받이로 죽어가고 있다. 장시간노동이 강요되고 있으며 아파도 참아야 하고, 다쳐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생명의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더불어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천문학적 무기거래로 부를 쌓는 세력은 누구인가. 그러나 전쟁으로 희생될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노동자와 그 아들 딸이다. 전쟁을 부추기는 권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권력은 민족의 분열을 선동한다. 입시전쟁은 아이들을 죽이고, 취업전쟁에서 청년들이 죽어간다. 삶의 전쟁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노동자들은 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평화로운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평화의 권리를 선언한다!

123주년 노동절, 노동자 권리선언은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한 외침이다. 이 신성한 인간의 권리를 위해 우리는 거대 자본과 권력에 맞서 투쟁할 것이며, 오늘 우리는 시급한 과제로부터 투쟁을 시작하고 내일, 민중과 더불어 승리할 것이다.

투쟁!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하고 민주노조 강화하자.
투쟁! 정리해고 철폐․해고자 복직 쟁취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실현하자.
투쟁! 공공의료원 폐업 막아내고 의료공공성․사회공공성 강화하자.
투쟁! 산재사망 처벌법 강화,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쟁취하자.
투쟁! 남북대결 중단, 대화복구와 평화협정 체결, 노동자가 앞장서자.

모여라! 민중이여, 선언하라 권리를! 외쳐라 평등세상을!

2013. 5. 1.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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