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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구하는 성모병원 해고자들"해고자로 살아온 11년, 이제 평화를 구합니다"

"저희는 오늘 평화를 구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02년 파업 이후 해고된 조합원 다섯명이 복직되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맨지 벌써 11년째 입니다. 지난 해 해고자 복직을 위한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사의 대화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해결방법을 함께 찾자 약속한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2002년 어떤 대화 없이 이어진 가톨릭중앙의료원 217일 파업투쟁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같은 해 119일 파업투쟁을 진행한 경희의료원은 파업이 끝난 이듬해 해고자를 복직시키며 정상적 노사관계, 상생하고 화합하는 노사관계를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무엇을 했습니까. 병원이 화려한 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여전히 해고자 문제 등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의 근본에 황인덕, 박기우, 한용문, 이숙희, 김영숙. 해고조합원 5명이 있습니다. 이들을 해고시킨 법, 이들을 벼랑 끝으로 '합법'적으로 내몬 그 법, 직권중재라는 그 악법,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역사의 무덤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시대가 이만큼 흐른 만큼,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평화를 갈구하는 그 목소리 외면하지 마시고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새 시대를 해고자 복직 시작으로 열어갈 수 있길 호소합니다"

한편의 기도문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2002년 파업투쟁 이후 억울하게 해고된 5명의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달 29일 오전 11시, 가톨릭중앙의료원 법인이 있는 서초동 평화빌딩 앞에서 가톨릭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고자로 살아온 11년, 어느 쪽에도 적을 두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며 복직투쟁을 진행해온 시간들과 견주었을 때 '평화'라는 단어의 무게는 지나치게 무겁다. "가난한 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교황의 말씀, 잊었는가"라 일갈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상임대표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지금 교회지도자들은 적어도 해고노동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는 어떤가. 아직도 가톨릭중앙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의 복직문제가 11년째 해결되지 않았다. 주변의 신앙인들은 '도대체 CMC 해고자 문제 언제 해결되느냐'고 묻는다. 그 해답은 내가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서울대교구가 해야 하는데, 아직 답이 없다. 이제 염수정 대주교가 응답해야 한다. 같은 시기 파업했던 경희의료원의 해고자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는데 왜 아직도 CMC는 방관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해고자 문제 즉각 해결해야 한다"
11년 째 해고노동자들을 방치한 채 살아가는 이 상황이 마음으로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는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지도위원의 발언도 이어졌다.
"성서에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다. 바로 오늘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누구를 용서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뺏는 세상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세상. 다만 그 균형을 만들기 위해 하느님의 정신을 사랑하겠다는 것이 교회의 정신, 신앙인의 정신이다. 그러나 힘 있고 권력있는 자들이 2002년 당시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생존권이자 삶의 터전인 직장에서 해고까지 시키고 11년 째 내버려 뒀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너무 오래 참았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연민과 측은지심의 정신이 있었다면 도무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권오광 대표의 말마따나 해고자들은 해고자들의 방식으로 천주교 사회운동하는 우리는 우리의 방법을 찾아 행동할 것이다. 성직자와 싸우자는 것도, 성직자의 권위에 도전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권위로 해고자를 방치하는 이들에게 '권위는 하느님 빽이 아니'라고 말 하고 싶다"
해고조합원 대표로 황인덕 서울성모병원지부 조합원이 발언했다. 11년 전 파업투쟁 당시 갓난아이였던 한 조합원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아빠 직업이 뭐냐"물으면 11년 째 해 줄 말이 없다는 사실에 다들 눈시울을 붉힌다. 삶을 구성하는 기본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일터임을 강조한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 평균나이 50이 훌쩍 넘어버린 이들을 이제 어찌하시겠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현재 5명의 해고조합원들은 평화빌딩 앞 1인시위와 매주 1회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손가락 만한 촛불에 설움으로 얼룩진 11년 세월의 무게가 담겨있다. 이 초를 마냥 가볍게 들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해고자 문제가 해고자 5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일하는 조합원 전체의 우울과 트라우마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도, 11년 째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았다는 사실마저 이 초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신부님, 대화에 임하소서-라는 외침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국  kctuedit@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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