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이다”...코오롱스포츠 불매운동 동참 호소

코오롱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지 3000일이 됐다. 코오롱 투쟁 3000일, 과천 코오롱 본사 앞 천막농성 1년을 맞아 민주노총과 화학섬유연맹을 비롯해 연대대오가 모여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더 큰 연대를 다짐했다.

‘코오롱 천막농성 1년, 투쟁 3000일 승리 결의대회’가 10일 오후 4시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 집결한 연대대오는 대회 도중 코오롱 본사 문에 내려진 쇠자바라를 뜯어낸 후 쳐들어가 사측에 대해 정리해고 철회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력히 경고했다. 또 시민들을 향해 코오롱 스포츠 불매운동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했다.

연대단체 성원들은 코오롱에서 9년 전 정리해고 당한 이래 지금까지 투쟁해오고 있는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승리하는 그날까지 연대의 끈을 더 강고히 할 것을 결의했다.

대회 명칭이 적힌 대형 현수막에는 코오롱 정리해고자 16명의 이름이 적혔다. 이상진, 황인수, 김만수, 성치만, 정원철, 이옥순, 원동명, 전기철, 송진만, 김상현, 최일배, 김혜란, 이경희, 故장고훈, 김창모, 김경옥.

이 가운데 생계투쟁으로 대리운전을 하며 투쟁을 이어오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고 장고훈 동지 이름은 연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신귀섭 화학섬유연맹 수석부위원장은 “9년 전 코오롱 동지들이 투쟁을 시작한 지 3000일이 흘렀는데 그동안 철탑에 오르고 크레인에 오르고 청와대 앞과 이웅렬 회장 집 앞에서 싸우고 안 해 본 것이 없지만, 대화 다운 대화를 단 한 차례도 못했다”면서 코오롱 사측을 규탄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죄냐?”고 묻고 “코오롱 투쟁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면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고하는 기업, 정권에 돈을 갖다바치며 비호해주길 바라는 그런 부도덕한 기업 코오롱에 맞서 반드시 승리를 일궈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성윤 민주노총 임시비상대책위원장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이어온 3000일이라는 시간은 헛되지 않다”고 말하고 “특히 생계를 유지하며 투쟁하다 아깝게 불의의 사고로 지난 3일 운명을 달리한 고 장고훈 동지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아침 현대제철에서도 5명의 노동자가 또 희생됐는데 자본은 사내유보금을 자본금의 5배나 쌓아놓고도 노동자들 안전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면서 “코오롱동지들이 3000일 간 투쟁하면서, 1년 간 이 자리에서 농성을 하면서 정말 고생 많았는데, 민주노총이 그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승리 투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 이종회 사노위 대표, 이용길 진보신당 대표, 과천시의회 대표 등도 코오롱 투쟁의 의미와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대회 도중 최일배 코오롱정투위 위원장이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코오롱 앞에 서니 이렇게 소개하겠다. 코오롱노동조합 10대 위원장이다. 이 현수막에 적힌 이름을 보니 돌아가신 동지가 더 생각난다.

우리는 그동안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연맹 이름으로도 보냈고, 공대위, 과천시민 이름으로도 공문을 보내봤다. 아무리 공문을 보내 대화를 요구해도 코오롱 자본은 묵살했다. 코오롱이 가처분을 신청해서 그게 어제 판결이 났다. 또 벌금을 수천만원 내야 할 판이다.

저들은 돈으로 우리를 기죽이려고 한다. 묻지마 연행으로 우리 사기를 떨어뜨리려 한다. 벌금과 연행이 두려워 우리 코오롱 투쟁을 그만둬야 하는가. 우리는 구호로 결사투쟁을,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을 외친다. 그러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저들이 쳐 놓은 저지선을 뚫지 못한다.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한다. 가지 말라는 곳에서 멈춘다. 멈추고 주저앉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면담이 안 된다. 이제부터는 우리 식으로 면담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코오롱 정투위 동지들 앞으로 나오라.”

코오롱 정투위를 선두로 연대대오가 코오롱 건물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 출입구로 향했다. 쇠자바라를 뜯어내고 유리를 깬 후 안으로 진입했지만 중무장한 경찰병력이 이미 입구를 봉쇄했다.

코오롱 해고자들과 연대 단위는 분노에 찬 구호를 외치며 코오롱 자본을 규탄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정리해고 박살내고 현장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일하고싶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정리해고 박살내고 원직복직 쟁취하자!”
“단결과 연대로 코오롱투쟁 승리하자!”
“노동자가 희망이다 세상을 바꾸자!”

최일배 위원장은 오늘 투쟁이 힘찬 시작이며 끝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코오롱 자본을 향해 강력한 투쟁을 경고했다.

코오롱공대위는 코오롱 투쟁을 응원하는 시민과 함께 ‘안티코오롱불매원정대’를 구성, 산을 등반하며 아웃도어 의류 소비자들에게 코오롱 불매운동을 호소한다. 11일 관악산 등반을 시작으로 북한산, 도봉산, 청계산, 남산 등 수도권 산들을 오르고, 이후 원정대 등반을 지역으로 확대한다.

김혜란 코오롱 해고노동자는 투쟁호소문 낭독을 통해 “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이라면서 코오롱스포츠를 사지 말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 코오롱 스포츠 불매투쟁 호소문

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입니다!
코오롱 스포츠를 사지 말아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지난 5월 봄에 코오롱 본사 앞에 천막을 새로 치면서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투쟁을 끝내야 된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또 한 해가 지났습니다.

시민 여러분! 한 번이라도 상상을 해보셨습니까?
9년 동안 가정을 뒤로 한 채 길거리에 내몰린 고통을.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세월을.
가정은 무너지고 생계를 책임진 아내가 겪어야 하는 고단한 삶이 어떠했을지를.
기업들이 자행하는 정리해고가 경영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코오롱은 정리해고자들을 모른 채 합니다.
수십 년을 코오롱에서 일하게 청춘을 바쳤는데 코오롱과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9년을 고통 속에 내몰아놓고 어떻게 저리도 뻔뻔할 수가 있습니까?

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입니다! 코오롱 스포츠를 사지 말아 주십시오!
시민여러분! 정리해고자는 사회적으로도 매장됩니다. 마치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서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쓰레기 취급을 받습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목숨까지 버리겠습니까?

이처럼 사회적 타살이라고까지 말하는 심각한 정리해고를 자행한 코오롱은 9년이 넘는 동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습니다.

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입니다. 코오롱스포츠를 사지 말아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코오롱은 회사가 어쩔 수 없이 78명을 정리해고 했다고 합니다. 재계순위 23위였던 코오롱이 78명의 인건비 때문에 공장을 유지할 수 없다면 코오롱은 대기업이 아니라 구멍가게입니다.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노동자의 목줄을 잘라 기업을 경영하려 한다면 이런 기업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코오롱의 정리해고에 맞선 저희들의 투쟁을 지지해 주십시오.

코오롱은 정리해고 기업입니다! 코오롱 스포츠를 사지 말아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코오롱처럼 정리해고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잘못된 경영자는 추방되어야 합니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너무 쉽게 정리해고 해버리는 기업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해 주십시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깝게는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좀 더 먼 미래에는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닥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코오롱의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정리해고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힘차게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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