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20000’ 코란도 조립...6월7일 모터쇼서 완성차 공개 후 기증

▲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모처에서 시민 2만 명의 마음이 2만개의 부품이 되어 세계 유일의 자동차로 다시 태어나는 '쌍용차해고자 H-20000 프로젝트'의 첫 조립 과정을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들은 "해고 4년동안 자동차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가공하던 손이 녹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파업기간 자동차를 만들어 보겠다던 그 마음만큼은 녹슬지 않았다"고 말했다. ⓒ 변백선 기자
쌍용차 해고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난 지 4년 만에 공구를 잡고 자동차를 만드는 손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다. 2만명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1개씩을 구매해 지원하고 쌍용차 해고자들이 부품 20000개를 조립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H-20000’ 프로젝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HEART-20000’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함께살자!’ 희망지킴이는 12일 경기도 모처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이 차를 조립하는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쌍용차 코란도 차량 한 대를 해체한 다음 12일 오전부터 조립에 들어갔다.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H-20000 프로젝트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 2만개를 조립해서 자동차를 만듬으로써 우리가 공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과 바람을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정법상 자동차 생산공장에서만 제작번호를 찍을 수 있고 우리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 2만개를 모두 살 수 없기 때문에, 중고자동차 한 대를 구입해서 분해한 다음 오래된 부품을 교체하고 일반적으로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조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지회장은 또 “작업장도 협소하고 장비도 부족해 어려운 조건이지만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임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본체에 타이어를 장착하고 엔진에 미션과 프레임을 장착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길거리에 쫓겨난지 만 4년이 지나는 동안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해고노동자들의 삶이 파편화됐으며 우리 삶을 정상적으로 돌리고 공장에 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야전에서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운 조건이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을 갖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리해고가 없고, 거리로 쫓겨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을 원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자동차를 만들 것이며, 모두가 잘 사는 해고자 없는 세상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 쌍용차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엔진부분에 묻어있는 기름때를 닦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진지한 모습으로 엔진부분의 부품을 조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병우 민주노총 대협국장(쌍용차 국회대응팀장)은 “쌍용차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5월이 중요한 시기인데 여야 모두 지도부가 바뀌는 기간이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꼭 필요하며 H20000 프로젝트를 통해 국정조사에 대한 여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가 지휘하는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조립 1단계로 타이어를 자동차 바닥 부분에 장착한 후 2단계로 엔진을 장착했다. 그는 “4년 만에 작업을 하지만 우리가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처음에는 난감했지만 막상 공구를 잡으니 공정이 모두 기억이 나고, 내가 일하던 작업장은 아니지만 자동차 조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지회장은 “투쟁현장에서 오랜 기간 싸우다 이렇게 자동차를 만지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고 “헤드를 장착한 다음 지금 하는 작업이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건데, 피스톨이 차오를 때 배기가스가 들어가고 나오고 하면서 공기양을 조절하고 매연이 발생되고 안 되고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헤드 작업을 할 때 잘못하면 가름이나 부동액이 녹유될 수 있고 엔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회장은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부품을 교체하고 장착하는 정밀한 작업.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눈빛은 빛났다. 부품을 풀고 조이는 그들의 손짓 하나하나, 그것을 들여다보는 눈빛은 세심하고 조심스럽고 진지했다.

▲ '쌍용차해고자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보이며 차체에 엔진헤드를 장착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차해고자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보이는 이들은 "우리는 해고자가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고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라고 말했다. ⓒ 변백선 기자
서맹섭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장은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8년 10월 해고됐다. 그는 차체2팀에서 로디우스 차량을 만들었다.

서 지회장은 “용접하고 갈고 면을 맞추고 도어를 달고 본네트와 핸더, 터게이트를 장착하고 그런 일을 했다”고 말하고 “그 다음에 도장반으로 옮겨서 색을 입힌 후 문을 떼어내고 배선 등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불법파견 문제가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고 있는 지금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맹섭 지회장은 “저와 복기성 동지를 포함해서 투쟁하는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5월16일 최종결심을 하고 1심 판결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4년 7개월 만에 공구를 잡고 자동차 앞에 섰다. “오랫동안 공장에 못가다가 이렇게 자동차를 만지니 살 것 같다”는 게 소감 일성이다. 서 지회장은 “5년 째 이걸 못했는데 하루빨리 공장에 가서 용접기를 들고 싶다”면서 “그동안도 많은 시민들이 쌍용차 문제에 함께 해 주셨는데 우리가 빨리 공장에 들어가 일할 수 있게 한 번 더 응원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함께살자! 희망지킴이’는 H에 Heart라는 뜻과 H라는 사다리의 의미를 담아 ‘H-20000’ 포르젝트를 마련했다. 마음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동시에 기계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뜻하는 것. 또 해고 노동자들에게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다리를 놓자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20000개의 부품 하나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기계가 아닌 인간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완성된 자동차는 마음을 모아준 이들과 함께 오는 6월7일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다. 부품에 따라 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H-20000 프로젝트 부품 값은 1만원으로 동일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으로 완성한 자동차에 미술가들이 외장을 디자인해 아트카를 만들 예정이며 이 차는 사연을 공모해 기증한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노력한 단체나 개인, 우리 시대 불의에 저항하고 차별에 반대해 온 단체나 개인 등에 사연 공모 자격이 주어진다.

사연공모는 5월13일부터 31일까지 희망지킴이 이메일(hopegardians@gmail.com)로 접수를 받아 사이버투표와 현장투표 등 심사를 통해 자동차를 기증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와 염원을 갖고 입은 ‘SSANGYONG 20000’ 작업복에, 그들이 낀 목장갑에 기름때가 더해간다.

▲ H-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국정조사와 정리해고의 폐해를 알리기 위함이라며 프로젝트 동참을 호소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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