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구회장 200억 배임 고발당하자 편집국장 해임·편집국 폐쇄조치

▲ 민주노총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소재 한국일보사를 지지 방문했다. 편집국에 도착한 양 비대위원장이 용역들에 의해 가로막힌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편집국장을 해임하고 편집국을 폐쇄하고 용역을 통해 24시간 가로막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자신의 배임 혐의를 들켜 노동조합에 의해 고발당하자 편집국장을 해임하고 편집국을 폐쇄하는 등 사태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신문사 사옥을 지키며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양성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소재 한국일보사를 찾아가 폭력적 언론재벌에 맞서 싸우는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양 위원장은 먼저 신문사 건물 15층 편집국으로 향했다. 한국일보 언론노동자들이 일하던 편집국은 현재 수십 명의 용역에 의해 24시간 가로막혀 있다. 15층에는 승강기도 서지 않는다. 16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15층으로 내려갔지만 편집국 진입로는 용역에 의해 봉쇄됐고 한 용역 직원은 편집국으로 향하던 양성윤 위원장과 한국일보 기자들을 불법 채증하기까지 했다.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하면 현재 기자 10여 명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신문 편집과 인쇄도 충정로에 있는 서울경제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호만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편집국 통로 계단과 복도에는 ‘한국일보에 힘을 실어주세요’라는 문구 밑에 수많은 이들의 응원 글들이 적혀 있다. 연대하러 온 언론노동자들, 예비언론인,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와 성원, 국회의원 등이 이곳을 찾아와 한국일보 사태 조속한 해결과 편집국 정상화를 기원하며 한국일보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했다.

▲ 민주노총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일보를 방문해 용역들로 부터 막힌 편집국을 바라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이 15층 편집국 투쟁현장에서 방명록을 적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양성윤 위원장도 한국일보 기자들의 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15층 편집국 입구 계단 투쟁현장에 방명록을 적었다.

“진실과 사실을 파헤치는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불법적 폭력적 직장폐쇄로 대응하는 사주를 규탄하며 이와 함께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진정한 ‘한국일보’가 독자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양성윤. 투쟁!!”

이어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양성윤 위원장은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동지들 투쟁현장에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하다”면서 “장재구 회장이 폭력적으로 직장폐쇄를 하고 부당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회장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하고 “동지들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양 위원장은 “동지들 싸움도 중요하지만, 대한문에 24분 동료와 가족을 잃고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자며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쌍용차 동지들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재능 노동자들, 양재동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지들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며고 진실을 말하고 파헤치는 훌륭한 언론노동자들”이라고 말한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어렵고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억울한 진실과 사실을 파헤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노총이 동지들의 승리를 위해 늘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은 “한국일보 파탄주범 장재구는 물러나라!”, “200억원 돌려놓고 장재구는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치며 장재구 회장에 맞선 투쟁 결의를 높였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지난 6월 15일 서울 소공동 한국일보 15층 편집국을 폐쇄조치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오후 6시20분 경 간부와 비편집국 사원 15명, 용역 15명 등 약 30여 명을 동원해 당시 편집국에서 일하던 당직 기자들을 모두 밖으로 쫓아냈다.

사측에 의해 동원된 이들은 기자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근로제공 확약서’를 제시하면서 여기에 서명하지 않으면 편집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강압했다.

▲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건물 로비에서 농성, 1인시위들을 하며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언론재벌에 맞서 싸우는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 조합원들 앞에 서서 격려발언을 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근로제공 확약서에는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직무대행 포함)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합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 요구 등 회사의 지시에 즉시 따르겠습니다’라는 문구 등이 포함돼 있다.

사측은 기자들을 내몬 후 15층 편집국 출입문을 포함해 비상계단과 연결 통로까지 봉쇄했다. 이어 지난 5월 1일 인사 파동 이후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 등에서 붙인 성명서 등을 모두 뜯어냈다.

신문 제작을 위한 송고 시스템인 ‘기자 집배신’의 접근도 막아버렸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로그인 계정 ****은 퇴사한 사람입니다. 로그인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회사는 한 달 반 이상 계속돼 온 무질서 상태와 이로 인한 한국일보의 퇴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사태 수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사원은 굴욕적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를 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와 한국일보 기자들은 편집국 폐쇄 당일 긴급 성명을 내 “장재구 회장은 한국일보를 사유화하기 위해서 신문의 심장인 편집국을 불법 점거한 폭거를 저질렀다”며 “이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사무실에 방문해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이 2002년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700억원 증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한국일보 증자에 참여하고 회사 돈을 빼돌려 이를 갚는 식의 배임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한국일보지부 비대위가 장 회장을 고발한 이틀 후 한국일보는 이영성 편집국장을 창간 60주년 기획단장으로 보내고, 하종오 편집국장으로 바꾸는 등 부장 승진 및 부서 이동 인사발령을 냈다.

비대위는 5월 1일 기습적으로 발표된 인사가 장재구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인적방어망을 구축하려는 간계이며, 편집국장 임명 시 5일 전에 내정자를 조합과 편집평의회에 통보해야 한다는 편집국장 임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성명 등을 종합하면, 지난 2006년 한국일보 중학동 사옥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장재구 회장은 사옥을 한일건설에 넘기면서 새로 짓게 될 건물 상층부 2,000평을 당시 시세인 평당 1,700만원보다 1천만원이 싼 7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2011년 새 건물이 완공됐지만 한국일보는 입주를 하지 못했다. 한국일보지부에 따르면 당시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넘기고 그 돈으로 중자대금으로 사용해 결과적으로 한국일보에 200억원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비대위는 성명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장 회장은 개인 자산을 팔아 200억원을 한국일보에 돌려놓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며 “비대위는 한국일보 전 구성원을 대표해 장 회장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기습적으로 자행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편집국 인사를 거부한다”면서 “편집국장 이하 편집국 전 간부는 이번 인사와 무관하게 기존 체제를 고수하겠다”고 전했다.

이영성 편집국장이 사측의 부당한 조치에 따르지 않고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역시 “불법적 방법으로 한국일보 지분을 인수한 장 회장의 인사권, 경영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저항하자 장재구 회장은 지난 6월 15일 편집국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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