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 “현대차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올바로 서는 것”

▲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채로 발견된 故박정식 현대차 아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의 빈소가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변백선 기자
고 박정식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사망 관련 열사대책위가 구성됐다.

금속노조,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차지부, 현대차 아산위원회,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17일 오후 7시 금속노조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열사대책위를 꾸려 투쟁하기로 결정했다.

고 박정식열사대책위는 현대자동차 자본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한다.

박정식 현대차 아산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지난 15일 12시 48분 경 충남 아산시 현대차 아산공장 주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박정식 사무장은 전날 지회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 다음날인 15일 오전 9시 상집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상집 간부 2명이 집에 찾아가보니 숨져 있었다. 아산경찰서 과학수사대가 출동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트에 적힌 고인의 유서가 발견됐다.

박정식 사무장은 유서에서 “저를 아끼고 사랑해준 모든 이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라”며 거듭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 고 박정식 동지 유서.
당일 고인의 시신은 온양장례식장에 안치했다. 15일 오후 온양장례식장은 박정식 사무장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현대차 자본의 살인을 규탄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갑갑한 사회 다윗들의 동행단’과 연대 대오가 참석한 가운데 온양장례식장 앞에서 추모촛불집회를 열었다.

김호선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회계감사(금속노조 충남지부 회계감사)는 “참담하고, 이 투쟁을 끝내지 못하고 정몽구로 하여금 간접살인을 저지르게 한 우리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 원망스럽다”고 애통해하며 울먹였다.

김 회계감사는 “내 동생보다 더 아낀 사람인데 이렇게 갈 줄 몰랐고, 내가 노조 가입을 시켰으니 내가 죽인 것 같다”며 울분을 표하고 “양재동 농성장을 주말마다 지키며 남탓 말고 투쟁하자고 말하던 정식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송성훈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장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싸우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면서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온양장례식장 앞에 모인 조합원과 연대대오는 고 박정식 사무장을 그리며 현대차 자본에 대한 분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열사의 염원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으로 쟁취하자!”
“살인자 정몽구를 반드시 구속시키자!”
“불법파견 현행범 노동자 살인범 정몽구를 구속하라!”
“박정식은 열사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故박정식 사무장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연대 대오가 촛불추모제를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故박정식 사무장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연대 대오가 촛불추모제를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故박정식 사무장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연대 대오가 촛불추모제를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 회계감사는 장례식장에서 <노동과세계>를 만나 고인이 지난 6월 15일 양재동 농성장에서 조합원들 카톡방에 남긴 장문의 글을 보여주고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자신이 먼저 간다는 뜻을 내포했던 것 같다”며 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고인은 조합원들을 향해 “우리가 이 투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정규직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노동조합을 건강하게 만들고 올바로 세우자고 호소했다.

그는 “현대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현장에서 라인을 세우는 투쟁이 아니라 우리 조합이 제대로 올바르게 서 있는 것을 제일 두려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우리 요구도 쟁취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 박정식 동지는 향년 35세(79년생)이며, 미혼으로 살다 세상을 등졌다. 2004년 8월 25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한성기업에 입사해 아산공장 엔진부에서 근무했다. 2010년 7월 22일 최병승 조합원이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 한 달 뒤인 2010년 8월에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2012년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선전부장에 이어 올해 들어 사무장으로 활동해왔다.

고 박정식 사무장의 유가족으로는 모친과 남동생,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가 있다. 유족은 박정식 사무장의 장례 등 일체를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등에 위임했다.

금속노조,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차지부, 현대차 아산위원회,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민주노총 충남본부 등으로 구성된 고 박정식열사대책위는 현대자동차 자본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키로 결정키로 했으며, 오늘(17일) 오후 4시 온양에서 1차 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한다.

▲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故박정식 사무장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연대 대오가 조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5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온양장례식장에 故박정식 사무장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민주노총 주봉희 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이 조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故 박정식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장

“현대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올바로 서는 것”

□ 고 박정식 동지가 지난 6월 15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 카톡방에 올린 글 일부다.

“정규직 전환과 신규채용 그리고 해고자분들의 복직 이 모두가 소중하고 우리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에 그 결과가 바뀌겠죠. 하지만 이것들은 제 생각에는 그다지 중요한 것들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길게는 시간이 그리고 교섭에서 풀어갈 문제이고 그곳에서 답을 찾아야 될 것들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노동조합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이러한 얘기를 해도 될까 걱정은 되지만 조합원들이 읽고 평가해 주시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되어 글을 올립니다.

저도 한때는 일만 할 줄 아는 그냥 평범한 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업체에서 일 잘한다고 키퍼까지 한 그런 놈이었습니다. 하지만 최병승 동지의 대법원 판결 2010.7.22 이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나고 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정규직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대법원에서도 판결한 사회적인 상식으로 그리고 조합에 가입하면 정규직이 빠르게 되겠다는 기회주의 생각으로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제 상식을 뛰어넘는 회사였습니다. 권력도 돈이 있는 현대차에서 나왔습니다. 국회의원도 현대차 앞에서는 힘도 없는 그런 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합이 하나로 뭉쳐 싸울 때 그리고 3지회 조합원들이 뭉쳐 싸울 때 현대차는 조금이나마 우리를 두려워했고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현대차는 돈의 권력을 이용하여 조합을 회유 압박 그리고 고립시키겠죠.

현장에 그리고 생계에 나가있는 해고자 조합원들, 우리가 이 투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정규직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조합을 지키고 끌어 나가야 될까를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 된 우리 조합입니다. 많은 동지들의 아픔 그리고 기쁨을 함께 나눈 그런 조합입니다.

현대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현장에서 라인을 세우는 그런 투쟁이 아니라 우리 조합이 제대로 올바르게 서 있는 것을 제일 두려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의 요구가 쟁취될 거라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 조합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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