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다단계 하도급·중간알선업자 부당이익·건설노조 파괴 등 규탄

▲ 사진=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건설현장 불법다단계 하도급과 중간알선업자 부당이익 착취를 규탄하며 한 건설노동자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국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한 조합원이 28일 새벽 동해-속초 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속초 방향 척산족욕공원 근처 20m 다리 위에 올랐다. 건설노동자들이 흔히 ‘삐아’라고 부르는 곳이다. 농성에 돌입한 조합원은 이 현장에서 덤프차량을 운전하던 건설기계노동자다.

강원지역 건설현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불법하도급과 중간알선업자의 중간착취가 자행돼 왔다. 또 집단적 상차거부를 통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조합원 생존권을 말살하며 심지어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불법행위까지 저질렀다.

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28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16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조 파괴 공모 중단을 고발하고, 중간착취 중간알선업자의 불법위법행위를 제기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노동조합이 각종 불법위법행위 의혹을 제기하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한 조합원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속초관내 건설기계연합회 소속 굴삭기들이 특정현장에서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강원건설기계지부 속초지회 소속 덤프차량에 상차를 하지 않고 있다. 중간알선업자가 속초건설기계연합회장과 공모해 집단적으로 업무방해를 유도함으로써 속초지회 조합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불공정 담합행위로 인해 속초지회 조합원들은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으며 기존에 작업을 하던 현장에서 고립돼 있는 처지다.

▲ 사진=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건설기계노동자는 작업 후 세금 등을 내기 위해 건설회사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이 세금계산서를 대륙중기 명의로 대리해 끊었다. 건설사-대륙중기-건설기계노동자 단계는 중간에 다단계 중간업자가 개입했으며 불법하도급 의혹이 당연히 제기된다고 노조는 말한다.

건설노조 강원본부는 “이는 건설현장의 구조적 병폐이며, 중간업자 없이 건설사에 직접 고용되고 중간에서 세는 돈이 없이 받고 일하고 싶어도 건설사 중간업자 간 유착과 비리 문제로 직접 고용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에는 “하수급인은 하도급 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도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6월 18일 건설노조와 4대강 조사위원회는 4대강 공사 당시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풀리기로 7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발표를 해 방송에 보도됐다. 이런 잘못된 불법 관행이 속초관내에서도 중간배차업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도급사 중앙토건, 한백건설 등과의 작업 과정에서 실제 작업하지도 않은 날을 추가하는 임대일수 조작과 명의도용, 건설기계 임대관련 차량대수의 양을 늘려 부당자료를 발행하고 공사비를 부풀려 이를 중간에서 개인이 착복하고 건설회사 비자금 형성의 정황이 드러났다.

10년 이상 동안 중간업자는 속초관내 대부분의 공사현장에 참여해 배차를 하고 있다. 지금껏 공사비 부풀리기로 착복한 금액은 수십억 단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판단이다. 노조는 “모두 피 같은 속초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관급공사가 많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건설사와 중간업자 간 불법의혹 자료로 제출된 이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차권 확보를 위한 향응제공 로비와 비자금조성 의혹, 노조탄압과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간알선업자는 속초관내 공사의 70% 가량을 잡고 있다. 2010.1.1~2012.12.31까지 속초시 공사 중 약 30여 건 공사현장의 배차를 한 것이 확인됐고 건설사에 부당자료를 발행해 거래선을 유지하고 향응을 제공하며 로비를 통해 배차권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 동시에 속초시와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속초지회 조합원과 건설기계노동자의 생존이 위협받고 가정경제가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2008년 속초지회 전체 건설기계노동자는 중간배차업자의 착취행위와 불법행위 의혹 건에 대해 규탄 집회를 여러 차례 가졌다.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김형준 조직부장은 “2008년에도 중간알선업자의 각종 불법행위와 불공정한 이윤 추구에 대해 노조가 파업을 했고 당시 인정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돈으로 세를 키워 또다시 건설노조를 말살하려고 한다”며 중간알선업자의 행태를 규탄했다.

▲ 사진=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건설사가 속초연합회장과 공모하여 일방적 작업 중단으로 조합원들의 생계를 압박하고 있다. 산악박물관 공사, 도로공사 7공구 현장 등에서 건설사는 중간업자의 계약을 빌미로 작업하던 기존 속초지회 조합원들을 한순간에 배제했다.

또 타지역 차량으로 물량, 토사를 상차하는 등 속초지회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자행하고 있다. 직접 고용된 차량과 임대차계약이 성립돼야 하나 불법적으로 직접고용을 회피하며 속초지회 조합원의 생존권을 억압하고 있다.

속초지회는 건설사에 대해 직접고용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대화와 협의를 요청했지만 각 건설사들은 마치 공모라도 한 듯 중간업자 간 계약을 핑계로 고용을 배제했다. 노동조합은 해당 건설사도 노조탄압에 공조하고 다단계적 부당한 중간 계약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는 “분명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되는 부분”이라면서 “중간업자와 속초연합회장은 건설기계노동자의 생존이 보장되는 투명한 건설현장을 만들겠다는 속초지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이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는 것에는 어떠한 정당한 근거도, 이유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특정유착과 이윤추구, 기득권 유지에서 야기된 노조배제의 혐오성 행위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투명한 건설현장, 그리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또 한 명의 건설기계노동자가 고공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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