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연금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전국 노동현장에서 일하며 투쟁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로 달려와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서울도심을 휘저으며 박근혜정부에 대한 항쟁의지를 표출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연금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양성윤 수석부위원장, 주봉희·김경자·이상진 부위원장, 16개 산별연맹 대표자와 16개 지역본부장, 민주노총 박순희·권영길·남상헌·이수호·이갑용·단병호·천영세·김영훈·조준호·임성규 지도위원, 그리고 노동·민중·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 일본 등에서 온 국제연대 노동자들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본대회가 시작됐다.

민주노조의 정신과 염원과 바람을 담은 민주노총 소속 각 사업장들 깃발 수백개가 조합원들이 거대한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입장했다. 민주노총가 제창, 민중의례에 이어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이번 노동자대회에서는 본무대 외에 대오 한 가운데에 보조무대를 설치해 발언자들이 그 위에 서서 조합원들과 눈을 맞췄다.

전농 이광석 의장은 “쌀값은 농민값이며 쌀값이 죽으면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내주게 되는데 정부는 8년 간 동결됐던 쌀값을 고작 4000원 올리겠다고 한다”고 말하고 “전농은 11월22일 이곳 서울광장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투쟁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설립필증 원본을 찢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초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민주노총 설립필증을 찢고 날려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샤론 바로우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이 보내온 국제연대사를 대독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님 그리고 조합원 여러분!
전국 노동자대회를 맞아 국제노총을 대표하여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최근 정부가 해고자 조합원 자격을 규약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만으로 전교조를 위법적으로 법외노조화 하고 같은 이유로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 세계 노동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노동기본권 침해로,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국제노총은 민주노총, 그리고 여러 국제산별노련과 힘을 모아 정부의 이 결정을 뒤집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얼마 전 국제노총은 한국을 방문하여 전국 곳곳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산업 부문에서 사용자들은 불법 행위를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한국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고도의 노동착취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불안정 노동의 사용을 억제하기는 커녕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도로 어려운 조건에서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조직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현재 한국정부는 전 사회적 반대를 무릅쓰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도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없었습니다. 철도노조는 강력한 조합원들의 결의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조만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파업권은 국제법으로 보호받는 권리입니다. 정부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인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노총은 가스 민영화, 연금 개악에 맞서는 가스-연금 파업 역시 지지합니다.

국제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와 뜻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모든 권리를 누릴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2013년 11월 10일 국제노총 샤론 바로우”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깃발을 비롯한 산별 깃발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어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과 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 김명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위원장, 권혁병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이 차례로 보조무대에 올랐다. 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은 “커피에 물을 타도 커피는 커피이듯이 공무원노조를 죽이며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를 해도 대선개입한 것은 사실이 맞다”고 말하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는데 모가지를 비틀기 전에 우리가 단결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충북에서 농업교사를 할 때는 한 반에 30명 정도인데 동지들이 많이 오셔서 여기 서니 떨린다”고 말하고 “전교조가 89년 이후 가장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10월 24일 박근혜정부로부터 노조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우리는 움츠러들지 않았고 노조를 떠났던 이들과 신규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2013년 전교조는 89년의 기백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명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민의 재산이자 생명이고 안전이며 미래인 철도, 가스, 전기 민영화와 연금 개악에 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고 전하고 “11월 28일 가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철도노조는 12월 파업을 통해 열차를 멈춰 철도민영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권혁병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건설현장은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가 병존하는 현장”이라면서 “전태일열사가 43년 전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쳤지만 아직도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고 “850만 비정규직과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교사·공무원 노동자 모두 투쟁에 나서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자”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이 노동자의 피눈물 흘리는 페이스패인팅을 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였던 故최종범열사의 영정을 안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오는 13일 전태일 열사 서거 43주년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노조로 보지 않음' '설립신고증' '사유화'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이 적힌 선을 치고 노동자가 그 선을 깨고 기필코 해방을 맞이하자는 의미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문선대가 본무대에 노란색 선을 쳐 나간다. 그 선에는 “노조로 보지 않음” “설립신고증” “사유화”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강도 강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가압류” “안전통제” “고소고발” “임금동결” “국가보안법” “안보” “노동조합법” “이 선을 넘지 마시오” 등의 글귀들이 적혀 있다.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에게 넘지 말라고 말하며 탄압을 일삼는 선, 그 선을 넘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수백년 전부터 역사의 주인이자 생산의 주역이었던 노동자가 그 선을 깨고 기필코 해방을, 노동해방을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은 문선대 공연이 펼쳐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조무대에 섰다. “조합원 동지들 고맙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고맙다. 민주노조를 만들려고,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우리는 이 땅의 수많은 열사들을 가슴에 묻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조직이다. 그런데 법과 질서를 내세워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노동자가 노동자 아니라고 한다. 우리 민주노총을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지만 지금 시기 법 속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동지들, 선배 위원장님들, 어르신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여러분이 만든 합법 속의 민주노총을 이 자리에서 찢어버린다.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찢어버렸다) 동지여러분, 조합원 동지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을 만든 열사들의 피와 땀, 그리고 죽음처럼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의 심장에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법 속에 남아 있지 않겠다. 80만 조합원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땅 1700만 노동자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러분 가슴에 느껴지는 심장소리를 들어보라. 여러분 가슴에 잠든 분노를 일깨우라. 동지들 가슴에 차 있는 투쟁의 기운을 깨우라. 이제 민주노총은 여러분의 심장과 함께 숨쉬고 투쟁한다. 투쟁할 수 있겠는가? (투쟁!) 투쟁할 수 있겠는가? (투쟁!) 자본이 만든 차별의 벽을 깨고 법과 질서가 가둔 노동자의 투쟁의지를 모아서 우리 파괴된 민주주의와 이 땅 노동자의 희망을 위해 투쟁하자. 투쟁할 수 있겠는가? (투쟁!) 투쟁할 수 있겠는가? (투쟁!) 저들이 가둬놓은 선을 노동자의 의지로 깨뜨리고 나가자!”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민주노총 총단결로 노동탄압 분쇄하자!”
“투쟁!”

무대에 선 문선대가 율동을 하는 동안 ‘그 선을 넘는다’ 노래가 울려퍼진다. “이제 우리 그 선을 넘는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손에 쥔 민주노총 설립신고증을 갈갈이 찢고 대오 속에 쳐진 봉인선을 깨고 행진에 나선다.

“민주노총 단결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노동탄압 분쇄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노동탄압 중단하고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태일다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태일다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태일다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오후 4시30분 서울광장을 나서 행진을 시작한다. 선두에 선 대표단은 “열사정신 계승! 노동탄압 분쇄! 민주주의 파괴 중단!”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전국에서 달려온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 조직 깃발을 앞세운 채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대오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규약을 시비삼아 법외로 몰아낸 박근혜정부를 규탄하고 공무원노조 서버를 압수수색하며 국정원 대선개입에 물타기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 목소리를 냈다.

서울광장을 나서 을지로입구와 을지로 3가를 거쳐 행진하던 노동자들이 을지로 4가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퇴계로 방면으로 뛰기 시작했다. 대오는 을지로 4가에서 퇴계로를 거쳐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질주했다.

노동자들은 을지로에서 퇴계로,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이어진 전 차선을 점거한 채 열사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을지로 행진 과정에서 청계천 쪽으로 봉쇄선을 친 채 노동자들을 지켜보던 경찰은 뒤늦게 병력을 이끌고 와 동대문역사공원역 네거리를 점거한 노동자들을 인도로 몰아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동대문 밀리오레와 두산타워에 모였다 전태일다리로 이동해 오후 6시10분 경 마무리집회를 열었다. 세 명의 노동자가 전태일다리 앞 방송차 위에 올라 깃발 아래 모인 노동자들을 향해 투쟁을 결의했다.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태일다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을지로4가에서 퇴계로를 거쳐 동대문운동장까지 질주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태일다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을지로4가에서 퇴계로를 거쳐 동대문운동장까지 질주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43년 전 전태일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 43년이 지난 지금 삼성자본에 맞서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투쟁하는 수많은 전태일이 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배고파 못살겠다고 외치며 최종범열사가 자신은 전태일님처럼은 못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끌어안겠다면서 목숨을 던졌다.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안고 간 것이다. 삼성 동지들과 저는 삼성자본에 맞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삼성과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

“살려내라 살려내라 최종범을 살려내라!”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장. “열사 앞에 반성을 많이 한다. 학교비정규직은 1년에 만 명씩 잘려나갔다. 노조를 만들고 우리 힘으로 내 동료를 구하기 위해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이 13년 간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목을 맸다. 저는 노조 대표자이면서도 죽어가는 내 동지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열사들의 정신을 다시 새기며 투쟁하자. 작년에 총파업을 한 번 했다. 올해 파업은 질기게 싸울 것이다. 내일 우리는 총파업을 선언한다. 충북을 학교비정규직 성지로 만들어 총파업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힘을 모아 박근혜 정부를 교섭 테이블에 끌어낼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공사지부장. “삼성 동지들, 학교비정규직 동지들, 반갑다. 힘내시라. 함께 하겠다. 인천공항은 90% 이상이 간접고용이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없으면 공항이 돌아가지 않는다. 13년 전 공항이 개항했고 8년 간 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기록했다. 이제 우리도 사람이라고 당당한 공항노동자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11월 11일 24시간 경고파업에 들어간다. 11월 15일까지 답이 없으면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직접고용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공항을 사수하며 싸울 것이다. 전태일열사와 최종범열사의 정신을 가슴에 담고 현장을 지킬 것이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가스 노동자들, 철도 노동자들, 인천공항 노동자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깃발 아래 힘차게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고 목소리 높여 말하고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무리했다.

“민주노총 단결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열사정신 계승하고 노조탄압 분쇄하자!”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열사정신 계승하여 민주노조 사수하자!”
“민주노조 사수하고 노동해방 앞당기자!”
“살려내라 살려내라 최종범을 살려내라!”

▲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을지로에서 퇴계로,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열사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질주해 도착한 가운데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을지로에서 퇴계로,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열사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질주해 도착한 가운데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을지로에서 퇴계로,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열사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질주해 도착한 가운데 경찰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날 본대회에 앞서 전태일재단이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수호 전태일노동상 선정위원장은 “제21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조직은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와 유성기업 아산지회”라고 밝혔다.

전태일노동상 선정위원회는 단결성과 연대성, 투쟁성, 조직성, 대중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며 투쟁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코오롱 자본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14명의 노동자들이 생계투쟁을 병행하며 9년 간 장기투쟁을 벌여오고 있는 코오롱정투위, 이명박정권 때부터 시작된 반노동정책과 경찰과 용역깡패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싸워온 유성기업 아산지회에 21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여했다.

노동상을 받아 든 두 조직의 대표들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양희열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투쟁은 어렵지 않지만 그 속에서 옳은 길을 선택하고 가는 것이 더 어렵다던 한 선배의 이야기를 기억한다”고 전하고 “유성기업지회가 그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우리 가슴에 민주노조를 안고 옳은 길을 선택하고 양심을 지키며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배 코오롱정투위 의장은 “2005년 정리해고 후 2년 간은 피터지게 싸웠는데 3년째가 되자 동지들이 단식, 철탑농성, 본사 점거, 손목 자해까지 했는데 죽을 거냐고 그만하자고 했다”고 말하고 “오늘 이 상을 받은 후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아 멈추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헌국 국정원내란음모대책위 공동대표, 밀양송전탑 반대주민이 각각 최근의 공안탄압과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고 최종범열사의 작은 형 최종호 씨가 본무대에 올랐다.

최종호 씨는 “동생은 자신의 죽음이 자신과 같은 처지와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 당하는 동료들과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 삼성에 반드시 노동조합을 세우고 싶어했다”고 전하고 “삼성이 동생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면서 “동생의 뜻을 위해 별이와 여러분의 자녀인 다음 세대를 위해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했다.(기사 맨 아래 ‘최종범열사 유족 연설문’ 전문 참조)

▲ 전태일열사 전태삼 씨가 전태일열사 동상 옆에 앉아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태일다리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전국노동자대회 현장에서는 김정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의 석방탄원서와 화물노동자 권리선언 10만 선언, KTX 철도민영화 반대 서명지가 돌았고, 기초연금 개악저지 반대 의사를 적는 공도 배포됐다.

한편 10일 건설산업연맹은 영풍문고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서울역에서, 공무원노조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금속노조는 강남역 삼성전자 앞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삼청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서비스연맹은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전교조는 보신각에서 각각 사전대회를 열어 각 산별노조의 요구를 외친 후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참가했다.

2013년 전국노동자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9일 오후 3시부터 밤 24시까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노동한마당 기획단과 함께 ‘전태일 노동한마당’ 행사를 펼쳤다. 이날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2013년 한 해 비정규투쟁을 총화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는 한편 미조직비정규 100만 조직화와 전략조직화 200억 기금운동 및 조직문화 혁신을 결의했다.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앞서 전태일열사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양희열 부지회장과 코오롱정투위 최일배 의장이 수상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故최종범열사의 작은 형 최종호 씨가 본무대에 올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글을 낭독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종범열사의 작은 형 최종호 씨가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낭독한 글

안녕하십니까? 저는 고 최종범의 작은 형입니다. 저는 요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종범이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것도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도 모두 현실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지난 10월 31일 하나뿐인 제 동생 종범이는 다음 달이면 돌이 되는 사랑하는 딸 별이와 아내, 자식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어머니를 남겨두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처음 동생의 소식을 접한 후 그저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오늘로 종범이가 우리 곁을 떠난지 열흘 째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의 고통은 더해만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죽은 후에 동생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순진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일만 하던 동생이 노조활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회사 측으로부터 핍박을 받았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동생이 삼성이라는 타이틀 아래 얼마나 장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를 당해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남긴 마지막 유언을 보았습니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형입니다. 하지만 동생이 남긴 마지막 뜻이라도 지켜주는 것이 남은 가족의 몫이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동생은 자신의 죽음이 자신과 같은 처지와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 당하는 동료들과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삼성에 반드시 노동조합을 세우고 싶어 했습니다. 인간답게 대접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탄압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만 만큼 잘 살고 싶어했습니다.

언젠가 동생은 “왜 나는 죽어라 일하는데 돈이 없냐”며 울면서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동생이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게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불합리한 사회구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런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전태일님에 대해 알고 난 후 그렇게 훌륭한 분이 계셨는지 몰랐다고 “열심히 하면 바꿀 수 있는 거죠?”라고 했답니다. 동생의 그런 순수한 열정이 삼성의 노조 탄압이라는 너무나 높은 벽에 부딪쳤나 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돌이켜 보건데 동생도 현실과 타협하고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동생은 결국 자신이 믿었던 신념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습니다. 또 그 신념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아직 막내아들의 죽음을 모른 채 그저 외국 출장 중인 것으로 알고 계시는 병환 중인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직도 삼성이라는 큰 회사에 다니는 막내아들 자랑을 하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삼성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족의 슬픔보다 더 중요한 건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줄도 모르는 이제 11개월 된, 동생이 그토록 사랑했던 딸 별이가 아빠를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하는 게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마지막 소원을 지켜주는 것이 동생을 먼저 보낸 못난 형으로서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삼성이 동생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동생의 뜻을 지켜주고 싸워주시는 길밖에 없습니다. 가족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동생의 뜻을 위해, 별이와 여러분들의 자녀인 다음 세대를 위해 함께 싸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사랑하는 동생 종범이의 뜻을 꼭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