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번호판 목에 걸고 생존권 보장 외쳐...14~16일 사흘 간 동맹휴업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가 열리기 앞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적정운송료, 조출/야간/연장노동 수당,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강력히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레미콘 노동자들이 자신의 레미콘 차량 번호판을 떼서 목에 걸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상경투쟁을 벌였다. 수도권 97개 레미콘 제조사 차량 3,600대가 전면 운행중단에 나섰다.

서울·인천·김포·부천·고양·파주·구리·하남·남양주·의정부·포천·안양·수원·화성·용인·양주·동두천·연천·평택·안성 등 수도권 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14일 서울광장 집회를 시작으로 레미콘 차량 서울도심 시위 등을 벌이며 16일까지 사흘 간 동맹휴업을 잇는다.

2013년 현재 레미콘 회사에 소속된 래미콘 기사들이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은 115만원 남짓. 물가는 갈수록 올라 차량 보험료, 차량 소모품 등 차량 유지비가 모두 치솟았지만 운송료는 8년 동안 정체됐다. 현행 운송료 체계는 정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레미콘 노동자들의 호소다.

낮은 운송료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아침에도 밤에도 정신없이 일한다. 레미콘 노동자 운송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다. 출근시간 새벽 3시, 퇴근시간 밤 10시가 일상이다. 24시간 대기 운송하는 날도 많다. 이것을 노동자들은 ‘조출야간작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보호조차 받지 못해 연장근로수당은 전혀 없다.

건설기계관리법 관할을 받는 레미콘 기사들은 회사와 임대차계약서를 맺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레미콘 회사들은 기사들에게 갑과 을의 관계도 아닌 노비계약서, 도급계약서를 강요한다.

그 계약서에 따르면 업무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민형사 책임을 레미콘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노동조건에 대한 개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이나 상조회 가입도 금지된다. 업체 마음대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구두로 해고를 통보하기도 한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권리보장은 없고 업무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도급계약서는 노비계약에 진배 없는 잘못된 계약”이라고 말하고 “레미콘 기사들은 레미콘 회사가 정당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체결하고, 기사들의 노동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각 레미콘 제조사 깃발이 입장히고 있다. 수도권 97개 레미콘 제조사 차량 3,600대가 전면 운행중단에 나섰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각 레미콘 기사들이 번호판을 들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대문역사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서울광장까지 레미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건 채 행진했다.

이동복 레미콘운송총연합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가 1억2천짜리 번호판을 들고 이 자리에 나와 있다”고 말하고 “목수도 일을 하면 한 달에 350, 400을 버는데 1억2천짜리 차량을 갖고 150만원을 버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투쟁을 전개해서 우리가 세상을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우 건설노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장은 연대발언에서 “수도권 레미콘 노동자들이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모여 말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 절규한다”고 말하고 “정부와 자본에 대해 레미콘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투쟁 주체의 투쟁 없이, 절규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며, 단언컨대 대화로는 더 이상 해결되지 않으니 투쟁을 통해 동지들의 요구와 근로조건을 쟁취하라”고 격려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부위원장, 펌프카협회장, 대한건설협회장도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독려하고 지지하며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총분회 간부 4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올해 초 울산지역에서 73일 간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레미콘사가 노동탄압을 일삼으며 노동자들을 회사에서 내쫓자 이들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고공농성과 단식까지 했다.

이들은 “번호판을 목에 걸고 온 동지들을 보니 목이 메고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레미콘 자본과 건설회사들의 사탕발림으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속아왔느냐?”면서 “레미콘 회사들은 절대로 우리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서면 레미콘 제조사가 멈추고, 건설현장도 서고, 건물은 단 한 층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건물이 못 올라가야 저들은 우리 요구를 들어준다”면서 “하나가 돼서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건설노조 김규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개최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각 레미콘 기사들이 번호판을 들고 "레미콘 기사도 인간이다!"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레미콘 노동자들은 레미콘 운송도급계약서와 번호판을 들고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건설현장 레미콘 노동자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투쟁결의문 낭독을 통해 노동기본권과 적정운송료, 조출/야간/연장노동 수당,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동복 레미콘운송총연합회 회장이 15일 동맹휴업 투쟁지침을 내렸다. “오늘 이 대회를 마치고 회사에 가서 번호판을 달고 내일 아침 8시 시동을 걸어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다. 만약 회사 앞이나 오는 도중에 막으면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오후 2시 서울역집회에 참가한다. 내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으로 모이자!”

애초 수도권 레미콘 노동자 3,600여 명은 지난 10월 28일부로 동맹휴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사흘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자, 레미콘공업협회와 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레미콘연합회들에게 노동자들이 제시한 적정운송료와 도급계약서 문제 해결, 조출야간수당 등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실제적 교섭타결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동맹휴업을 유보하고 11월 1일 교섭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레미콘 노동자들 역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동맹휴업이라는 절박한 수단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레미콘공업협회와 공업협동조합의 전향적 태도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일단 교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동맹휴업을 유보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11월 1일 레미콘공업협회, 레미콘공업협동조합이 레미콘운송연합회에 제시한 안은 도급계약서 문제나 조출야간수당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안조차 없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봐도 더 이상 못살겠다며 동맹휴업까지 결의한 레미콘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인내하며 대화로 해결하려 했던 레미콘 노동자들은 레미콘 자본에 의해 철저히 기만당한 것. 분노는 더 확산됐고 이제 각 지역 건설현장 레미콘 노동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동맹휴업에 나선 레미콘 노동자들이 14일 서울광장 집회에 이어 15일과 16일 레미콘 차량을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진입시키는 더 위력적인 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총분회 간부 4명이 무대에 올라 연대사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각 레미콘 기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레미콘 노동자들은 레미콘 운송도급계약서와 번호판을 들고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가 열리기 앞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적정운송료, 조출/야간/연장노동 수당,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강력히 촉구하며 번호판을 목에 걸고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한 '레미콘 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가 열리기 앞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적정운송료, 조출/야간/연장노동 수당,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강력히 촉구하며 번호판을 목에 걸고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레미콘노동자 적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 결의문

세상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화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건설노동자는 가장 많은 희생과 땀방울로 사회의 변화에 가장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건설노동자의 하나인 레미콘 노동자들은 8년 동안 변하지 않은 운송료와 장시간 노동에 대한 어떤 보상도 없다. 또 현대판 노비문서와도 같은 도급계약서를 강요해, 우리 레미콘 노동자들의 조그마한 권리마저도 빼앗기고 있다. 저들의 달콤한 말에 변화를 바라며 기다려 왔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일어나야만 한다. 더 이상은 참을 수도 없고, 물러날 곳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해한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은 레미콘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 속에 우리 레미콘 노동자의 몫인 운송료를 루베당 820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레미콘 자본은 그 운송료마저도 그들의 배를 채우기에만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운송을 하는 우리 노동자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또 정부는 레미콘 가격이 인상되면서 운송료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가 바꿀 것이다. 정부와 자본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우리의 강고한 투쟁으로 우리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레미콘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인간답게 살기 위한, 1회 적정운송료 45,000원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하루 8시간 노동, 조출/야간/연장 노동에 대한 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현대판 노비계약인 도급계약서를 폐지하고,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의무 작성하기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2013년 11월 14일
전국 레미콘 노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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