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살인자와의 만남을 통한 열네살 소년의 성장이야기

열네 살 소년이 ‘사랑’에 대해 갖는 감정은 어떠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어른들과 다른 ‘그 무엇’일 것이다. 이혼과 헤어짐이 많은 지금, 아이들에게 비치는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기보다 상처나 고통, 일탈이기 십상이다. 그 소년이 오히려 살인자와 만나면서 사랑을 믿게 되는 영화 ‘머드’가 자연스럽고 훈훈함으로 우리들을 인도한다.

14살 소년 ‘엘리스’는 절친 ‘넥본’과 함께 미시시피강 하류 무인도에서 나무 위에 걸려있는 보트를 우연히 발견한다. 아지트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낡은 셔츠를 입은 채 팔에 뱀 문신을 한, 검게 그을린 ‘머드’(매튜 매커너히)가 소년들 앞에 나타난다. 사랑을 구하고 싶은 남자 ‘머드’, 사랑을 믿고 싶은 소년 ‘엘리스’(리즈 위더스푼). 사랑하는 여자 ‘주니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중인 ‘머드’는 ‘엘리스’와 ‘넥본’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엘리스’는 서로 사랑하는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게 된다.
 
이 영화의 장면들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마치 미시시피강의 흐름처럼 흘러간다.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인생, 죽음, 가족, 우정 등이 잔잔한 강물처럼 녹아서 흐르는 식이다. 광활한 미시시피강을 보트로 가로지르는 두 소년의 초반 롱테이크 장면이 영화 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엮은 사랑을 그린 영화는 없었을 것 같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대사도 인상적이다. “마치 세상이 반으로 갈라졌다가 합쳐진 것 같은 기분이었지”(주니퍼를 처음 만났을 때의 머드), “사랑을 믿으면 안 된다. 조금만 소홀해도 널 버리고 떠날 거야”(소년 엘리스의 아버지). “내 아들을 죽인 자를 잘 죽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머드를 쫓는 피해자 아버지)와 같은 유머러스한 대사는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영화음악도 신선하다. 캐릭터, 배경과 하모니를 멋지게 이룬다. 특히 오프닝 음악은 무언가 불길하면서도 황홀한 스트링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을 ‘머드’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영화의 영상미에 걸맞은 음악들이 거칠고 광활한 미시시피 강, 그리고 황토 빛 알칸사스 주와 하모니를 이루며 영화의 클래식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소년과 살인자의 만남이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머드’는 제3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됐고, 로튼토마토 평가지수 99%를 기록했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