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피해 노동자와 가족의 얘기를 담은 영화

삼성반도체 피해 노동자와 가족의 얘기를 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됐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2007년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와 어린 딸을 가슴에 묻고 인생을 건 재판에 나서서 세상과 싸우는 한 아버지를 그린 이야기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기업에 의해 실제 벌어진 일을 영화로 만들었다. 등장 인물과 회사 이름은 달리 표현됐으나 영화의 아주 구체적 부분까지도 실제 인물들이 겪은 그대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성, 삼성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돈을 앞세워 사회적 약자와 힘없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실감 있는 영상으로 재현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분한 사실 재현만으로 국가-자본의 본질이 드러나는 영화’다. 예컨대 윤미가 아버지의 택시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두고 설마 할 수도 있지만 유미의 마지막 모습이 실제 그랬다. 영화에서처럼 윤미는 아버지 택시 뒷자리에서 “더워” “추워”를 반복하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어머님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창문을 여닫다가 끝내 하얗게 쓰러진 딸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그 뿐인가. 윤미가 죽고 난 후 다른 제보자들과 함께 산재 신청과 소송에 이르는 과정, 법정에서 이루어진 공방, 회사와 공단이 보인 태도 등, 실제 황상기 아버님과 반올림이 겪은 상황을 영화적 리듬에 맞게 각색해 촘촘이 엮어 놓았다.
 
영화 개봉 첫 날, 속초에서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올라온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황상기 씨는 “딸 유미가 죽기 전 영화 음악을 참 좋아했다. 특히 가수 <신화>를 좋아했는데 신화가 이 영화를 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 유미가 모으던 신화 사진집을 가져왔다”며 울먹였다.
 
영화 개봉 과정에서 일어난 삼성의 외압과 영화관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워했다.
 
“내가 사는 속초에도 매가박스가 있는데 상영을 안 해요. 영화는 문화이고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자기들끼리 눈치를 보며 삼성의 나쁜 이미지를 그린 영화라 그런지 상영조차 하려 들지 않아요”
 
그는 딸 유미 씨가 세상을 떠난 후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내 딸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 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한다고 늘 말해 왔다.
 
황 씨는 “삼성에 노동조합이 없어서 몸에 유해한 화학물질로 인해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면서,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우리 유미를 비롯한 삼성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보호받고 작업장도 더 안전하게 관리해 노동자가 건강을 해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약속> 개봉을 앞두고 외압설이 불거졌다. 롯데시네마 등은 애초 약속했던 상영관 수를 크게 줄여 통보해 외압설이 헛소문이 아님을 반증했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진 은 6일 동시 개봉작 중 예매율은 1위를 기록하고 관객 평점이 높은 데도 여전히 적은 규모의 상영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성원과 예매에도 불구하고 개봉하지 못하거나 개봉이 취소된 곳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관객들이 SNS를 통해 영화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다. “10장 예매했으니 선착순으로 받아가세요”, “영화관이 차로 2시간 거리입니다. 영화 같이 보실 분” 등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메시지들이 확산되고 있다.
 
배우 조달환 씨는 <또 하나의 약속> 개봉일에 맞춰 6일 건대 롯데씨네마에서 300명에게 무료 관람권을 제공했다. 조 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으셨던 페친님들, ‘2월 06일 개봉!’ 날 제가 무료로 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시사회가 끝난 뒤 “이 영화를 보고 대한민국 영화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하고 “이 영화에는 진한 감동과 울림이 있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내 자신이 동화되어 자신에 대해서 돌이켜 본다면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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