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천여 명, 희망버스 154대 타고 집결… 연대의 장 마련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를 지지하기 위한 ‘유성 희망버스’가 수많은 시민의 참여로 1박 2일의 일정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마무리했다.

15일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154대의 희망버스는 유성기업 충북 영동 공장과 옥천 나들목 인근 광고탑 농성장, 유성기업 아산 공장 등을 찾아가 집회를 열고 ‘민주 노조 사수’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154대의 유성 희망버스’는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영동지회장이 지난해 10월 13일부터 높이 22m에 이르는 대형광고용 철탑 위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154일째 되는 15일을 맞아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  30여 개 단체가 기획한 것이다.  

   
▲ 유성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정훈 유성기업노조 영동지부장이 옥천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154일째가 되는 15일 오후 이곳을 찾아 '힘내라, 이정훈!' 구호를 외치며 이 지부장을 응원했다.


유성기업노조는 2009년 노사가 합의했던 심야노동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사측이 계속 미루자 2011년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사측은 공장을 폐쇄하고 용역을 투입해 폭력으로 노조를 진압했다. 그후 노조원에 대한 수배와 구속, 손해배상 청구와 징계, 복수노조를 이용한 노노간 갈등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유성기업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2012년 9월 국회의 용역폭력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불법적인 노조 파괴 행위에 대해 사측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해 6월,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로 해고자들은 복직되었지만 회사는 다시 27명을 해고하고 60여 명을 출근정 지시켰다. 이에 이정훈 지회장은 ‘해고자 복직, 유시영 사장 구속과 공장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광고탑에 오른 것이다.

   
▲ 유성 희망버스의 제안자인 백기완 선생은 "이 곳에 모인 양심들이 신자유주의 독점자본과 싸우는 희망"이라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 이정훈 지회장의 부인인 한영희 씨가 "민주 노조를 위해 청춘을 바친 남편이 하는 일을 옳다고 생각한다"며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만행 등 그동안 겪은 어려움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후 1시께 옥천 광고탑 고공농성장을 찾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힘내라, 이정훈! 힘내라 민주노조’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어 이정훈 지회장을 응원했다.

이번 희망버스의 최초 제안자이기도 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신자유주의와 그 앞잡이 정권이 우리를 절망과 좌절의 늪으로 몰아넣어 죽이려 하지만 끈질기게 싸우고 있는 유성 노동자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진짜 희망은 노동자다”는 말로 유성 노조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정훈 지회장은 광고탑 위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건네며 “불법적인 유성 자본에 대한 특검 실시와 유시영 사장 구속, 양 공장장의 퇴진 등 세 가지 요구 사안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정훈 지회장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통해 불법행위를 자행한 유성기업에 대한 특검 실시, 유시영 사장 구속, 공장장 퇴진 등 세 가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고공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옥천 고공농성장 결의대회가 끝난 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유성기업 본사가 있는 충남 아산 공장으로 향했다. 아산 공장 진입로를 주변은 배치된 수십 대의 경찰 차량과 희망버스, 통행 차량 등으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유성희망버스에 대비해 44개 중대 3천3백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경찰 측은 안전사고 위험을 방지하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정작 과잉 투입된 경찰차량이 도로를 점거해 참가자들과 통행자들의 불편과 위험을 유발하고 있다는 원성을 들었다.

   
▲ 희망버스 대표단들이 유성 본사인 아산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경찰이 막아 한때 충돌이 일어났다.


오후 5시께 아산 공장에 도착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홍종인 아산지회장을 비롯한 노조원들과 함께 유시영 회장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공장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 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합법적인 노조 사무실 출입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경찰 병력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지만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방패를 동원해 이들을 공장 밖으로 밀어냈다.  

아산 공장 앞에 집결한 5천여 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6시 이후 결의마당과 문화마당을 잇따라 개최하며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연대의 힘을 다졌다.

   
▲ 청주의 오페라단 노조가 '오 해피 데이' 등의 노래를 부르며 문화 공연을 펼쳤다.
   
▲ 유성기업노조 조합원들이 파업가를 합창으로 부르고 있다.


연대 행사에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국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등이 참여해 유성기업 노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전국해고노동자 연대의 날’ 결의대회도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백도명 교수가 야간 노동에 관한 간단한 강의를 진행했다.

백 교수는 “밤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높다.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잠이 체온과 혈압, 호르몬에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는 설명을 통해 유성 노동자들의 ‘올빼미’ 노동 폐지 요구가 정당한 권리임을 뒷받침했다.

민주노총의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이호동 위원장은 “해고자는 해고자답게 투쟁하자. 해고자들은 투쟁의 선봉에 서거나 후미에서 동지들을 지켜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연대하는 동지에 대한 따뜻하고 깍듯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아산 공장 앞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조 사수' 구호를 외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 결의대회와 문화마당에 이어 밤 11시께에는 '해고노동자들의 한마당'이 이어졌다.


이들의 결의대회가 끝난 후에도 ‘유성 희망버스’ 기획단은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을 다룬 다큐 ‘탐욕의 제국’ 등을 상영하며 밤새 유성 노동조합에 대한 응원 마당을 이어나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