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없는 일터!”...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

▲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이틀 앞둔 26일 민주노총이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개최했다. ⓒ 변백선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고통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4월 28일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며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26일 오후 3시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 도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산재사고를 당해 오후 3시 50분 경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참담한 심정을 더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의 말을 통해 자본과 권력, 제도의 폭력에 의해 다시는 그 누구도 죽지 않게 민주노총이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지들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이 시기 모든 국민의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중집은 오늘 추모제와 노동절 집회를 국민 정서를 감안해서 오랜 시간 토론했다. 우리는 산재집회와 노동절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가슴을 찢지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죽음 앞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자책을 해선 안 된다. 동지들은 동료의 시신을 치우고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하겠는가. 추락한 노동자의 죽음을 보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일하러 가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이 이윤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는 사회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면서 규제완화를 말한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본이 더 많이 벌기 위해서 온갖 규제를 완화하는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고 있다. 죽음을 바라보며 내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자괴감에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규제완화 속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은 없다. 우리 스스로가 노동현장에서 죽음과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안전규칙을 지키고 투쟁해야 한다. 아 자리는 추모와 애도의 마음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민중을 죽이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더 이상 제도와 권력의 폭력에 의해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된다. 자본과 권력의 폭력에 의한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죽음을 막기 위해 투쟁하자. 이 사회에서의 죽음은 돈이 없거나, 비정규직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차별받는 약자의 죽음이기에 더 슬프고 괴롭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약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건 민주노총 뿐이다. 노동자민중의 희망을 만들지 못하면 모든 희망은 사라진다. 깊이 슬퍼하고 깊이 애도하면서 마음 깊은 곳의 분노를 모아 이 땅에 희망을 만들자. 다시는 죽음에 괴로워하는 나약한 노동자로 남지 말자.”

▲ 민주노총은 26일 서울역광장에서 '2014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무사생환을 기원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 변백선 기자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서울 아이쿱 정설경 이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기대응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이 재수가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한탄하고 “국민이 보호받고 국가가 국민을 위해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이 분노를 모아 국가적 해결책을 만들 때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세월호 뉴스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유미가 병에 걸려 머리를 빡빡 깎고 기진맥진해서 ‘아빠 살려달라’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면서 “노동자가 노동권을 찾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름다운 보석같은 노동조합을 꼭 지켜서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작업환경을 만드는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배가 침몰해서 어린 학생들 수백명이 바닷속에서 목숨을 잃어 국민이 분노하고 있으며,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700~800명의 노동자가 죽는다”고 전하고 “이 안전화 숫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서비스노동자들은 웃을수록 병들고 깨끗한 매장에서 웃음과 친절을 강요당한다”면서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보호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법사위에 계류됐다”고 말하고 “일하다 병드는 서비스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 동지들만이라도 자신이 진상고객이 아닌가 돌아봐달라”고 호소했다.

김태을 금속노조 서울지부 사무국장이 추모와 결의의 편지를 낭독했다. (아래 참조)

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가맹산하조직 대표자들은 안전화에 국화꽃을 꽂아 두 손으로 받쳐든 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실종자의 빠른 구조를 기원합니다. 반복되는 대형참사, 밀로만 하는 안전, 침몰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안전화와 국화꽃. ⓒ 변백선 기자
조합원들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합니다”, “이제 정부냐! 이게 나라냐! 무책임 무능 무대책 박근혜 OUT!”, “미안해 사랑해 돌아와줘, 기적처럼”이라고 적은 현수막과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산재사망 처벌강화” 피켓을 들었다.

노동자들은 서울역을 나서 중앙우체국까지 행진을 벌이며 시민들을 향해 박근혜정부의 안전한 대한민국은 사기극이라고 외치고, 산업현장에서의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온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민주노총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한때 행진대오를 막아서 노동자들이 연좌시위를 벌이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은 마무리집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한편 이날 본대회에 앞서 건설산업연맹은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건설노동자들은 안전화 700켤레를 무대 앞에 쌓아 무덤을 만들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년에 700여 명 씩 죽어간다.

건설노동자들은 안전화 무덤 앞에 헌화하며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자고 다짐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마친 후 행진 과정에서 찰이 행진대오를 폭력적으로 막아 세웠다. ⓒ 변백선 기자
▲ 추모 행진 과정에서 1선 도로선을 밟았다는 이유로 경찰이 대오를 력적으로 막아세웠다. 민주노총 간부가 폭력적으로 연행됐다. ⓒ 변백선 기자
우리는 새벽같이, 혹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말합니다.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요.
그런데 다녀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떨어져 죽고, 깔려죽고,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서 죽고, 불에 타 죽고, 폭발로 죽고, 감전으로 죽고...
해마다 건설노동자는 그렇게 6~700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다녀왔어. 이 한마디가 간절히 듣고 싶고,
수고했어요. 이 말을 너무도 해주고 싶은 건설노동자들의 가족이 있습니다.
새벽별 보고 나가는 그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공기 못해주고 보냈습니다.
그래 그것이 한이 돼 평생을 모래 삼키듯 밥숫가락 뜨는게 괴로운 가족이 수천입니다.

이들에게 국가는 지금껏 뭐라 답했습니까?

총칼로 목숨을 앗아가는 것만이 학살이 아닙니다.
무능과 부정, 거짓으로 자신의 권력과 재물을 지키자고,
약한 이들의 생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 그 또한 학살입니다.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
국가가 자기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그래서 국민에게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이 나라라면 그렇게 하지요.
살 권리를 찾기 위해서,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투쟁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내 동료가 죽지도 다치지도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집 현관을 나설 때 모습 그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행진을 폭력적으로 막아세운 경찰. 추모 행진 참가자가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노동자들은 국화꽃을 꽂은 안전화를 들고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중앙우체국까지 행진했다. ⓒ 변백선 기자

□ 4.28 산재사망 추모 결의의 편지

일터에서 죽어간 동료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동료여, 우리 아이들아‘
너무도 서럽고, 막막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다리가 무너지고, 공장이 폭발하고, 화학가스가 터지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세월이 수 십년째
동료가 죽어나간 현장에서 다시 용접봉을 잡고, 라인을 돌리면서
우리들은 먹먹한 가슴을 달래며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일하고 또 일했지만

그제는 리조트 붕괴로 대학생들이, 어제는 지붕이 무너져 현장 실습생들이.
급기야 어린 학생들까지
우리의 아이들이 참혹한 사태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불법을 밥 먹듯이 하는 기업.
형식적인 안전감독에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한 정부
화학사고가 터져 동네 이장님은 대피명령을 내려도,
작업중지 명령을 끝끝내 거부한 노동부, 우왕좌왕하기만 하는 구조작업.
매년 2,400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 현실은
세월호에서도 너무도 똑같이 재연되고 말았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사기극을 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규제완화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습니까, 누구를 위해 있습니까

나의 동료여, 우리 아이들이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한없는 분노를 이대로 끝내지 않을 것입니다.
“죽은 자를 기억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의 외침은
2014년 오늘 이처럼 우리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현장에서 죽어간 우리 동료와 세월호 참사의 우리 아이들, 비정규직 승무원, 교사들... 이 죄없는 죽음을 눈 부릅뜨고 심장에 새길 것입니다.
이 죽음의 행진을 끝장내기 위해 싸워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들에게 기적이 일어나도록
온몸과 온 마음으로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4년 4월 26일 당신의 동료이자 우리 아이들의 모두의 부모가

▲ 건설노동자들은 안전화 무덤 앞에 헌화하며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자고 다짐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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