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탄압 중단·악질사업주 처벌·버스현장 관리감독 강화 등 요구

▲ 공공운수노조연맹과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7일 전주시청 앞에서 '진기승 조합원 쾌유와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에서 일하다 2012년 해고돼 3년 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진기승 조합원은 노동절을 앞둔 4월30일 사측의 노동탄압에 항거하며 회사 국기봉에 목을 매 자결을 시도했다. ⓒ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를 지키려다 사측의 탄압에 자결을 시도한 진기승 조합원의 뜻을 잇고 버스현장을 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해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진기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전북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조합원은 지난 4월 30일 밤 11시 15분 경 신성여객 현관 국기봉에 목을 매 자결을 시도했다. 2010년 12월 시작된 전북버스 파업투쟁에 참가해 열성적으로 싸웠고 그로 인해 구속과 해고를 겪었다. 진기승 조합원은 현재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진기승동지 쾌유기원과 노동탄압 분쇄 투쟁 결의대회’가 7일 오후 2시 전주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연맹 공동 주최로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진기승 동지 쾌유를 기원하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악질사업주와 전주시청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자본의 노동탄압과 불법을 방관하는 지방정부를 박살내지 않고서는, 버스업자가 세금으로 배를 불리며 결탁하는 그들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끝내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게 됨을 우리는 또 봤다”고 말하고 “진기승 동지가 산자들을 깨우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면서 “다시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지 않게 싸우고 또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세우 ‘진기승 동지 쾌유기원과 노동탄압 분쇄 전북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얼마 전에 선거 후보자들 TV 토론에서 도지사 후보로 나온 사람이 버스 문제를 자신이 잘 안다고, 노노갈등이 버스 파업을 불러왔다고 했다”고 전하고 “그 자가 진기승 동지를 어렵게 하고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면서 “바로 그 자가 살인자”라고 규탄했다.

▲ 대회 참석자들이 신성여객지회 최준기 조합원이 진기승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 변백선 기자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조를 생명처럼 여기던 진기승 동지에게 신성여객 회장이 미필적고의살인죄를 저질렀고, 22일 전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가만있으라는 강요된 질서에 순응하던 생떼같은 우리 아이들 수백명과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하고 “이런 마당에 대통령은 조문을 연출하고 하위 관료들은 사고를 은폐하고 조작하기 바쁘다”면서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남상훈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장은 “지난 4월 30일 진기승동지가 안입던 양복을 입고 동지들에게 인사를 하고 소주 2병을 마신 후 신성여객 국기봉에 줄을 매 몸을 던졌다”고 말하고 “예약문자를 30통 보내고 딸과 아들에게 문자를 쓸 때 진기승 동지 마음이 어땠겠느냐”면서 “정말 한이 사무친다”고 강조했다.

최준기 신성여객지회 조합원이 평소 형 동생하며 지내던 진기승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최 조합원은 “앞장서서 싸우다 희생된 해고자인 너를 우리는 보듬어 안아주지 못했고, 너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너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측이 반드시 죄값을 치르도록 할 것이며, 우리에게 목숨을 걸고 호소한 너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편지 전문 아래 상자 참조)

▲ 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신성여객으로 이동해 버스사업주와 전주시청을 규탄하는 약식 집회를 가졌다. ⓒ 변백선 기자
김종인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은 “2010년 12월 시작된 버스파업을 마무리하고 2013년 서울에 갈 때 전주는 시장과 노동청, 경찰과 사업주만 빼고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했고, 여기 다시 올 때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도시가 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김부관동지를 마지막으로 보내기 위해 다시 올 줄 몰랐고, 그 리본이 아직 제 가슴에 있는데 또 청천병력같은 비보를 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장은 “버스노동자들이 조끼를 벗지 않고 목숨을 던지고 피눈물 흘리며 절규한다”고 말하고 “이미 2010년 호남고속에서 50대 노동자가 온몸에 시너를 붓고 분신을 시도했는데 민주당과 사업주들은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면서 “우리가 진기승이란 마음으로 이 울분과 분노를 뛰어넘어 광장을 채우고 싸우자”고 성토했다.

2010년 12월 버스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전주시는 즉각 불법파업 운운하며 악질사업주들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옥좼다. 집회 참가자들은 악질사업주와 전주시청을 향해 내가 우리가 진기승이라고, 불법파업이 뭔지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살려내라 살려내라 진기승을 살려내라!”
“진기승동지 염원이다 노동탄압 박살내자!”
“악질사업주 수수방관 전주시청 박살내자!”
“살인적 노동탄압 악질사업주 구속하라!”

▲ 진기승 동지가 목을 매 자결을 시도했던 신성여객 회사 현관 국기봉. 신성여객지회는 6일부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신성여객으로 달려가 진기승 동지가 목을 맨 현장을 확인하고 악질사업주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후 투쟁을 결의했다. 신성여객 현관에 오르니 진기승 동지가 목을 맨 밧줄이 아직 국기봉에 묶여 있었다.

신성여객지회는 6일부터 파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7일에는 신성여객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진기승 동지 뜻을 잇겠다며 전원 파업에 동참했다. 신성여객 회사 넓은 주차장에는 100여 대의 버스가 서 있었다.

‘진기승 동지 쾌유기원과 노동탄압 분쇄 전북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는 이날 집회에 앞서 전주시청 노송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버스 사업주의 살인적 노동탄압을 규탄했다.

대책위는 △노동탄압 중단·살인적인 노동탄압 사업주 처벌 △부실경영 책임 물어 신성여객 사업권 환수 △전주시 버스현장 관리감독 강화·재발방지대책 마련 △버스현장 모든 징계 철회·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피해자 명예회복·피해보상 △악질 중간관리자 3인 퇴출 등 요구사항을 전주시에 전달했다.

진기승 동지의 뜻을 잇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연맹은 5월 10일 전주시청 광장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5월 14일에는 촛불집회를 열어 진기승 동지 쾌유를 기원하고 전주시에 문제해결을 촉구한다.

‘진기승 동지 쾌유와 노동탄압 분쇄 전북지역 총력 결의대회’가 5월 17일 전주시청 앞에서 개최된다. 또 전주시청 앞에서 농성과 매일 집회를 전개한다.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천막농성을 유지하며, 매일 사내에서 집회와 촛불집회를 전북버스지부 주최로 연다.

□ 신성여객지회 최준기 조합원이 진기승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글

사랑하는 동생이자 동지인 기승이에게.

기승아, 너를 만난 지도 5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유독 나를 잘 따르던 너였다. 우리가 삶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상의하고 호형호제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구나.

2010년 1차 파업 첫날 도원결의는 아니지만 막걸리 집에서 우리는 굳게 결의했다. 이번 파업으로 노동조건을 반드시 개선하자고, 버스노동자의 힘을 보여주자고 우리는 굳게 맹세하고 다짐했었지.

그 굳은 결의대로 우리는 끝까지 저항했고 투쟁했지. 기승아, 너는 항상 선봉에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투쟁했던 투사였다. 너는 사측과의 투쟁에 앞장섰기에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측의 충견들은 네가 연루되었던 가벼운 다툼을 큰 폭력사건으로 만들어 너를 구속시켰다. 거의 매일 면회를 다니면서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자고, 사측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지.

기승아, 현실은 참 냉혹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된다는 것이 그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임을 우리는 절절히 느껴야 했다. 출소 후에 복직은 되지 않고 2년 간의 파업으로 인한 생활고는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이혼의 아픔까지 겪은 동생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죄인이 된 것처럼 느껴지고 안타까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구나.

기승아, 작년이 생각난다. 네가 “형님, 투쟁조끼 벗고 복귀해야 겠습니다” 할 때 네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목숨 같은 투쟁조끼를 벗는다고 했겠는가 싶었다. 나는 너에게 “그래 복귀해서 1년만 숨죽이고 일해라. 기승이 네가 복귀한다고 해도 우리 조합원들 누구 하나 돌 던질 사람 없을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사측은 그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과정까지 너를 탄압하고 농락했다. 신성여객 사측과 악질 관리자들은 민주노조 조합원으로서 지켜온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것을 강요했고, 너는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김동균이가 회장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2번이나 만나 숨죽이고 일하겠습니다. 라고 사과하고 강병길에게 선처를 부탁하고 하물며 노동자 팔아먹는 어용 김종철에게도 복귀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뼛속까지 굴종을 강요하는 탄압에 너는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이러한 과정이 1년 이상 지나고 고난 속에서도 지켜온 너의 자존심과 정체성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아픔을 그 누가 알겠느냐. 사람 같지 않은 놈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던 너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

기승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앞장서서 싸우다 희생된 해고자인 너를 우리는 보듬어 안아주지 못했다. 우리는 너를 지키지 못했다. 기승아,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너의 말대로 사측의 충견 저 세 놈을 반드시 처단하고 버스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을 기필코 이뤄내고 말겠다. 너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측이 반드시 죄값을 치르도록 하겠다. 우리에게 목숨을 걸고 호소한 너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

기승아. 내 동생 기승아.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서 우리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와라. 딸바보인 기승아. 이쁜이 딸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기승아, 우리 다시 만나서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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