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막말 논란 김시곤 KBS 보도국장, 길 사장 퇴임 요구하며 사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틀째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막말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시킨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결국 사임했다.

그러나 이날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임에 이어 길환영 사장의 사죄 등이 이뤄졌으나 유가족들의 요구조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등에 대한 요구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3시 30분 경 책임요구를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은 청운동 주민센터에 모여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KBS로 인해 상처받은 유족 여러분께 사죄드리겠다"면서 '망언' 발언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은 이날 "이 자리에 오기 전 보도국장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인해 유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안기고 불편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돌아가면 보도국장 사표를 바로 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9일 오후 청운동 주민센터에 모인 유가족 및 시민들을 경찰병력이 둘러 싸고 있다. 사진=정재수 기자

하지만,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이날 사임 인터뷰를 하면서 길환영 KBS 사장의 보도본부에 대한 사사건건 개입을 폭로하면서 길 사장 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앞서, 김시곤 보도국장은 보도본부 구성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고 말한 사실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에서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보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다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주장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교통사고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두고 본부가 전체 내용을 거두절미한 채 일방적으로 반론 한마디도 싣지 않고 성명서를 냈다"고 해명했다.

   
▲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김 국장의 사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길환영 사장의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사과 발언이 이어지는 같은 시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가족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와 관련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며 "가족들께서 또 다른 의견이 있어서 전달해주신다면 그것도 전달하고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어 기자들이" 면담이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방금 말했다"며 사실상 면담이 없을 것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경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 가족대책위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박준우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을 만났지만, 끝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을 받지 못했다. 대신 청와대는 가족대책위 대표단에게 길환영 KBS 사장이 유가족을 만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유가족 대표단은 밝혔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 등 가족대책위 대표단은 이날 오전 11시 50분 경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중인 유족과 생존자 가족들에게 청와대 수석들과의 면담 내용을 설명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박준우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을 면담한 결과, 박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의 뜻을 보고하고 정중히 면담 신청을 하겠다. 다만 대통령 일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언제 가능할지는 곧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9일 오전 유가족 대표가 청와대와 면담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재수 기자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서는 "수석들은 청와대가 직접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니 KBS에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고, KBS사장이 유가족과 만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현재 진행 중인 구조작업과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세월호의 선장이나 선사에 대한 수사가 많이 부각돼 있지만 늑장구조 등 정부의 구조진행 과정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사건 초기 2~3일 동안 구조작업이 진척되지 않았던 점 등의 문제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 9일 오후 청운동 주민센터에 모인 세월호 사고 유가족 및 시민들이 대표의 면담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정재수 기자

가족대책위는 박준우 수석 등에게 "이런 생생한 목소리를 대통령이 모르시는 듯해서 따지러온 게 아니라 그걸 들려주고 납득시키기 위해서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수석 등은 "모르던 사실들을 많이 들었다"며 "생생하게 들으니 만남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 수석들의 반응을 전해들은 유족들은 분노의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로 접어들면서 유가족과 시민들의 대열 규모는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청운동사무소 앞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동사무소 앞 가로등을 잇는 줄은 노란 리본으로 가득 찼으며 청와대 진입로를 막은 경찰버스에는 '가만히 있으라'라고 써있는 노란색 종이배가 나붙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와대의 답변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동안 보수단체인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단체 회원 4~5명은 오후 1시 30분경 청운동사무소 건너편에서 "희생자 가족을 이용해 분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이 있다", "국민들의 추모를 욕되게 하지마라" 등의 내용이 담긴 구호를 외치다가 주변 시민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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