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 본부 “길 사장, 독립성 침해 밝혀야” 공개질의

“김시곤 파면, KBS 사장 사과와 사과내용을 보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은 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요구한 내용이다.

이날 오후 2시 김시곤 KBS보도국장은 물러났고, 길환영 KBS 사장은 피해 가족들을 찾고 사과했다. 김시곤 KBS보도국장은 기자회견 중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했다.

피해 가족들이 KBS에 항의 방문하며 국장 파면을 요구한 배경에는 김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문제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를 보도했던 언론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검증 없는 받아쓰기에 따른 오보, 선정적 보도,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 외면,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 부각, 정권에 불리한 보도 누락 등이 문제가 되어 왔다. 

KBS는 8일 참사 피해 가족들이 영정을 들고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왔을 때에는 제대로 된 사과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9일 청와대 앞. 경찰은 버스 등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앞길을 막았다.

◇‘KBS 사장’ 퇴진 요구=김시곤 KBS보도국장이 9일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뒤 ‘보도 공정성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밝혔다. 

   
김시곤 KBS보도국장 기자회견.(미디어오늘 동영상 캡쳐)


김 보도국장은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 독립성을 침해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보도국장은 기자회견에서 KBS 사장 단임제 및 임기 보장, 보도본부장 임기 보장,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가 합리적 제도 개선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했다. 

김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여야 보수진보 떠나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모든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목적 달성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길환영 사장 퇴진 발언이 나온 것과 관련 언론노조 KBS본부는 곧바로 길환영 사장에게 보도 독립성 침해 내용에 대해 공개 질의했다. 

KBS본부는 “KBS뉴스를 사실상 책임지는 보도국장의 입에서 직접적인 폭로가 나왔다는 점에서 상황은 엄중하다”며 “길 사장은 김시곤 국장이 제기한 보도 본부 독립성 침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구성원은 물론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시곤 보도국장 기자회견 이후인 오후 3시 30분께 길환영 KBS사장은 청와대 앞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찾고 “KBS 보도국장이 정말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여러분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은 상처 드린 부분에 대해 보도국장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책임을 진 사장 입장에서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9일 길환영 사장의 사과 장면(오마이뉴스 중계 보도 촬영)

길 사장은 이어 “사고 초기부터 보도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이 시간 이후부터 정확하게 여러분 마음을 헤아리며, 사고가 조기 수습되고 유가족들과 국민들 마음에 위안이 되고,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BS 기자들의 목소리=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 KBS의 38~40기 막내 기수 기자들은 세월호와 함께 KBS재난 보도도 침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8일 KBS본부 특보를 통해 알려졌다. 광화문에서 라이브를 했다고 밝힌 기자는 너무나 많은 욕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지나가시던 많은 분들이 욕을 하시더군요. ‘KBS 개새끼들’ ‘이 새끼들, 보도 똑바로 해라’, ‘KBS 정말 싫어...’ 욕한 분 옆에 서있던 친구분이 제게 오셔서 죄송하다고 하네요. 죄송하긴요.. 제가 죄송합니다. 저 또한 진도에서 침묵하고 있었던 한 명이기에”라고 전했다. 

   
 

다른 기자는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속보 자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학생전원 구출’이라는, 사고 첫날의 대형 오보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중략) 입사 전 최종면접에서 보도의 정확성과 신속성 가운데 뭐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공영방송은 당연히 정확성이 우선이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답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막내 기자로서 갖고 있는 신념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고 썼다. 

KBS는 왜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 글을 쓴 기자는 “이 나라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해경.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 대통령은 찬사와 박수만 받아야 하고 아무 책임도 없는 건가요?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은 어디로 간 겁니까? 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건가요”라고 비판했다. 

다른 기자는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다”며 “모든 취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는데 왜 현장에 있는 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팽목항에 있었던 기자는 “실종자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했고, 당연히 제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팽목항에서 둥둥 떠다녔을 뿐 취재기자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KBS 카메라를 향한 시민들의 비판은 참담함을 느꼈다는 기자는 “쏟아내는 비판의 무게가 더해져 마음 편히 카메라를 손에 쥘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비판의 메시지는 KBS 뉴스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내부적으로 이번 특보체제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가 있어 더더욱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13일간 안산 취재를 했다는 한 기자는 “매일 같이 KBS를 어떻게 믿어요라는 말을 들었고, KBS라는 이유로 유가족과 시민들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질책을 넘어 크게 분노를 하기도 했다”며 “하루 종일 설득이 이어졌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유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이 끝내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고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본적이 없다는 기자는 “박 대통령의 무성의한 사과를 비판한 유가족 기자회견은 일선 기자들의 항의로 겨우 방송에 나갔죠. 그마저도 메인뉴스에는 못나갔습니다. 덕분에 요즘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레기 중 기레기’입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기자는 “팽목항에서 KBS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 조차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KBS본부(본부장 권오훈)은 노보에서 “KBS가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며 “그 결과물을 우리 9시 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하야 한다”고 내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http://media.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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