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A4 24쪽 채운 1만6천명 교사들

 A4용지 24쪽.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전교조가 발표한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에 참여한 1만5853명 교사들의 이름이 여기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등 중앙집행위원 24명을 선두로 16000여 명의 이름이 특정한 순서 없이 두툼한 종이를 빼곡히 채웠다. 참여자를 최종 집계한 전교조 조직실은 “원래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참여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미처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개인적 분노 넘어 사회적 목소리 내야...”

▲ 이번 선언문에는 세월호 참사를 접한 교사들의 심경과 고뇌,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담겨 있다. 또한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안옥수

 
전교조가 지난 8일 449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교사선언을 발표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참여인원을 1만 명 정도로 예상했다. 발표 시기를 스승의 날에 맞추려면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수는 지난 2009년 1차 ‘6월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7189명에 육박한다. 전교조가 선언에 참여할 교사들을 확인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9일. 주말 이틀을 제외하면 5일 만에 1만6000여 명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많은 교사들이 선언문을 꼼꼼히 읽고 동참했다. 개인 차원의 추모를 넘어 교사들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선을 넘어, 어떻게 왜 사고가 사건이 되고 참사로 이어졌는지를 이야기(진상규명)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책임자 처벌)는 생각이 이번 교사선언으로 모였다는 분석이다.
  
선언에 참여한 경남의 한 교사는 “내 일 같았다. 나도 수학여행을 갔다가 저렇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공무원인 나도 정부가 저렇게 나오니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인데, 국민들은 오죽하겠나. 참사의 진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의 한 교사도 “참사가 아니라 학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박회사에 안전규제를 완화해 주고 비정규직을 늘리도록 허용한 정부가 선박회사에만 책임을 물리는 게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번 선언의 의미를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를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 이번 선언은 사고의 직접 당사자이기도 한 교사들이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조합원 교사에 원어민 교사까지...
  
이번 선언에 전교조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 교사들도 함께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병가 중인 교사를 빼고 모든 교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 비조합원 교사는 “전교조 조합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구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유가족과 국민을 바라보는 상류층과 고위층 인사들의 인식에 스트레스가 치솟았다”고 밝혔다. 
  
원어민 교사 2명도 이번 선언에 함께 했다. 전교조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명단 첫 장에는 영어로 된 이름이 눈에 띄었다. 한 외국어고 원어민 교사들이 선언에 동참한 것이다. 원어민 교사에게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는 한 교사는 “선언문을 영어로 번역해 줬더니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교사를 하는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한국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박근혜 정권 퇴진 글을 올린 교사 43명에 대해 일사천리로 징계절차를 밟는 행태가 교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어 참여자가 더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일에도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교사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선언 발표 뒤에도 “참여하겠다” 문의 쇄도
  
실제로 전교조 각 지부와 지회에는 교사선언 발표가 끝난 15일 오후에도 참여하겠다는 교사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2차 선언을 하면 꼭 넣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언 당일 오전 한 지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참여의사를 밝힌 한 교사는 “교사는 물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계속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대하는 정부를 정말 참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정훈 위원장은 “이번 선언에서 요구한 대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해결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2차, 3차 선언으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5월 19일 치 <교육희망>에 이번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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