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도 좋았고 배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런닝타임 24분의 모노로그로서는 수작입니다. 보고 듣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대종상은 물론이고 할 수만 있다면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에라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최악의 사기극이고 지금도 진행중인 세월호 참극의 클라이막스라 할 것입니다. 돈벌이 때문에 수백의 생명을 죽인 참사의 와중에 일방적인 담화 끝무렵에 눈물을 보이고는 곧바로 원전 팔아 돈벌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외국으로 떠나는 현실의 모습은 ‘생명보다 돈’, ‘민영화와 규제완화’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정치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아버지가 대한민국을 전복한 날인 5월 16일을 피해 5월 19일을 담화문 발표일로 잡았다는데, 17일과 18일 수백명이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오도가도 못하게 ‘고착’시켜놓고는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며 최루액을 쏘며 무차별 연행했습니다. 그들은 애도의 눈물을 흘리다 정권을 향한 분노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회자되는 ‘몽즙’, ‘근혜즙’ 같은 조롱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기에는 그 담화의 내용이 너무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해경해체, 안전행정부 분리, 재난안전처 신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당신들의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밀어붙이고 해수부를 다시 독립시키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어 몸집을 불려주고 해양경찰 수뇌부를 낙하산 육상경찰로 채운 것이 박근혜 정권이 한 일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고위관료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최상위층인 자기들이 살겠다고 차상위층 고위관료들을 죽이겠다는 짓이다. 기득권이란 대단한 것이어서 저항이 굉장할 것이다. BH(청와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KBS 길환영 사장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한 것처럼 몇 달만 참으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제가 보기에도 눈가리고 아웅일 뿐입니다. 6.4 지방선거용 눈물쇼이고 선거가 지나면 곧 월드컵으로 온나라가 “즐겨라! 대한민국!!” 에 휩싸이겠지요.

어쨌든 이번 모노드라마 눈물쇼 기획자들이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놓친 것은 ‘순수 유가족’들입니다. 19일에 팽목항에는 18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말했다는 '순수 유가족'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의사자들을 호명했지만 시신조차 구하지 못한 팽목항의 실종자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바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피눈물과 애끓는 절규만이 외로운 팽목항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절규를 어찌 말과 글과 짧은 눈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눈물’의 정치적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정치인들과 언론들, 그리고 우리들은 잊지 말아 달라는 이분들의 애타는 호소를 애써 외면할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난 달 있었던 안산지역 고등학생 촛불집회에서 한 여학생은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투표권도 없지만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호소하겠습니다. 하늘의 별이 된 우리 친구들이 선거와 월드컵으로 잊혀지지 않을까. 그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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