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교육청에서 5억 지원받은 성지중고 건물에 현직 교육감 선거현수막

▲ 23일 서울 강서구 성지중고등학교 건물에 걸려 있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의 대형 선거현수막. ⓒ 제보자

 서울교육감 재선에 도전한 문용린 후보의 대형 선거현수막이 한 학교 건물에 걸려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평소 '교육의 정치중립'을 강조해 온 문 후보의 이전 행보와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성지중고교와 150만 원에 임차계약 맺고 선거홍보?
  
23일 확인한 결과 문 후보 측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성지중고교의 건물에 세로 5미터 가로 2미터 크기의 선거현수막을 게시해 놓고 있었다. 현수막엔 문 후보의 대형 홍보사진과 함께 “서울시교육감 보수단일후보”란 글귀가 적혀 있다. 
  
현수막이 걸린 해당 건물은 지금은 비어 있지만 얼마 전까지 성지중고교 교실로 사용되어 왔으며, 증개축이 끝나면 다시 교실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학교 건물의 소유자는 성지중고 현직 교장이다. 
  
성지중고교는 서울교육청이 학력인정기관으로 인정해 ‘학교’란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학교로 교육청의 지도 감독을 받는 대안학교형 평생교육기관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이 학교에 인건비 등 명목으로 5억 4000여만 원을 지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비슷한 액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서울시 소유 건물을 임대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모두 650여 명이다. 서울에는 성지중고교와 같이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가 14곳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2012년 서울교육감 선거운동 당시인 같은 해 11월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문 후보 측은 방문 결과를 토대로 ‘패자부활이 가능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선거홍보에 활용했다.

  
문 후보 측 “정규학교도 아니고 위법한 사용도 아니다”
  
성지중고교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올해 5월 초 문 후보 측과 150만 원에 임대계약을 맺고 이 학교 건물을 선거연락소로 빌려줬다. 
  
문 후보 측이 학교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붙인 것을 두고 교육의 정치중립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 교육감은 올해 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공식 답변에서 “성지중고교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에 정규학교가 아니다”면서 “성지중고교 법인과 1달간 임차계약을 맺어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므로 위법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성지중고교는 사실상 (일반)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라는 상반된 설명을 내놨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1조 5항에는 “선거연락소는 식품 접객 영업소 또는 공중위생 영업소 안에 둘 수 없다”고만 명시돼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차계약만 맺으면 학교건물이나 행정기관에도 특정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둘 수 있는 셈이어서 ‘법의 허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임차계약을 맺은 학교 건물은 선거현수막이 걸린 B동이 아니라 A동이어서 위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선관위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임차계약은 A동과 맺고 선거현수막은 B동에...선관위 조사착수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7조 4항에 따르면, 선거현수막은 선거연락소가 있는 건물이나 그 담장을 벗어난 장소에 게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뒤 “연락소의 위치는 A동인데 현수막 업체가 B동으로 잘못 알고 현수막을 부착했다”면서 “현수막을 A동으로 이동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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