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외신의 정부 비판 보도와 해외 교민들의 광고, 집회 등에 정부가 상당히 민감해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해외 문화원장들 수십명이 국내에 들어와 외신 보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해외에 있는 친정부 단체와 해외 공관이 교민들 광고와 집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교민들의 뉴욕타임즈 광고 이후 맞불광고를 게재했던 재향군인회와 민주평통의 해외 조직들이 지난 일요일 교민 집회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총영사관 직원에 의한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국민TV 취재결과 집회 현장에 재향군인회 등 친정부 단체의 간부들이 찾아가 훼방을 놨고, 총영사관 직원들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현장에서 발각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현주, 김지혜 피디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왜 한국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 지난 1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 19면에 실린 전면 광고입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언론 통제로 인한 여론 조작을 지적한 이 광고는 미시 USA 회원들을 중심으로 4,129명이 16만 달러, 우리 돈 1억 6천만 원을 모아 싣게 됐습니다.

사흘 뒤,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미 남부 재향군인회, 애틀랜타 한인회 등 6개 한인 단체는 애틀랜타 조선일보를 통해 뉴욕타임즈 광고를 비난하는 이른바 맞불광고를 냈습니다.

뉴욕타임즈 광고를 낸 사람들은 “종북세력”이고 이들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일부 애틀랜타 한인회 회원들이 이런 맞불광고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애틀랜타 한인회는 취합된 의견이라고 주장합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
“더 많은 분들이 동의했다고 좀 해주세요. (더 많은 분들이 동의했다고요?) 네.”

그러나 동의한 교민 수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는지를 물었지만 대답을 회피하다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그건 저희가 지금 말씀드릴 수가 없고요. 지금 오전에 바빠서요. 전화를 받을 수가 없거든요. 죄송한데요. 저희는 말씀 드릴 수가 없고, 저희가 여기 전화오신 분들에게 입장을 표명했고요. 한국에까지 저희가 전화 드릴 수가 없네요. 끊을게요. 죄송합니다.”

맞불광고에 이름을 올린 단체들 중에는 단체의 설립 취지 상 정치 활동 자체가 부적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이 법으로 금지되지만 애틀랜트에 있는 재향군인회 미 남부지회는 다른 동포들을 종북으로 모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이 단체는 동포 사회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두번째 맞불광고에서는 이름을 뺐습니다.

[미 남부 재향군인회 관계자]
“한번. 돈이 없어서 많이 낼 수가 없어요. 내고는 싶은데. 그래서 딱 한번 나간 거예요.”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의 애틀랜타협의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첫번째 맞불광고에는 이름을 올렸다가 두번째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민주평통의 경우 LA협의회도 따로 성명서를 발표해 세월호 사건을 기회로 민족을 분열시키려하는 종북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TV뉴스 김현주입니다.

[리포트]

일요일인 지난 18일, 애틀랜타 도심 CNN 본사 인근에서 열린 교민들의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던 때, 어디선가 10여명의 노인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발언 중이던 여성에게 접근하는 등 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을 합니다. 집회에 참석한 한 교민은 노인들이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고, 욕설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박아름(가명)/애틀랜타 거주 교민]
“할아버지가 저희한테 소리 지르고 그러신 다음에 사진을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을 앞에다 대놓고 막 찍으셨어요. 저는 가정주부거든요. 정말 평범한.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을 너희 배후가 누구냐. 너네 다 빨갱이다 말씀하시는 것 들으면서 정말 내가 칠십 몇 년도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고요, 정말 많이 놀랐어요.”

참가자들이 주변에 있던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자, 경찰은 노인들의 행동을 막았습니다.

[박아름(가명)/애틀랜타 거주 교민]
“경찰이 와서 너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할아버지 분들이 길 건너편으로 가셨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삿대질하시고 막말하시고 그러셨어요.”

이 노인들은 재향군인회 미 남부지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협의회에 소속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집회를 방해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왔고 요청을 한 주체는 애틀란타 총영사관 영사로 있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 / 애틀랜타 영사관 국정원 영사]
“(재향군인회) 회장님은 제가 한달에 한 번 정도 식사를 하고... 저희 (국정)원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 관련해서 저희들은 일체의 어떤 정치나 그런 행위에... 오해를 살만한 그런 행위에 대해 저희가, 지휘부에서부터 몇 차례에 걸쳐서 강조가 내려오고 일체 안 합니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 ⓒ 국민TV 화면캡처

재향군인회 미 남부지회의 회장은 집회 현장에 직접 나갔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영사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남부 재향군인회 회장]
“(영사가 집회 참여를 요청했다는 말은) 다 낭설이고,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18일 집회에) 재향군인회 회원으로 간 게 아니고 저 개인적으로 갔어요.”

민주평통 역시, 회장이 집회 현장에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관계자]
“저희 회장님 다녀오셨어요. (재향군인회 회장님 부탁을 받고 나가신 거예요?) 어…그거는 제가 확실히 잘 모르겠네요. 부탁을 받고 나가신 건지, 아니면 다 같이 가신 건지 그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영사관 직원 2명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집회 상황을 살피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에 의해 발각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 ⓒ 국민TV 화면캡처

영상에 포착된 영사관 직원은 집회 현장 주변을 서성였고,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사관 직원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하는 등 현장 상황을 보고하는 듯한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영사관 측은 참석이나 보고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교민들 집회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아무 일 아닌 듯 말합니다.

[애틀랜타 부총영사]
“영사관 행정원이, 행정비서 직원이 CNN 근처에 살아요. (두 분이 계시던데?) 둘 다 행정원이에요. (왜 가셨는지 궁금한데요, 그러면.) 우리 동포들이 시위한다는 데 당연히 관심이 갈 것 아니에요.

(집회 취지에 동참해서 갔다는 말쓰미신가요?) 그건 아니죠. 제3자의 입장에서 가서 본 거죠. 그 문자하고 전화한 거는 저는 완전히 본인들 개인사라고 알고 있어요. 저희(영사)와는 연락한 적이 없고요.”

휴일을 포기하고 수십킬로미터를 달려온 교민들은 친정부 단체 간부들의 훼방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때도 영사관 직원들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면서 필요할 때 뒤로 빠져 있었던 영사관 직원들, 이들이 사찰 목적 없이 현장에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 이 기사는 제휴사인 국민TV가 제공한 뉴스입니다. ☞국민TV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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