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지율 공무원 신분과 직결"

▲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달 말 각 학교로 보낸 국가보훈처의 '6월 호국보훈의 달 추진 계획' 내용의 일부. ⓒ최대현

 오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현 상황을 위기로 판단하고 공무원들에게 대대적인 나라사랑 정신교육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내용에는 정부의 지지율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는 내용도 포함돼 사실상 공무원들의 선거운동을 정부가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보훈처(보훈처)가 지난 달 말 마련한 2014년도 호국보훈의 달 추진계획을 보면 현충일인 6일부터 정전협정기념일인 다음 달 27일까지 52일 동안 ‘애국심 함양을 위한 나라사랑정신 함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사를 비롯한 국가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인원만 최소 200여만 명이다.
 
“지지율, 공무원 신분보장과 직결.. 노력 당부” 
 
특히 보훈처는 이들에게 진행한 교육내용으로 “역대 정부 임기말 지지율 30% 미만, 정부의 지지율이 대한민국의 성공과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결됨을 인식하고 각고의 노력을 당부하는 민간전문가의 입장을 공무원에게 전달한다”고 명시했다. 강사로는 민간안보전문가와 예비역 장문, 장‧차관, 군 부대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이 내용을 며칠 뒤 '신분 보장'이란 글귀를 '위상'으로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로 임기 2년째인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로 하락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교육내용으로 “대형사건‧사고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 하락으로, 북한의 도발만큼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공무원, 경제인, 언론, 교육자 등이 관련돼 있으나 공직자의 책임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로 김영삼 대통령 때인 문민정부 지지율을 제시했다. 여기에 따르면 임기 초 70%였던 지지율이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1993년, 292명 사망)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500명 사망), 대한한공 괌 추락사고(1997년, 228명 사망) 등을 겪은 뒤 임기 말에는 6%로 폭락했다. 
 
공무원단체는 “어이가 없다”며 반발했다. 윤순석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참사가 왜 일어난 건지, 국정운영의 방향이 맞는 지 등을 점검해야 할 때에 지지율 걱정을 하는 것을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국민의 안녕 등 공익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대통령의 성공에 동원하는 것은 70년대나 있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단체 반발 “정권 퇴진 교사 탄압하더니 사실상 여당 지지 유도”
 
보훈처는 지난 달 27일 추진계획을 교육부와 국방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전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시도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보훈처의 협조사항을 지난 달 말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 급 학교로 전달했다. 
 
이병진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실장은 “정부의 지지율을 높이는 노력을 하라는 것은 사실상 여당의 지지를 유도하는 것으로 공무원에게 선거 중립을 어기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정권 퇴진을 선언한 교사들에게는 징계 방침을 정하는 정부가 이중 잣대를 쓰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 어떻게 악용되는 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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