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토론회' 5일 오후 2시 민주노총에서 열어

<font color=darkblue>민주노총이 4일 오후 2시부터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토론회를 벌인다. 이 자리에는 네덜란드에서 국제노동운동을 벌이고 있는 피터워터만 교수를 초빙해 특별 토론회도 갖는다. 노동과세계 편집국은 대회에 앞서 피터 워터만 교수와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내 피터워터만 교수는 '노동자 조직과 제조직들 사이의 수평적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워터만 교수는 유태인 출신 영국 이주민 아들로 태어났고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국제주의 노동운동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날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발제자로 나선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이수봉 정책위원장도 함께 발제자로 나선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외 1인이 지정토론을 벌인다. <편집자주></font>

<font color=darkblue><b>▶채근식 편집국장(이하 '채')</b>=먼저 본인 소개부터 해달라.</font>

[사진1]<b>▷피터워터만 교수(이하 '피')</b>=71세이고 2차 대전 이전에 영국으로 이주한 유태인 공산주의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51년 영국 청년공산주의자동맹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같은 해 독일 베를린에서 청년공산주의자 모임 당시 북조선에서 온 군인을 만난 것이 한국사람을 처음 대면한 경험이다. 국제공산주의운동에 관여했고 두 번은 중앙조직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50년대 중반 체코 프라하 국제학생동맹에서, 60년대 말 세계공산주의동맹(WFT)에서 일했다. 1968년 제가 체코 프라하에 있을 때 소련의 체코 침공이 일어났다. 69년 공산주의자조직을 떠났고 70년에는 사실상 이데올로기적 이론적 측면의 공산주의자로부터 정리했다. 그 이후 학자로서 연구활동을 시작해 제3세계와 노동조합운동에 대해 주로 연구해 왔다.

79년부터 89년까지 ‘국제노동연구’란 회보를 발간했다. 이것을 통해 운동가와 연구진 사이의 결합을 시도했다. 다시말하면 운동지향적 학자, 혹은 연구하는 활동가로서 양자의 결합을 목적으로 했다. 당시 제가 주로 이야기한 것은 국제주의다. 새로운 ‘노동자국제주의’를 주창했으며 노동계급 분화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토론했다.

85년부터 ‘노동자국제주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작업을 수행해 왔다. ‘인터내셔널 레이버’는 노동조합운동의 국제주의를 말하고 ‘레이버 인터내셔널’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국제주의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2개의 국제적 논쟁을 주도했다.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와 ‘사회운동적 노조주의’가 그것이다. 특히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란 개념을 제가 처음 발견하고 주장했다.

80년대 주창한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는 현장, 즉 작업장이나 풀뿌리 수준의 국제주의가 한 축이다. 또 소통적 국제주의를 핵심으로 하면서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란 의식을 노동자 지원단체 등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홍콩의 ‘노동진보센터’, 네덜란드의 ‘초국적 정보교류(TIE)’라는 네트워크에도 전달했다. 영국 ‘국제노동보고’에도 저의 이같은 문제의식을 전달했다. 그 후 그들도 이 문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는 사회주의권 몰락과 더불어 이런 프로젝트들도 위기에 처하고 정체상태에 빠져 쇠퇴하고 몰락하기 시작했다. 저는 90년대 말 ‘세계화, 사회운동, 새로운 국제주의’란 책을 저술했다. 제목을 ‘노동자 국제주의’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국제주의가 더 넓은 의미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노동자 국제주의’, 혹은 ‘국제 노동자’라는 세계사회포럼, 더 넓게는 지구적 정의운동을 어떻게 확립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국제주의자로서의 자서전을 집필 중이다.

<font color=darkblue><b>채</b>=국제주의자로서 많은 활동을 해 오셨다. 한국의 노동상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노동자 국제주의’나 ‘노동 국제주의’ 등에 대한 이해가 넓지 않다. 노동부문 국제연대를 위한 민주노총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font>

<b>피</b>=한국의 노동계급 운동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한다면 한국 노동자들 투쟁과정 자체가 범지구적이었다고 본다. 저는 IMF위기에 대한 민주노총 인식과 관점이 대단히 감동적이고 흥미로웠다. 또 한국의 노조 간부들, 지도자들, 그리고 조합원들이 매우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자기비판과 반성도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감명 받았다.

노동조합 리더나 노동운동 전술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스스로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기를 이야기하며 대안적 모델을 찾으려는 민주노총의 노력이 의미 있게 보인다. 덧붙여 말하면 많은 나라들에서 노조가 노동계급 전체보다는 정규직 중심의 노동자들 일부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으로서의 노동조합이 쇠퇴하고 이익집단화되는 경향이 많은 나라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가 볼 때는 구사회주의권 뿐만 아니라 남아공이나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이 그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나름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제어노력도 보인다.

<font color=darkblue><b>채</b>=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조합원이나 일반인들 인식을 바꿔내야 한다는 점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남한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의식변화를 위한 수단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노동의식을 변화시킨 성공적인 모범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있다면 소개해 달라.</font>

<b>피</b>=이 질문을 받고 상당히 의아하다. 국제 노동자운동이 쇠퇴하면서 이제 대부분은 노동자계급의식을 상승시키고 바꿔내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같은 질문을 받고보니 흥미롭기만 하다.

저는 미디어를 통한 교육사업이 노동계급의식 상승을 위해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72년 이후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데 그곳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볼 때 솔직히 그들의 의식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 숫자로 따진다면 0~100%까지 너무나 넓은 범위와 편차가 존재한다. 그런데 노동운동 관련 지도자들이나 학자들은 노동자들이 100%의 노동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임하는 것 같다.

82년 인도 봄베이에서 노동운동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노동계급도 인간이며 우리가 이 사실을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노동계급은 이를테면 여성일 수도 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같은 자영업자일 수도 있고, 불교신자일 수도 있다. 노동계급은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는 노동계급은 그냥 순수한 노동자, 프롤레타리아의식을 가진 노동계급이라는 생각만 갖고 운동을 해오지 않았나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점점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인적 자원으로서만 위치 지워지고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동계급도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 인간임을 잊고 있었던 셈이다. 이 문제는 노동운동의 재창조와도 연관이 있다. 유럽이나 영국 노동운동 초창기에는 노동운동이 훨씬 포괄적이고 광범위했다. 교육, 레크레이션, 노동자 문화활동, 협동조합 즉 생협운동,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매우 포괄적이고 풍부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넓은 시야와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연극, 사진 등을 통한 노동자들의 국제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스페인 내전이 일어난 1930년에는 스페인에 가서 노동자 지지운동도 했다. (저는 그때 막 태어나서 가지 못했다.)

노동계급 의식향상 문제와 관련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들이 착취받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소외’라는 개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부분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노동운동을 더 폭넓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초기 막스의 문제의식과도 연관된다고 본다.

<font color=darkblue><b>채</b>=결국 자본주의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도 비정규노동자들이 대량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 정부와 노동관련 부처들도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런 현상들이 자본주의체제가 국제주의나 사회주의 등 다른 사회체제를 압도하며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단순한 주변적 상황이라고 보는가. 또 한국의 비정규노동자문제를 알고 있다면 그 해결방안은 무엇이겠는가.</font>

<b>피</b>=노동유연화와 관련해 이야기해보자. 저는 ‘노동’이 기존의 우리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본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이 점점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유연화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그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임을 알았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동의 유연화’는 광범위하게 노동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포괄하기 보다는 그 중 일부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본다. 미조직 노동자들도 있고 노동조합 조직이 불가능한 노동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 돌봄노동도 노동의 영역이다. 이런 노동은 대개의 경우 여성들이 해 왔는데 아무도 노동영역으로 생각지 않는다.

노조는 적나라하게 말하면 평생직장 개념을 가진 정규직 남성 중심의 대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대응전략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제노총(ITUC)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양질의 노동’이라는 전략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후반 스웨덴 노동자들의 모델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또 다른 가능한 전략은 앙드레 고우치(EADIE JORZ)라는 프랑스 사람이 주창한 것이다. 그는 우리 자신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생산에 투자되는 시간을 가능한 줄이고 각자 자신들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말하자면 노동시간 단축과 긴밀히 연관된 문제다.

<font color=darkblue><b>채</b>=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연대 내지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한 급진적 대안이 있는가.</font>

<b>피</b>=앞에서 제시한 두 번째 전략의 근본적 방향설정 문제와 연관돼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생각이나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향 설정 정도다. 스페인 속담에 ‘길은 만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두 번째 전략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까 말했던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에서 주장하는 ‘양질의 노동’ 전략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본다. 과거 한국 현대자동차공장을 방문했었다. 제가 볼 때 그곳은 자본주의체제 초기모델의 전형이었다.

자본주의 기술과정에서는 최대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동의 유연화가 필요하고 비정규직도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많은 자율성과 현장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은 노동자들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가. ‘전형적 노동자’, 일반적 형태의 노동자는 과거 정규직에서 지금은 비정규직으로 바뀌었고 여기에도 끼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과거의 ‘비전형적 노동자’가 신자유주의시대 ‘전형적 노동자’가 돼 버렸다.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대응투쟁이 필요하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저작은 남부유럽 비정규직 노동과 관련된 것이었다. 원래 비정규직이란 말의 어원은 ‘프리케리어트(PRECARIAT)’다. 전통적 노동자대중을 말하는 ‘프롤레타리아트’에서 어원을 딴 ‘비정규프롤레타리아트’를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미국에서는 ‘맥잡’이라고 부른다. 맥도널드산업을 통해 파생된 독특한 일자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동시에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같은 자영노동자들도 있다. 이렇듯 노동의 영역들이 광범위하게 넓어지면서 새로운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포함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 조직은 전통적 모델에서 정체되고 있다. 전형적 노동자조직은 노동조합이다. 이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적합한 모델일 수 있지만 아까 말한 ‘비정규프롤레타리아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노조는 피라미드 조직구조를 가졌다.

자본주의 국가권력도 그렇다. 자본이나 국가들은 점점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세계화되고 있으며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투쟁하는데 노동자조직인 노동조합은 전통적 구조에 머물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의 문제라고 본다.

자본주의는 세계화되는 동시에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네트워크화된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것을 큰 틀에서 어떻게 조정할까. 노동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여러 형태의 연결을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직 혹은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결집시키는 하나의 형태이며 이밖에 네트워크도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 역시 우리가 고민하고 도입해야 할 문제다.

현재 노동조합의 문제점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노동자들은 축구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려고 그에 걸맞는 유니폼을 입고 나와 준비하고 있는데, 자본가들은 아이스하키장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 마디로 서로 간에 게임이 안 된다는 말이다. 자본가들은 보다 빠르고 현대화되고 있으며 게다가 많은 관중도 있다. 그러면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축구하기를 원한다면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font color=darkblue><b>채</b>=자본주의체제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을 말씀하셨다. 서로 다른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들을 연결시키고 소통케 하는 네트워크를 말씀하고 계신다. 그런 고민과 모델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형태로 개발되고 제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활동은 자본주의에 편입되지 않고 극복하려는 운동이라고 보는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은.</font>

<b>피</b>=사회적 차원에서의 저항운동들이 네트워크형태로 조직되고 있다. ‘싸빠티스타’라는 멕시코 원주민운동이 네트워크로 연결됐던 사례가 있다. 그러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관련해 조직도 중요하나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 네트워크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싸빠티스타’에 대한 지지연대도 조직화된 형태로 나타났고, 99년 시에틀투쟁도 특정조직이 했다기보다 다양한 운동세력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면서 이뤄졌다. 2000년대 초 반전투쟁도 같은 경로로 나타났다. 또 최근의 미국 이민법 반대투쟁도 수많은 개인들과 단체들,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이 웹사이트와 이메일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연결했던 결과로 거대한 이주민 노동자들의 저항이 미국에서 생겨났다.

이것이 최근의 국제적 수준의 저항운동의 독특한 형태다. 이것이 제가 제시하고 소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font color=darkblue><b>채</b>=사회적 노동운동 전형으로 설명한 것으로 이해한다. 한국은 자본주의가 들어온지 70년도 채 안 된 과도기적 체제다. 이후 급작스럽게 자본주의체제가 강요됐고 그 과정 속에서 대단한 혼란 겪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에 저항하기 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다.

이제는 생계에 대한 관심, 임금에 대한 관심, 일자리에 대한 관심 등 관심범위가 많이 확대됐다. 노동운동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은 치열하다. 앞과 같은 유형을 소개하는 정도도 우리에게 훌륭한 사례가 되겠으나, 국제주의 노동운동가로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이후로도 제시해주고 저술 등도 소개해 달라.</font>

<b>피</b>=이스라엘 팔레스타인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저는 노조가 인간해방투쟁이라는 거시적 투쟁을 지도하고 있거나 그래야 한다는 가정을 버려야 한다고 본다. 노동조합운동이 다른 운동들에 비해 우월성을 갖는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다른 운동, 다른 단체들과 함께 형성한 전선에서 동등한 주체로 참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까 말한 대로 ‘길은 만들어지듯이’ 사회적 이상, 자본주의 극복문제 등을 현실화하려면 다른 운동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

동맹체 연합체는 전통적 파리미드식 조직구조를 가진 조직들의 합의에 근거하는데 예를 들어 피라미드 두 개가 만나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 공통된 부분을 갖는 형태와 관계가 돼야 한다고 본다. 상호 침투될 수 있는 관계, 서로의 역할과 문제의식이 상호 침투되고 함께 공감을 만들 수 있는 ‘다이얼레티컬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 침투될 수 있는 관계를 통해 서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font color=darkblue><b>채</b>=현재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랜드투쟁이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고, 그밖에 다른 각계각층 단체들이 비정규직 철폐투쟁에서부터 법제도 개선 투쟁에 이르기까지 궐기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이에 대해 알고 계시는가.</font>

<b>피</b>=그 사례를 듣고 생각했다. 저는 네트워킹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직이나 노조는 나쁘고 네트워킹만 좋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킹을 통한 소통과 상호침투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직들 스스로도 변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말하고 싶다. 노동자조직도 운동과 조합원들에 대해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운동들과 네트워킹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동시에 중앙집권적이고 상명하달방식을 채택한 곳들도 많이 있다. 그런 경우 말은 네트워크화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방향 설정의 문제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사이에 연결망을 형성하는 문제가 있다. 폭넓은 노동자부문, 즉 비공식부문 노동자들, 자영노동자들을 연결망으로 형성하는 문제, 그들 사이를 상호 연결하고 상호 침투시키는 문제를 어떻게 촉진시키고 가능하게 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우리 조직을 혁신시키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font color=darkblue><b>채</b>=인터뷰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나중에라도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한국은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운동도 있으나 아까 제기하신 각 단체들이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노력들도 있다. 민주노총도 진보적 강화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직과 조합원, 한국 민중들을 위해 조언하신다면.</font>

피=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노조 중 하나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이은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노동조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많은 노조가 놓치고 있는 것은 수평적 의미에서 진지하고 진정한 대화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사이트도 없고 매체도 없고 공동으로 소통하고 대화와 논쟁을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몇몇 하는 정도다.

리처드하이먼이라는 영국 학자는 유럽 노동운동 대안을 말했다. 새로운 노조전략이나 네트워크화된 노조주의 등 여러 주장들도 있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다. 우리도 자유롭게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들을 국제적 수준에서 만드는데 민주노총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민주노총 고민들을 국제적으로 고민하는 방법들을 강구하고 역할을 해 준다면 좋겠다.

<font color=darkblue><b>채</b>=소중한 이야기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사실 그대로 전달해 드리도록 편집국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한국에 체류하시는 동안 교수님 이론과 주장이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한국 민중들에게 잘 이해되면 좋겠다. 감사하다.</font>

<b>피</b>=아참! 아까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던 자본가들은 지금 종목을 바꿔 닌텐도게임을 즐기고 있다(웃음). 노동자들보다 더 앞서가고 있는 자본가들의 추세를 말하고자 한다.(끝)

<인터뷰=채근식/민주노총 편집국장, 정리·사진=홍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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