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 단체가 올해에도 보수교육감 후보단일화운동까지 벌인 사실도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5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이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근혁

 
'교육감 직선제' 요구하던 교총,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되자 “직선제는 위헌”
  
우리나라 최대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교육감직선제 폐지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교총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에 부합치 않는 교육감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도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고 박근혜 정부도 자신들과 발걸음을 맞춰주기를 요구했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치른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13개 지역을 차지하고, 자신들이 지지한 보수후보가 대거 탈락한 뒤에 나온 보도자료에서다. 
  
하지만 2006년 법 개정으로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는 한국교총이 앞장서서 요구한 제도였다. 이 단체는 2000년대 초부터 줄곧 교육감 직선제 쟁취운동을 펼쳐왔다. 
  
이 단체는 국회 논의에서 교육감 직선제로 가닥이 잡힌 지난 2004년 12월 29일 보도자료에서 “한국교총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대로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으로 바뀌었다”면서 “이것은 시대의 변화와 주민의 선출권 보장을 통한 교육 참여라는 원칙에 상응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2007년 2월 14일에 부산시교육감 선거가 첫 주민직선으로 실시되기 하루 전에는 다음과 같은 환영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도교육감의 주민직선제의 실현은 기존의 간선제 선출권이 학교별로 구성된 소수의 학교운영위원에게 제한된 관계로 실질적인 주민의 교육자치 참여를 통한 대표성이 취약한데 있었다.”
  
이 단체는 지난 해 12월 22일에 낸 보도자료에서도 “교총은 국회 정개특위가 교육감 선거를 완전공영제로 실시한다면 교육감 선거 시 교육장을 동시 직접 선출하는 방안도 적극 제안했다”고 밝혔다. 17개 시도교육감 직선제는 물론 교육청 산하 지역 교육지원청의 대표인 교육장까지 직선제로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교총은 2010년 6.2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6명 탄생한 뒤부터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는 직선제 폐지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올해에도 보수교육감 단일화 운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19일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를 열고 보수단체들에게 ‘전국 시도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책통합 연대기구’를 처음 제안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운동의 총대를 멘 셈이다. 
  
이 단체의 기관지인 <한국교육신문>(대표 한국교총 회장 안양옥)은 올해 3월 선거에 나설 보수 교육감 후보 등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전문가과정이란 유료 강좌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강좌엔 교육감 후보 등 70여 명이 참가해 직선제에 따른 선거 유세방법 등을 배웠다. 
  
‘교육감 직선제’ 쟁취운동 벌인 교총 “직접 해보니 폐해가 커서...”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또한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재다가 지난 4월 2일 출마를 포기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감 직선제 요구 운동과 ‘보수교육감 만들기’ 운동에 뛰어들었던 한국교총이 올해 선거 결과가 나온 뒤 하루만에 직선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총이 교육감 직선제를 주장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0년, 2014년 전국 동시 교육감 선거를 해본 결과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2011년부터 우리 주장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교총이 보수 후보 단일화 운동을 펼친 것과 관련 김 대변인은 “그것은 직선제라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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