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가 윤희정 씨(34)가 <노동자, 쓰러지다>(도서출판 오월의봄)를 출간했다. 2011년에 출간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글쓴이는 올 2월부터 울산으로 내려와 노동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조선소와 건설 현장, 코레일과 KT, 퀵서비스와 배달, 중소영세업체, 대형마트 현장 산업재해 문제를 취재해 묶었다. ‘노동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준)’이 함께 기획했다.

 

▲ 6월에 <노동자, 쓰러지다> 펴낸 윤희정 르포 작가. ⓒ용석록 기자

 

윤희정 씨는 택배노동자를 동행 취재했다. 택배노동자는 왜 늦게 왔느냐는 욕부터 시작해 갖은 원망을 다 들으며 물건을 나른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배송지에 연락하고 시간을 맞추려 짐을 들고 뛰어 올라간다. 1초도 쉴 새가 없다. 저녁 6시부터 택배 물건을 거두고 8시 다시 출구소로 들어가 장부정리, 밤 10시에 밥 먹고 11시 30분이 돼도 퇴근하지 못했다.

 

이들보다 더 열악한 이들이 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이들은 100% 퀵서비스 일을 하지만 업주는 주로 청소년을 불러 일을 시키고 일당을 준 뒤 모든 자료는 찢어버린다. 일한 리스트가 없어 이들의 존재는 없다. 그때 만난 청소년은 “저는 잘 살 거예요. 5년 뒤에는 다른 모습이 돼 있을 거예요. 내가 어른이 돼서 퀵서비스 노동자가 되면 죽어버리겠어”라고 했다. 그는 배달업체 일을 그만두고 휴대폰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차근히 일해서 사장이 되겠다고 했다. 8개월 뒤 전화해보니 그는 다시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도 동행 취재했다. 청소노동자는 일하다 차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많았지만, 여전히 청소차 뒤에 올랐다. 위험한 청소차 뒤에 왜 올라가는지 의문스러웠다. 50~100m마다 쓰레기를 올리다 보면 100번 이상 차 뒤꽁무니에 매달려 이동한다. 작가는 청소차를 따라다니다 자기도 모르게 차 뒤꽁무니에 같이 올라탔다. 안전하게 이동할 조건이 아니었다.

 

작가는 조선소, 철도, 건설, 택배, 쓰레기수거, 버스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대부분 ‘일의 촉박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선소는 공사기간 단축 때문에 빨리 일하다 죽고, 청소노동자도 빨리 일하려다 떨어져 죽는다. 건설현장은 공사기간을 단축하며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발주처나 원청은 처벌받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작가는 “모든 산재, 모든 참사는 탐욕에 눈먼 자본이 불러온 예고된 재난이었다”고 말한다.

 

산재 사고의 많은 부분은 중소 영세업체에서 일어난다. 2010년 1,0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에서 125명이 죽는 동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534명이 죽었다. 그해 2,11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60퍼센트가 넘는 죽음이 중소영세사업장에 몰려있었다.

 

죽음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KT는 민영화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을 위협하고 죽음으로 내모는지 보여준다. 2013년 11명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조정의 바람이 지나간 뒤 6년 동안 23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들은 퇴직을 하거나 퇴직 압박에 시달렸다.

 

책은 1부에서 외주화 현장 조선소와 죽음이 반복되는 건설현장을 다루고 6부까지 구조조정이 부른 죽음, 시간에 쫓겨 달리다, 우리는 왜 오래 일하는가, 우리 안의 발암물질, 더 낮은 곳의 직업병으로 나눠 구성됐다.

 

윤씨는 취재하다 세상 사람들이 죽음을 접하는 태도에 화가 났다. 자극적이어야 이슈가 되는 것, 많이 죽어야, 특이하게 죽어야 이슈가 되는 세상에 화가 치민다. 일하다 죽으면 그건 모두 살인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상처다. 그는 기업살인처벌법이 하루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인터뷰에서 “이 책이 과연 현장노동자들에게 대안을 줄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윤씨는 대학을 나와 노동소설을 쓰다가 대학 내 청소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걸 봤다. 그 기록을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발표해 기록노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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